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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마하카피[대원, 大猿] 본생

기자명 각전 스님

동족 구하기 위해 빗발치는 화살 속에 몸 던져 

망고 탐한 바라나시왕, 8만 원숭이 무리 무차별 사냥 
원숭이왕 자신 몸으로 다리 만들어 피난 시키고 죽어
결단 필요한 상황 머뭇거림 없는 거룩한 희생 보여줘

산치 대탑 서문 기둥에 조각돼 있는 마하카피 본생담(왼쪽 사진)과  아잔타 석굴 17굴 벽화 가운데 원숭이왕의 설법을 듣는 바라나시왕(사진=일본방송출판협회 출간 ‘아잔타 미술’)의 장면.
산치 대탑 서문 기둥에 조각돼 있는 마하카피 본생담(왼쪽 사진)과 아잔타 석굴 17굴 벽화 가운데 원숭이왕의 설법을 듣는 바라나시왕(사진=일본방송출판협회 출간 ‘아잔타 미술’)의 장면.

집단의 리더나 그 구성원들이 어떠한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이야기가 있을까? ‘본생경’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널리 알려진 대표적인 이야기가 마하카피[대원, 大猿] 본생담이다. 이것은 원숭이왕이었을 때 자신의 동족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한 이야기이다. 남전 ‘본생경’의 407번째, ‘자타카말라’의 27번째 본생담이다. 산치 대탑의 서문 기둥에 부조가 있고, 아잔타 석굴의 17굴에 벽화로 그려져 있다. 산치 대탑보다 더 이른 유적으로 알려진 기원전 1세기의 바르후트 탑에도 조각되었다. 

부처님께서 기원정사에 계실 때 “부처님께서는 친족들에게 선한 일을 하신다”는 제자들의 대화에 대해서 과거생에도 그러했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 자세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옛날 범여왕이 바라나시에서 나라를 다스릴 때, 키가 크고 몸이 굵으며 힘이 세고 8만의 원숭이들을 거느린 원숭이왕이 히말라야 설산에 살고 있었다. 당시에 갠지스강변에 가지들은 우거지고 그늘은 짙으며 잎이 풍부하여 산꼭대기처럼 높이 솟아있는 망고나무가 있었다. 열매는 고상한 향기와 맛을 갖추었고 크기는 큰 물병과 같았다. 

그 열매를 먹던 원숭이왕은 “언젠가 이 열매가 물에 떨어져서 우리에게 큰 두려움이 닥쳐올 것이다”고 예감하고 물 위에 있는 나뭇가지의 열매를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먹거나 그 꽃들을 떨어뜨려 버렸다.

그러나 잘 익은 열매 하나가 개미집에 가려서 원숭이들 눈에 띄지 않은 채 강물에 떨어져 흘러 내려갔다. 그때 바라나시왕이 강물의 아래에서 그물을 치고 목욕하며 즐기고 있었다. 왕이 저녁나절에 돌아가려고 할 때 그물을 걷어 올리던 어부들이 그 열매를 발견하고 왕에게 바쳤다. 왕이 산림관을 불러서 물어보고 그것이 망고나무 열매임을 알고는 칼로 쪼개어 먼저 그 산림관을 먹게 하고 자신도 먹고 궁녀들과 대신들에게도 주었다. 그 열매의 맛이 왕의 전신에 스며들었다. 

왕은 많은 배들을 연결시켜 며칠에 걸쳐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 마침내 망고나무를 발견하였다. 왕은 배를 멈추고 준비해온 평상을 망고나무 밑에 설치하고 그 열매의 갖가지 뛰어난 맛과 향을 즐기고 거기 누웠다. 사방에 망지기를 세우고 불을 켰다. 

밤중이 되어 사람들이 잠에 떨어지자 8만의 원숭이들이 그 나무에 와서 나뭇가지에서 나뭇가지로 뛰어다니면서 그 열매를 따 먹었다. 그때 왕이 눈을 떠 그 원숭이들을 보았다. 왕은 “내일 저 열매와 원숭이 고기를 먹으리라” 하면서, 열매를 따 먹는 원숭이들을 포위하고 모두 쏘아죽이라고 명령했다. 궁수들이 망고나무를 포위하고 화살을 겨누자, 원숭이들은 두려움에 떨면서 달아나지도 못하였다. 

