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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미술관, 강미선 ‘수묵, 쓰고 그리다’ 초대전

  • 문화
  • 입력 2022.01.19 15:00
  • 수정 2022.01.28 14:02
  • 호수 1618
  • 댓글 0

세로 3.5m·가로 22m ‘금강경’ 눈길
“색다른 형태 사유의 공간으로 초대”

서울 금호미술관이 불교의 핵심 가르침을 담은 ‘금강경’을 비롯해 전통 서가도의 형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서가도’ 등 먹과 한지로 빚어낸 수묵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회를 진행 중이다. 오랜 시간 한지의 물성과 먹의 본질을 탐구해온 강미선 작가의 초대전 ‘수묵, 쓰고 그리다’가 그것이다.

강 작가는 여러 겹의 한지를 쌓아 올리고, 표면을 두드려 한지 고유의 질감이 잘 드러나는 바탕을 만들고, 그 위에 일상의 풍경과 사물을 담담한 먹빛으로 그려내며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정서를 전해왔다. 이번 전시에서 그의 작업은 더욱 확장된 세계로 나아갔다.

소소한 풍경과 정감 있는 정물을 담묵으로 부드럽게 표현한 ‘관심(觀心)’ 연작과 강한 묵의 필선을 통해 새로운 조형미를 보여주는 ‘한옥(韓屋)’ 연작, 명상을 주제로 자연의 재료인 감을 이용한 ‘무언가(無言歌)’ 등의 신작을 선보였다. 또한 전통 서가도 형식을 차용해 현대적으로 구현한 ‘서가도(書架圖)’, ‘금강경’ 5149자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한 자 한 자 써 내려 간 대작 ‘금강경(金剛經)-지혜의 숲’ 등 색다른 형태의 수묵 설치 작업을 통해 관람객들을 사유의 공간으로 초대한다.

‘금강경(金剛經)-지혜의 숲’ 부분, 금호미술관 제공.
‘금강경(金剛經)-지혜의 숲’ 부분, 금호미술관 제공.

특히 금호미술관 3층 전시실 3개 벽면을 장엄한 세로 3.5m, 가로 22m 크기의 ‘금강경’이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금강경’은 공의 사상을 기초로 하는 지혜와 깨달음을 얻기 위한 부처의 말씀을 한권의 책으로 엮은 경전으로, 작가는 세로가로 11cm 한지 조각에 매일 적게는 몇 장, 많게는 몇십 장을 써나가며 ‘금강경’을 완성했다. 수행의 과정처럼 단단하면서도 밀도 있는 지지체인 한지를 만들고, 그 위에 글을 쓰고 다시 먹물로 선염하는 과정을 거쳤다. 관람객들은 바위산에 새겨진 글씨와 같은 느낌을 자아내는 이 작품을 멀리 또는 가까이에서 관찰하고 공간 속을 거닐며 잠시나마 사색에 잠길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다.

전시회에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제자로 일체번뇌를 끊고 깨달음을 얻은 나한도 만날 수 있다. 가부좌를 한 나한들이 희미한 형상으로 표현돼 마치 컴컴한 석굴 속에 수백의 나한상이 앉은 모습을 연상시키며 ‘금강경’ 작품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감동을 전한다.

금호미술관은 “강미선 작가는 종이와 먹이라는 단순한 질료의 개념을 넘어 수묵화를 통해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과 정신을 함께 담아냈다”며 “나아가 글과 그림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오늘날 수묵화의 지평을 넓히는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소개했다.

강미선 작가는 홍익대 동양화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중국 남경예술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월6일까지 열리는 초대전 ‘수묵, 쓰고 그리다’는 그의 31번째 개인전이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618호 / 2022년 1월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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