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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부처님과 부처님 세계 (1) 총론

화엄의 대가들, 문답상속과  애용

‘화엄경’ 속 수많은 질문들은
크게 4문단으로 나눌 수 있어
세계·부처·중생의 존재 이유를
인과론적인 해석에 따라 설명

‘화엄경’을 읽는 방법으로 옛 부터 ‘10종 분과’가 있다. 그 중 하나가 품(品) 별로 읽어가는 방법인데, 그렇게 읽어서는 각 품들의 연결 관계를 놓치기 십상이다. 

전체 구조와 연결을 염두에 둔 독서 방법으로, 중국의 지엄-현수-청량 등 ‘화엄경’ 경학(經學)의 대가들은 ‘문답상속과(問答相屬科)’를 애용했다. 조선의 강사들도 그랬고 필자도 월운 스님께 그 방법으로 배웠다. 경학에는 사법(師法)이 중요한데, 이번 연재도 그런 전통을 따른다. 

‘화엄경’에는 수많은 ‘질문-대답’이 등장하는데, ‘문답상속과’란 ‘질문-대답’이 서로 어떻게 짝을 이루는지를 기준으로, ‘문단나누기’를 한 것이다. 이런 ‘문답상속과’에 따르면, ‘화엄경’ 전체는 다음과 같이 크게 네 문단으로 나누어진다. 

①거과권락생신분(擧果勸樂生信分) 과목에서는 40가지 질문이 제기되고, ②수인계과생해분(修因契果生解分) 과목에서는 40가지 질문이 제기되고, ③탁법진수성행분(托法進修成行分) 과목에서는 200가지 질문이 제기되고, ④의인증입성덕분(依人證入成德分) 과목에서는 30가지 질문이 제기된다. 

‘화엄강사’라면 네 과목을 꼭 외워두고, 거기에서 제기된 질문이 뒤에 어디에서 어떻게 대답되어지는 지를 염두에 두고 강의할 줄 알아야 한다. 게다가 ‘경전본문의 해석’과 ‘각 주장들의 판짜기’ 즉, ‘석사(釋辭)’와 ‘교판(敎判)’을 모두 훈련해야 한다. 원문이 범어이던 한문이던 경우는 마찬가지이다. 

이상의 네 과목은 ‘①신-②해-③행-④증’이라는 이름으로도 많이 알려졌다. 80권본 ‘화엄경’은 모두 39품(品)으로 구성되었는데, 위의 ①에는 총 6품, ②에는 총 31품, ③에는 총 1품, ④에는 총 1품이 배당된다. 

①에 해당하는 총 6품에 등장하는 설법내용은, 드넓은 세계와, 그 속에 계시는 부처님과, 중생이다. 그리고 그 설법의 목표는, 설법을 들은 대중들이 ‘나도 그 부처님처럼 되고, 또 그렇게 불국토를 건설하여, 그런 세상에 살아 보겠다’는 마음을 내게 하려는 것이다. ‘화엄경’ 구성 작가는 그런 구도를 가지고 있었다. 이렇게 ‘해석하는 것(interpretation)’이 전통의 ‘화엄경’ 경학이다. 

‘화엄경’의 구성 작가가 정말 그런 구도를 가지고 있는지 증명할 길은 없다. 그러나 위와 같이 ‘해석’한 화엄종의 경학 방법이 ‘화엄경’을 읽어온 독서인들에게 긴 세월 또 인도-중국-조선-일본 등 넓은 지역에서 공감을 받았다. 

‘세계’와 ‘부처’와 ‘중생’이 존재하게 된 이유를 ‘화엄경’ 작가는 ‘인과적 해석’ 방법으로 설명했다. 그리하여, 당시 인도 브라만의 ‘창조론적 해석’ 발상을 배제했고, 또 ‘불가지론(不可知論)’도 배제했고, 저절로 그렇게 된다는 ‘자연설(自然說)’도 배제했고, 근원적 일자(一者)에서 다자(多者)로 나뉘어졌다는 ‘분화설(分化說)’도 모두 배제했다.

이런 ‘인과적 해석’은 대소승을 막론하고 불교 경전과 교리 전반에 관통된다. 물론 ‘인과’와 관련된 ‘변증’과 ‘논증’의 형식은 불교 역사 속에서 다양하게 전개되었다. 화엄종의 경학에서는 ‘10인(因)-4연(緣)-5과(果)’의 인과설을 수용하는데, 필자도 그렇다.

①거과권락생신분(擧果勸樂生信分)이라는 과목 명칭이 보여주듯이, 이 대목의 총 6품에서는 ‘결과를 거론[擧果]’한다. 거론된 ‘결과’는 위에서 말했듯이 ‘세계’와 ‘부처’와 ‘중생’이다. 이 세 ‘결과’를 생기게 한 ‘원인’에는, 결과와 ‘아주 근접한 원인[因]’도 있고 ‘좀 떨어진 원인[緣]’도 있다. 

‘세주묘엄품 제1’에서는 ‘화엄경’ 설법에 필요한 일련의 조건을 ‘6하 원칙’으로 갖춘다. ‘여래현상품 제2’에서는 ‘청중들의 40가지 질문 제기’라는 ‘연(緣)’을, ‘보현삼매품 제3’에서는 그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필요한 삼매의 힘’이라는 ‘인(因)’을 밝힌다. 그리고 ‘세계성취품 제4’와 ‘화장세계품 제5’에서는 세계가 형성된 ‘결과’를 밝히고, 그 결과의 ‘원인’을 ‘비로자나품 제6’에서 밝히는데,  비로자나 부처님께서 ‘전생한 수행[本事]’이 ‘원인’이란다.

신규탁 연세대 철학과 교수 ananda@yonsei.ac.kr

[1616호 / 2022년 1월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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