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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랑의 시대 바위 같던 한암 스님은 현대인의 의지처"

  • 불서
  • 입력 2022.01.28 18:48
  • 수정 2022.01.28 19:14
  • 호수 1619
  • 댓글 0

월정사 원행 스님, 한암 스님 일대기 현대사와 함께 담아
불교용어·게송 풀어 쓰며 가르침·목소리 쉽고 생생히 전달

조계종 원로의원인 월정사 원행 스님은 1월2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성인 한암 대종사’ 발간 기자간담회에 앞서 책을 봉정했다.
조계종 원로의원인 월정사 원행 스님은 1월2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성인 한암 대종사’ 발간 기자간담회에 앞서 책을 봉정했다.

“서로 알고 지내는 사람은 천하에 가득하지만, 진실로 지심자는 몇 명이나 있겠소. 한암(漢巖)이 아니면 내 누구와 더불어 지음이 되리오.”

1903년 해인사 조실 자리를 내어놓고 만행길에 오른 경허 스님은 제자인 한암 스님에게 한 편의 글을 남겼다. 경허 스님은 스승과 제자라는 표현 대신 자신과 마음이 통하는 ‘지음(知音)’이라 한암 스님을 칭했고, 스스로는 ‘지심자(知心者)’라며 한암 스님을 향한 각별한 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조계종 원로의원인 월정사 원행 스님은 최근 발간한 ‘성인 한암 대종사’에서 “경허 스님이 지음이라고 칭한 제자는 한암 스님이 유일하다”고 전했다.

원행 스님은 만화 스님의 상좌로 한암 스님으로부터 탄허 스님, 만화 스님으로 이어지는 법맥을 계승했다. 특히 올해는 만화 스님의 탄신 100주년이 되는 해로 ‘성인 한암 대종사’는 ‘탄허대종사 시봉 이야기’ ‘만화 희찬 스님 시봉 이야기’에 이어 원행 스님이 선대의 스님들께 올리는 존경과 감사의 마음이자 후대인들에게 전하는 옛 스님들의 생생한 발자취다.

'성인 한암 대종사'원행 스님 지음 / 에세이스트출판사 / 506쪽 / 2만5000원
'성인 한암 대종사'원행 스님 지음 / 에세이스트출판사 / 506쪽 / 2만5000원

‘성인 한암 대종사’는 한암 스님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근현대 한국사와 불교사를 병렬시켜 종교와 시대 정신의 조류를 담아냈다. 한암 스님의 일대기인 동시에 월정사의 근현대 부침과 불교사의 격랑, 그리고 한국사의 단면들이 가득 이어진다. 1910년대 불어닥친 일제강점기 월정사를 비롯한 강원도 사찰들이 맞닥뜨려야 했던 수탈의 생생한 기록은 서울 봉은사를 등지고 월정사로 향했던 한암 스님의 걸음걸음이 참혹한 역사를 관통하는 지성인의 저항이자 시대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성인의 자비였음을 더욱 선명히 비추어 준다.

원행 스님은 1월2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출판간담회에서 “오대산에 은거하신 한암 대종사는 ‘산문을 나서지 않는다’는 원칙으로 일본총독부의 초청도 단번에 거절하는 결기를 보여주셨다”며 “시대의 격랑에 흔들림 없었던 선사의 행적과 가르침이 격변의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에게 지남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암 스님이 남긴 법문과 게송을 소개하며 어려운 불교용어들을 가급적 쉬운 일상용어로 풀어쓴 이유이기도 하다. 당대의 선승·지식인들과 교류하며 주고 받은 편지들은 가급적 원문대로 소개하며 가벼운 해석을 덧붙이는 것으로써 한암 스님의 생생한 목소리에 좀 더 다가가는 길을 열었다.

이에 대해 백낙청 문학평론가는 “한국선불교의 중흥조로 일컬어지며 한암이 평생 스승으로 사모했던 경허 스님이라든가, 함께 경허의 법맥을 이어받으면서도 ‘남 만공, 북 한암’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대조적인 선풍을 이룬 만공 스님, 한암보다 16세 연하이면서도 산문의 족보로는 사촌 사형제 간이던 통도사 경봉 스님 등과의 교류는 마치 무림의 고수들의 만남과 겨룸을 목도하는 재미마저 느끼게 한다”며 이 책이 주는 흥미진진함을 밝혔다.

'성인 한암 대종사'를 출간한 원행 스님.
'성인 한암 대종사'를 출간한 원행 스님.

원행 스님은 책을 집필하며 시종 경어체로 일관했고, 스스로를 ‘소승’이라 낮춰 부르며 한암 스님에 대한 경의를 드러내고 있다.

“불교의 진리는 특별한 비밀이거나 특정한 사람의 것이 아닙니다. 세상을 올바르게 살라는 대자대비이며 설령 불자가 아니라 해도 석가모니 부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올바르게 살면 누구나 성불할 수 있다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 길을 잃었다면 지도를 펴야 합니다. 맨 처음 어느 곳, 무엇을 향해 길을 나섰던 것인지 혹여 길을 잃었다면 한암 스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십시오.”

무려 50번 거듭 원고를 읽고 다듬은 글 속에서 원행 스님의 진심이 묻어난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619호 / 2022년 2월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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