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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려대회가 종교평화 시발점 되길

정권의 ‘종교편향, 불교왜곡’에 대한 규탄이 신년 초의 조계종단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종정과 총무원장이 잘못된 정부의 행태를 바로잡기 위한 움직임에 앞장서고, 불교계의 의지를 뚜렷하게 밝히는 승려대회가 봉행된다. 

조계종이 이렇게 종단의 힘을 모아 종교편향을 바로잡기 위해 움직이는 것은 참으로 오랜만의 일이다. 그리고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이후 암암리에 증폭되어온 잘못된 흐름을 바로잡기 위한 결연한 의지의 표명이기에, 반드시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해 내어야 할 것이다. 주로 개신교의 공격적 포교로 말미암아 벌어졌던 종교편향이 문재인 정권 아래서는 천주교에 대한 편향적 지원으로까지 확산되어 불교계의 불만과 분노를 일으켜 왔다. 이것이 바로잡혀지지 않는다면 불교계의 불행에 그치지 않고 결국 모든 종교의 불행으로 이어지고, 국가의 바탕이 흔들린다는 것을 바로 인식하고, 그런 인식 아래 확고한 자세로 이 규탄의 결과를 이끌어 내야 한다.

우리나라에 종교적 분쟁이 비교적 적은 것에는 불교의 관용성이 크게 이바지해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러한 관용성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힘든 상황에 이르렀고, 관용성에 머무르면 오히려 문제를 더 악화시키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이 큰 전기가 이번의 승려대회라 생각한다. 조계종에 그치지 않고 범불교적인 움직임으로, 나아가 종교의 평화적 공존을 지향하는 모든 종교의 움직임으로 확산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조계종 승려대회가 확실한 힘의 결집을 보여줘야 할 것이요, 이를 시발점으로 하여 올바르고도 충분한 결과를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이 지속해서 일어나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규탄의 움직임은 외적인 침해에 맞서 불교를 지키기 위한 것이요, 그런 점에서는 방어적이고 소극적인 측면이 있다. 얼핏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은 대승적 의미를 생각하지 못하는 외부인이 보기에는 불교만의 권익을 위하는 일이라 할 수 있고, 타종교인은 부정적인 시각을 가질 수도 있다. 이것이 불교만의 문제가 아니고 모든 종교가 평화롭게 공존하기 위한 바탕을 확보하기 위한 일이라는 것을 설득하려 애쓰기보다는, 좀 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확산시키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일에 가장 적합한 일은 불교계가 종교평화를 위한 선언에 앞장서고, 종교의 평화공존을 위한 법률과 제도를 만들어나가는 데 앞장서는 것이다. “우리가 이렇게 억울하게 당하고 있습니다!”라고 호소하며 규탄하기보다 “어떤 종교도 이렇게 억울하게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합시다!”라고 말하는 자세가 대승적이다. 모든 종교가 서로를 해치지 않고 공존하는 바탕을 마련하는데 불교가 앞장서는 것이 훨씬 더 당당하다. 이번 승려대회에서도 분노에 찬 규탄의 목소리를 넘어서서 종교의 평화적 공존을 호소하는 한 차원 높은 지향이 드러났으면 좋겠다.

그런 점에서 꽤 오래 전, 조계종 화쟁위원회에서 추진했던 종교평화선언에 대한 재검토를 제안한다. 그 당시 조계종을 비롯한 불교계가 앞장서고, 조계종에서 종교평화선언을 하면 한국의 대표적인 종교계에서 모두 호응하여 종교평화선언을 이어나가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종교평화선언문까지 완결되어, 선언만을 앞두고 있던 시점에서 석연치 않은 이유로 보류되고 말았다. 불교가 종교계를 이끌 수 있는 중요한 계기를 놓쳐버렸다는 아쉬움이 남는 일이었다. 그 당시에는 시기가 맞지 않아 미루어졌는지 모르지만, 이렇게 문제가 불거지는 지금이야말로 종교의 평화공존을 위한 움직임에 불교계가 앞장설 좋은 시기가 아닐까? “다른 종교를 존중하고 다른 종교인의 말에 귀를 기울여라!”라고 선언한 아쇼카왕이라는 위대한 선배의 정신! 그 정신을 이 시대를 이끄는 구체적 힘으로 바꾸는 것이 지금 우리 불자들과 불교계의 사명이 아닐까?

성태용 건국대 명예교수 tysung@hanmail.net

[1617호 / 2022년 1월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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