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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팎 외도로부터 정체성 지킨 것은 연기논쟁

  • 불서
  • 입력 2022.02.07 13:28
  • 호수 1619
  • 댓글 0

불교 연기 논쟁
미야자키 테츠야 지음 / 이태승·이명숙 옮김
올리브그린 / 380쪽 / 1만8000원

불교 연기 논쟁

팔만대장경을 포함한 방대한 불교사상의 핵심이 담긴 단어 하나를 말한다면 무엇일까. 많은 이들이 ‘연기(緣起)’를 꼽지 않을까. 초기경전인 ‘맛지마니까야’에는 “연기를 보는 자는 법을 본다. 법을 보는 자는 연기를 본다”고 했으며, ‘우다나’에도 붓다가 네란자라 강변 보리수 아래에서 성도할 당시 7일 동안 결가부좌한 자세로 내관한 것이 12연기라고 전한다.

연기는 어원적으로 ‘의존하여 일어난다’ ‘연에 의해 일어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사라지면 저것이 사라진다’는 상호의존성을 말한다고 하나 그 깊은 뜻을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다. 붓다가 전법을 갈등하며 “내가 깨달은 이 법은 매우 깊고 보기 어렵고 깨닫기 어렵다. 적정 미묘하여 사유의 영역을 초월해 뛰어난 지자(智者)만이 깨달아 알 것이다”라고 했던 말과 상통한다.

이 책은 연기의 개념에 대한 치밀한 고찰을 바탕으로 일본에서 펼쳐진 두 차례의 연기 논쟁의 과정과 의미를 세밀하게 정리한 역저다. 제1차 연기 논쟁은 1920년경에서 1930년까지 일본의 불교학을 세계 불교학으로 발돋움시킨 대표적인 불교학자인 기무라 타이켄, 우이 하쿠주, 와츠지 테츠로가 등장해 논전을 벌이는 불교학사의 중요한 사건이다. 이어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초까지 사이구사 미츠요시, 후나바시 잇사이, 미야지 카쿠에 등에 의해 주도된 것이 제2차 연기 논쟁으로 소설을 읽듯 흥미롭게 전개되고 있다.

저자는 연기에 대한 정의가 불교학파와 시대에 따라 달라졌듯 “연기란 무엇인가?”를 둘러싸고 오간 논쟁이 불교사상의 역사를 움직였다고 말한다. 이 책의 가치는 누가 어떤 주장을 하고 이를 되받아쳤는지에 있지 않다. 불교의 핵심 교리인 연기를 두고 왜 그리 치열하게 논쟁했는지, 이것이 사상적·종교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연기가 우리 삶의 고통을 어떻게 해소시켜 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데 있다.

연기설의 역사는 외도, 즉 다른 종교나 사상과의 다툼 이상으로 불교 내부에 들어와 뿌리를 내리고 둥지를 튼 실체론자들과 투쟁의 연속이었다. 사부대중이 무지에 현혹되고, 언어에 갇히고, 근본번뇌에 굴복해 실체론에 기울 때면 눈 밝은 불교인들은 반드시 정통의 연기설·무상론·무아설에 입각해 잘못된 흐름을 바로잡아왔다. 저자는 그 끊임없는 문답과 질의, 성찰의 반복이 불교를 단련시켜 지적으로 세련되게 하고, 지금까지 불교의 정체성을 유지시킬 수 있었다고 역설한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619호 / 2022년 2월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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