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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점심 공양을 마치고

기자명 김태형

렌즈에 비친 겨울 산사의 진면모

정성 가득한 절집의 점심 공양
포행서 만난 뜻하지 않은 보물 
기와부터 노루궁뎅이버섯까지
설경 담을 땐 추위도 못 느껴

2020년 12월30일날 촬영한 효봉영각 뒤 돌담길에서 바라본 송광사와 조계산의 설경.
2020년 12월30일날 촬영한 효봉영각 뒤 돌담길에서 바라본 송광사와 조계산의 설경.

출근해서 오전 내내 사무실에 앉아 일하다 보면 어느덧 시간은 점심때를 가리킨다. 절집 점심은 속세보다 조금 빠르다. 보통 11시 반 즈음이면 점심시간이 시작된다. 하루 한끼는 오롯이 채식을 해야만 하는 점심이지만 도시의 사람들은 이를 무척 부러워한다. 난 사실 도시의 점심이 그리울 때도 많다.  

절집 점심이 좋은 이유는 무얼 먹을까 걱정을 하지 않는 것과 믿을 수 있다는 즉 공양(供養)이기 때문이다. 후원 스님들과 보살님들의 정성이 가득 담긴 밥상에 대해 무슨 말이 필요할까.

아무튼 그렇게 점심공양을 마치고 나면 경내가 되었든 주변 암자가 되었든 산책(포행)을 한다. 배부르게 밥먹고 아무런 근심걱정없이 한가하게 포행을 하다 보면 ‘나는 참 복도 많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도심이 직장인들도 점심식사를 마치고 산책들을 하겠지만 어디 이 산사의 포행과 비교가 되겠는가. 부석사에 있을 때는 봉황산 자락을 휘젓고 다니면서 보물찾기도 하고 때로는 멋진 풍광을 사진에 담기도 했다. 지금도 비슷하다. 

공양간을 나와 효봉영각 뒤로 난 돌담길을 따라 목우정, 수석정을 지나 화엄전, 그리고 우화각을 거쳐 박물관으로 오기도 하고 때로는 감로암, 불일암을 거쳐 탑전을 지나는 코스를 돌기도 한다. 간혹 산길을 따라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옛 암자터를 들리기도 하지만 이건 시간이 좀 많이 소요된다.

이렇게 돌아다니다 보면 뜻하지 않게 보물찾기를 하게 된다. 보물 이래 봐야 뭐 대단한 건 아니고 청자, 분청사기, 백자편, 기와들 가운데 문양이나 글씨가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역사적인 보물? 외에도 산이 주는 보물을 ‘득템’하기도 한다. 작년 가을에는 모처럼 일찍 출근해서 아침 산책을 하다가 애기 머리통만 한 ‘노루궁뎅이 버섯’을 따기도 했다(잘 갈무리해서 공양간에 전달, 점심 공양 상에 호박 버섯볶음의 재료로 사용됐다). 

이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온다. 봄이 오면 점심 후 일정이 바빠진다. 무작정 하고 싶은 대로 산책을 할 수 없는 현실에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긴다. 봄이 오면 자세히 쓰겠지만 곡우 즈음부터 딸 수 있는 찻잎 때문이다. 2년 전부터 찻잎을 따서 덖어 차를 만들기 시작했다. 양과 질은 남 주기 민망할 정도이지만 올해에는 지난 두 해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대로 된 햇차로 공양을 올리게 되길 바랄 뿐이다.

하루종일 하늘이 무겁다. 눈이라도 내릴 기세지만 기상청 예보는 그럴 일이 없단다. 산사의 겨울, 눈이 오면 점심 공양을 마치고 카메라에 설경을 담느라 시간 가는 줄, 추운 줄 모른다. 예년에도 그랬지만 올겨울도 봄이 다되어서야 눈다운 눈이 내릴 것 같다. 

김태형 송광사성보박물관 학예실장 jprj44@hanmail.net

[1617호 / 2022년 1월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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