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이 넘은 출가수행자가 90세가 넘은 어머니를 모시고 지구별 마지막 여행길에 나선다. 자비명상 이사장 마가 스님과 어머니 박종순 여사의 2년여의 비밀 여정이 로드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돼 관객들을 찾는다.
1월18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로드 다큐멘터리 영화 ‘佛효자’ 제작발표회에서 주인공 마가 스님은 “해체되어 가는 가족의 관계가 회복되고 가정마다 행복이 가득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영화에 동참하게 됐다”고 밝혔다. 영화 ‘佛효자’는 어머니와 아들의 지구별 여행 이야기로 전국의 아름다운 사찰을 배경으로 효의 의미를 전한다. 특히 전국의 아름다운 사찰과 자연 풍경을 담아 내며 한국불교의 미학을 영상으로 보여준다.
출가수행자의 길을 걷는 마가 스님은 편지 한 통을 받고 40년 만에 고향 전라도 고흥을 찾아 어머니를 만나게 된다. 혼자 힘으로 생활하기 힘든 90세의 어머니를 마주한 스님은 서울의 절로 어머니를 모신다. 늙고 작아진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닫고 어머니의 소원을 이루어 드리고자 어머니와 전국의 사찰을 여행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스님은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를 위해 캠핑카를 마련하고 ‘미안해요, 고마워요, 사랑해요’의 의미가 담긴 ‘미고사 달리는 법당’으로 꾸민다. 천년의 세월을 간직한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인 마곡사, 법주사, 부석사, 봉정사, 선암사, 대흥사, 통도사를 비롯해 전국의 아름다운 사찰을 방문한다. 휠체어에 모시고, 때로는 등에 업고 어머니와 함께 기도하며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느낀다.
92세의 어머니는 60이 넘은 아들이 밥 먹는 모습만 봐도 흐뭇하고, 한편으로 어렸을 때 챙겨주지 못하는 것이 가슴에 걸린다. 아들은 오랜 시간 함께하지 못한 죄송함을 아름다운 풍경을 선물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여행의 마지막 날 스님은 낡은 보자기에 싸인 어머니의 선물을 받게 되고 다가오는 이별을 위한 마지막 여행을 준비한다.
“출가한 사문으로서 수행정진에 매진하던 중 어머니가 편찮으시다는 연락을 왔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따뜻한 공양 한번 대접해 드려야겠다는 마음에 다시 만나게 됐고, 함께 부처님을 모시고 여행을 다니게 됐습니다. 2년여 휠체어를 밀고 등에 업고 어머니를 위해 이절 저절로 다녔습니다. 여행을 끝나 즈음 어머니가 ‘스님이 가자고 하니 힘들고 귀찮아도 함께했다’ 하셨습니다. 자식이 원하면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 그 마음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어머니는 관세음보살님입니다.”
스님은 최근 서울 현성정사 주지 소임을 내려놨다.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2월 계단이 없는 시골 절로 거처를 옮길 계획이다.
‘佛효자’를 제작한 부디스튜디어 대표 최진규 감독은 “마가 스님이 92세의 어머니를 모시고 여행하며 계절의 변화와 함께 보여주는 아름다운 풍경은 가족과 여행이 그리운 많은 이들에게 큰 감동을 줄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가족의 소중함을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소중한 순간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佛효자’는 올해 부처님오신날이자 어버이날인 5월8일 개봉된다. 영화 개봉에 맞춰 전국의 가족들이 효에 대한 자신들의 이야기로 참여하는 ‘저는 佛효자입니다’ 캠페인도 전개한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618호 / 2022년 1월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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