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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마애삼존불의 파격미

기자명 김형규

‘관세음보살 이불봉주 삼존상’이 정확한 명칭

파격(破格)이란 말은 본래 지켜야 할 기준이나, 개념을 깨뜨렸다는 의미다.

물론 개방성이나, 넉넉함을 보여주는 좋은 뜻으로 쓰이는 경우도 있지만, 불상이나 불교미술과 같은 종교미술에 있어서 파격(破格)의 의미는 경전상의 지식이 부족하거나, 솜씨가 부족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따라서 파격은 곧 잘 민중적(民衆的) 또는 고졸(古拙)함과 동의어로 쓰이기도 한다. 이런 파격의 의미에 가장 적합한 작품으로 충남 태안군 백화산 정상 부근에 조성된 보물 432호 태안 마애삼존불을 꼽을 수 있다.

이 작품은 일반적인 삼존불 양식에서 한참을 벗어나 있다. 지금까지 발견된 삼존불은 백이면 백, 모두 중앙에 거대한 여래상을 조각하고, 좌·우에 작은 보살상을 조각했다. 거대한 석불은 물론 동불(銅佛)이나, 작은 조각품까지 예외란 있을 수 없었다. 그러나 태안 마애삼존불만은 중앙에 보살입상을 세우고, 좌우에 여래상을 조각해 놓았다. 보살이 주불이고, 부처가 좌·우 협시가 된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보살과 부처의 역할을 완전히 뒤바꿔 놓은 것이다.

이 같은 일보살(一菩薩)·이여래(二如來) 양식은 우리 나라는 물론 세계 어디에도 없는 유일무이한 양식이다. 따라서 문화재 전문가들은 태안 마애삼존불을 설명할 때 파격적인 배치의 특이한 양식이란 말로 이 작품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그러니까 태안 마애삼존불은 경전상의 무지나 혹은 의도적으로 정형화된 형식에서 벗어난 파격미를 담고 있는 그런 불상으로 조성된 것이다.

그런데 최근 “태안 마애삼존불이 보살을 주불로 배치한 파격적인 불상이라는 주장은 경전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오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중앙승가대 총장 종범 스님은 5월 4일 열린 한국불교학 결집대회에서 ‘한국불교의 주요불전과 교단 형성’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태안 마애삼존불은 『법화경』「관세음보살보물품」에 의한 불상배치”라며 “형식에 구애받지 않은 파격미라는 설명은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보살입상과 좌불상은 보주(寶珠)를 들고 있고, 우불상은 보주가 없는데, 이는 「보문품」에는 관세음보살이 무진의보살로부터 받은 보주를 둘로 나눠 하나는 좌측의 석가모니불에게 올리고, 남은 보주는 우측의 다보불에게 올리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태안 마애삼존불은 이 내용을 그대로 형상화 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태안 마애삼존불은 ‘관세음보살 이불봉주(二佛奉珠) 삼존상’으로 불러야 옳다”고 친절한 설명까지 덧붙이고 있다.

우리 주변에는 파격적(破格的)이라는 평가를 받는 작품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이번 태안 마애삼존불에 대한 종범 스님의 주장처럼, 현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무지로 인해 파격의 오해를 받고 있는 작품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중국 작품인 송광사 삼존불감이나 강화 전등사 범종이 한때 우리 나라 작품으로 잘못 평가를 받았던 것처럼 말이다. 파격이란 이름으로 우리의 무지를 숨기는 일은 없는지, 다시 한번 살펴볼 일이다.

〈끝〉

김형규 기자
kimh@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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