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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부처님과 부처님 세계 - (4) 여래현상품

화엄경 부처님은 진리가 몸인  법신

복잡한 화엄경 읽기의 열쇠는
‘중해동청’ 40개 질문에 있어 
화엄경을 제대로 독서하려면
질문 어느 품인지 꼭 암기해야

지난번 연재를 통해 ‘거과권락생신분(擧果勸樂生信分)’이라는 상위 과목 속에 3개의 하위 과목이 있음을 소개했다. 이제는 그 과목 중 두 번째에 해당하는 (2)설법의식분(說法儀式分)을 보기로 한다. (2)에는 이하에서 펼쳐지는 ‘화엄경’ 설법이라는 결과가 발생하게 된 원인을 두 측면에서 밝혔다. 첫째는 ‘오랜 먼 인연’에 해당하는 ‘여래현상품 제2’에서, 둘째는 ‘현재의 가까운 인연’에 해당하는 ‘보현삼매품 제3’에서, 각각 원인을 밝혔다. 

순서대로 ‘여래현상품’을 분석해보기로 한다. 화엄 경학가들은 ‘여래현상품’을 6과목으로 쪼갠다. ①바다같이 많은 대중의 질문, ②광명을 놓아 인연 있는 중생들까지도 모두 소집, ③대중들이 모여 옴, ④미간백호에서 광명을 놓아 설법하실 뜻을 표시, ⑤모여든 대중들이 부처님의 공덕을 찬송, ⑥이상과 같은 현상이 이곳뿐만 아니라 온 우주에서도 일어나고 있음을 밝힘, 이렇게 말이다.

방대하고 복잡한 ‘화엄경’ 읽기의 열쇠는 ①에 있으니, 한문으로 ‘중해동청(衆海同請)’이라 하여 이곳에서 펼쳐진 질문 40개는 10개 씩 구분된다. ‘화엄경’을 구조적으로 독서하기 위해서는 위의 질문이 어느 품 어느 대목에서 나오는지를 외워두어야 한다. 
첫째는 부처님이 가진 능력에 관한 질문 10종인데, 즉, 지위, 경계, 가피 공덕, 행, 힘, 두려움 없음, 삼매, 신통하심, 자재하심, 그리고 누구도 능가할 수 없는 부처님만의 능력이다. 이런 질문에 대한 답변은 ‘여래현상품 제2’의 ⑤에서 모두 마치신다. 

둘째는 부처님의 몸매에 관한 질문 10종류인데, 즉 눈, 귀, 코, 혀, 몸, 몸빛, 광명, 음성, 지혜이다. 앞의 6종류 질문 관련 답변은 ‘이세간품 제38’에서, 그리고 몸빛은 ‘여래출현품 제37’에서, 광명은 ‘불부사의법품 제33’에서, 음성은 ‘여래출현품 제37’과 ‘보현삼매품 제3’에서, 지혜는 ‘여래출현품 제37’에서 하신다.

셋째는 부처님이 부리시는 다양한 조화 작용에 관한 질문 10종류인데, 세계(화장세계품 제5), 중생(광명각품 제9), 질서 정연한 법계(세계성취품 제4), 바다(화장세계품 제5), 바라밀(이세간품 제38), 해탈(입법계품 제39), 변화(광명각품 제9), 연설(사성제품 제8), 명호(여래명호품 제7), 수명(여래수량품 제31)인데, 그 대답이 설해지는 품을 괄호 속에 적어두었다.

넷째는 보살행에 관한 질문 10종류인데, 서원과 발심(보살문명품 제10, 정행품 제11, 현수품 제12), 다양한 수행 방법과 고해를 건너는 수단(십주품 제15),  실천(십행품 제21), 번뇌에서 벗어나는 길(십회향품 제25), 신통과 바라밀과 수행의 지위(십지품 제26), 지혜(십정품 제27에서 제보살주처품 제32까지)이다. 역시 괄호 속에 대답이 나오는 품을 표시했다. 이상은 ‘화엄경’ 전체에 걸친 요점이다.

자. 그러면 ‘여래현상품 제2’의 핵심 법문은 무엇인가? 그것은 ④와 ⑤이다. 이곳에서는 “청정법신 비로자나 부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대중들이 게송으로 드러낸다. 우선 ④에서 부처님께 미간백호에서 ‘모든 보살의 지혜 광명’이라는 이름의 광명을 놓으신다. 그 광명이 비추는 곳마다 그곳의 국토와 중생들이 나타난다. 또 부처님께서 수많은 세계를 ‘진동’시키니 세계마다 온갖 부처님과 부처님의 가르침과 보살 및 중생들이 나타난다. 그러고는 그 ‘광명’은 부처님을 오른쪽으로 휘감아 돌더니, 부처님 발바닥 속으로 들어갔다.

이때에 부처님 앞에 ‘큰 연꽃’이 나타난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부처님의 미간 백호상 가운데 ‘일체법승음보살’이라는 이름의 보살이 나타난다. 그 보살의 여러 부처님들의 위신력을 받아 비로자나 부처님의 모습을 찬송으로 묘사한다. 

불신충만어법계(佛身充滿於法界)
보현일체중생전(普現一切衆生前) 
수연부감미부주(隨緣赴感靡不周) 
이항처차보리좌(而恒處此菩提座)  
부처님 몸 온 법계에 가득하시니/ 간 곳마다 중생 앞에 나타나시며/ 인연 따라 골고루 나아가지만/ 언제나 보리좌에 항상 계시네.

‘화엄경’에 등장하는 또는 ‘화엄경’을 설법하시는 부처님은 진리 그 자체를 몸으로 삼으시는 법신(法身)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우리나라 오래된 법당 주련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문구이다. 한국은 화엄의 나라이다.

신규탁 연세대 철학과 교수 ananda@yonsei.ac.kr

[1619호 / 2022년 2월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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