원숭이들의 두려움을 안 원숭이왕은 강 쪽으로 뻗은 나뭇가지 끝에서 백 개 화살의 거리에 있는 반대편 강변으로 뛰어내렸다. 거기서 대나무 하나를 다듬어 한쪽 끝을 강변의 나무에 붙들어 매고 다른 한쪽 끝을 자기 허리에 매고는 바람에 휘몰아치는 구름과 같은 속도로 다시 망고나무를 향해 뛰었다. 그러나 망고나무에까지 이르지는 못하여 두 손으로 망고나무 가지를 꼭 붙잡을 수 있을 뿐이었다. 그 상태에서 원숭이왕은 원숭이들에게 외쳤다. 

“빨리 내 허리를 밟고 넘어 대나무를 조심해 건너가라!”

8만의 원숭이들은 원숭이왕을 밟고 건너갔다. 

그 무리 중에 데바닷다의 전생 원숭이가 있었다. 그 원숭이는 다음과 같이 읊조렸다.

“이제 나는 내 적의 최후를 볼 때가 왔다.”

그리고는 맨 윗가지에 올라가 잔뜩 힘을 주고 원숭이왕의 등에 뛰어내렸다. 원숭이왕은 심장이 찢어지는 큰 고통을 느꼈다.

바라나시왕은 누워서 이 과정을 모두 보고는 “저것은 동물이면서도 제 생명을 돌아보지 않고 그 무리들을 안전하게 해주었다”고 생각하였다. 

날이 밝은 뒤에 바라나시왕은 원숭이왕을 천천히 끌어내려 목욕시키고 가사를 입히고 사탕물을 먹이고 깨끗한 기름을 몸에 발라주고 가죽 평상 위에 눕혔다. 바라나시왕이 원숭이왕에게 물었다. “왜 너는 너 자신을 다리로 만들어 저이들을 안전히 건너게 했는가?”

이 말을 듣고 원숭이왕은 자신이 원숭이들의 임금임을 밝히고, 두려움과 슬픔에 괴로워하는 자신의 백성 원숭이들을 위해서 그리하였다고 자초지종을 설명하였다. 그리고 바라나시왕에게 왕의 참된 통치를 위해서는 나라와 군사, 도시와 시골 그 모두에 행복이 오기를 발원하라고 충고하고 숨을 거두었다. 

바라나시왕은 원숭이왕의 장례를 사람의 왕처럼 화장(火葬) 하고, 화장한 곳에 사당을 세우고, 그 두개골에는 황금을 칠해 사당에 안치하고, 일생동안 향과 화환을 바쳤다. 그리고 원숭이왕의 교훈에 따라 보시 등 선행을 하고 정의로 나라를 다스려 천상에 태어날 몸이 되었다. 그때의 바라나시왕은 아난다요, 8만의 원숭이들은 부처님의 권속이며, 원숭이왕은 부처님이었다. 

우리의 삶이라고 하는 것에는 누군가를 위하여 혹은 그 무엇을 위하여 자신을 희생해야 할 때가 있다. 그것이 내가 마땅히 보호해야 할 대상이라면, 내가 지켜야 할 가치이거나 이루고자 하는 희망이라면 더욱 기꺼이 행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감내하고 실천해내기는 쉽지 않다. 크나큰 용기와 굳은 의지를 요구하는 것이다.

더욱이 막상 그것을 행동에 옮기게 되면 그 과정에서 예기치 않게 생겨나는 어려움이 상황을 극단에 치닫게 한다. 예기치 않은 어려움은 반대쪽 강변과 망고나무를 연결하는 대나무의 길이가 짧아 원숭이왕이 자신의 몸으로 양쪽 강변을 이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다. 순간적으로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결단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 갑자기 닥친 것이다. 이 상태에서 원숭이왕의 등짝을 밟아버린 나쁜 원숭이의 등장은 원숭이왕의 희생적 결정을 극적으로 증폭시키고 있다. 

원숭이왕의 결단은 확고한 신념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그러한 행동이 이미 몸에 체화되어있는 것이 아니면 실행되기 어려운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자신을 버리는 일이다. 난행(難行, 어려운 일)을 능행(能行, 능히 행하다)한 원숭이왕의 모습이 거룩하기 이를 데 없다.

각전 스님 선객 agami0101@naver.com

[1617호 / 2022년 1월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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