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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각 이전의 보살의 희유한 공덕

무수한 공덕 갖춘 보살은 붓다 되기 위한 나침반

전생 복덕 갖춰 태어난 니카야 속 보살은 수행자 본보기 제시해
갓 태어난 보살의 일곱 걸음, 칠각지 의미…깨달음 예정 상징도
보살 묘사하는 강렬한 연상 작용은 수행자들 동기 부여가 목적

평창 월정사 석조보살좌상(국보). 이 보살상은 팔각구층석탑을 향해 공양을 올리는 자세를 하고 있다. 사진출처=문화재청
평창 월정사 석조보살좌상(국보). 이 보살상은 팔각구층석탑을 향해 공양을 올리는 자세를 하고 있다. 사진출처=문화재청

지난 연재에서 니카야 보살은 “정각 이전에 보살이었을 때”라는 정형구로 표현되며, 그 첫 번째 의미는 현생에서 정각을 위해 수행하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니카야 보살의 두 번째 의미는 전생의 공덕으로 인해 무수한 공덕을 갖추고 태어난 경우이다. 하르 다얄은 ‘희유하고 경이로운 성질에 대한 경’(Majjhima-Nikāya 123경)에서 이런 생각이 잘 나타난다고 지적하는데, 이하에서는 이 경에 대응하는 중아함 ‘미증유법경(未曾有法經, T1.469c17ff)’의 설명을 통해 보살의 희유하고 경이로운 성질이 무엇이며, 여기서 어떻게 보살 관념의 발전이 나타나는가를 보자.

‘미증유법경’에서 제시하는 보살의 희유한 성질은 다음과 같다. (1) 가섭불 시기에 붓다의 서원을 일으킴. (2) 도솔천에 태어나 다른 천신을 능가함. (3) 모태에 정지를 갖고 들어가고, 이때 대광명과 지진이 생겨남. (4) 모태에서 정지를 갖고 오른편으로 누움. (5) 모태에서 몸을 곧게 하고 머묾. (6) 태어날 때 피와 부정물에 의해 더럽혀지지 않음. (7) 태어날 때 네 천신에 의해 보호됨. (8) 태어났을 때 두려움 없이 7보를 걸음. (9) 태어났을 때 어머니 앞에 큰 연못이 생겨남. (10) 태어났을 때 공중에서 두 줄기의 비가 내려 세존의 몸을 씻겨줌. (11) 태어났을 때 천상의 음악과 춤. (12) 초선의 경험 이후에 나무그늘이 세존의 몸을 덮지 않음. (13) 따라나무의 그늘이 세존의 몸을 덮지 않음. (14) 원숭이가 꿀을 공양함. (15) 가사가 마를 때까지 비구름의 멈춤. (16) 삼매에 들었을 때 천둥과 벼락소리를 듣지 못함. (17) 홍수에 걸을 수 있도록 땅이 솟아오름. (18) 마라가 6년 동안 헛되이 그를 따라다님. (19) 7년간 신체에 대한 정념의 지속. (20) 수·심·법에 대한 정념의 지속이다.

위에서 언급된 보살의 희유한 성질은 한역에 대응하는 ‘희유하고 경이로운 성질에 대한 경’(이하 MN 123경)에서 제시된 20종의 성질과 내용이 매우 다르다. 여기서는 양자가 차이의 이유를 밝히는 데 목적이 있지 않기에 한역이 제시하는 특징에 주목해서 설명하고자 한다. 위의 20종의 희유한 성질 중에서 명백히 정각 이전의 사건인 18(마라가 6년 동안 헛되이 그를 따라다님)을 제외하면 크게 연대순으로 정리되어 있다고 보인다. 19(7년간 신체에 대한 정념의 지속)와 20(수·심·법에 대한 정념의 지속)은 분명치 않지만, 14(원숭이가 꿀을 공양함)와 16(삼매에 들었을 때 천둥과 벼락소리를 듣지 못함)은 적어도 붓다가 된 후의 사건이다.

먼저 주목할 만한 희유한 성질을 보자. 2(도솔천에 태어나 다른 천신을 능가함)에서 보살이 모태로 들어가기 전에 도솔천에 머문다는 얘기는 모든 전승에 공통된 요소이다. 3(모태에 정지를 갖고 들어가고 이때 대광명과 지진이 생겨남)에서 보살이 모태에 들어갈 때 대광명과 지진의 발생은 일반적 현상이다. 특히 대광명의 경우는 모태에서 나오고, 정각을 얻고, 첫 설법을 할 때에도 나타나는 현상으로 설해진다. 또 8(태어났을 때 두려움 없이 7보를 걸음)에서 7보(步)를 걸었다는 것은 ‘불본행경’에 따르면 칠각지(七覺支)를 상징하며, 이는 상좌부 전통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여기서 ‘MN 123경’은 “나는 세상에서 가장 높고 가장 수승하며 가장 존귀하다. 이것이 나의 마지막 생이며 더 이상의 재생은 없다”는 선언을 한다. 여기서 앞부분은 우리에게 ‘천상천하유아독존’으로 친숙하게 알려진 것이고, 뒷부분은 자신이 더 이상 윤회하지 않음을 확인하는 아라한의 사자후로서 알려진 것이지만 ‘미증유법경’에는 나오지 않고, 단지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잡사’에 나온다. 여하튼 7보가 칠각지를 상징한다면, 이는 갓 태어난 보살에게 이미 칠각지의 성취가 예정되어 있고, 이를 통해 정각의 증득도 예정되어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보살과 붓다의 이러한 연속성은 한역에 나타나는 보살의 희유한 성질의 나열에서도 보인다. 18(마라가 6년 동안 헛되이 그를 따라다님)을 제외하면 13(따라나무의 그늘이 세존의 몸을 덮지 않음)부터 제시되는 요소들은 정각 이후의 붓다에게 속한 희유한 성질로 보이기 때문에 정각 이전의 보살에게 귀속시키기에는 문제가 있다고 보인다. 그럼에도 ‘미증유법경’의 편찬자가 보살에 붓다의 속성을 덧붙인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로 들 수 있는 것은 수행적인 동기이다. 아날라요(Anālayo)가 지적하듯이 MN 123경과 ‘미증유법경’에는 다양한 시각적 이미지가 많이 나온다. 특히 후자에는 대광명과 지진, 큰 연못의 출현, 공중에서 내리는 두 줄기의 빗물, 나무그늘, 비구름의 멈춤, 땅의 솟아오름 등 거의 모든 항목에서 강렬한 연상 작용을 일으키는 이미지가 나온다. 
이것들은 기본적으로 보살이나 붓다를 외적으로 장엄하는 장치이지만, 경은 이런 이미지를 보살로서의 수행을 위해 보다 시각적으로 활용하려고 한다. 즉, 이런 외적인 장엄에 의거해서 정념을 갖고 모태에 들어가서 거기에 머무는 희유함이나 삼매에 집중하거나 또는 사념처를 7년간 지속적으로 행하는 내적인 희유함을 찬탄하려는 것이다. 외적인 이미지와 내적인 수행론적 요소의 결합을 통해 비구들에게 완성된 수행을 위한 동기부여가 온전히 성취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이상적 모델로서의 붓다의 성격 때문이다. 특히 13(따라나무의 그늘이 세존의 몸을 덮지 않음) 이후의 기술을 자리와 타리의 측면으로 나눈다면, 14(원숭이가 꿀을 공양함)와 15(가사가 마를 때까지 비구름의 멈춤), 17(홍수에 걸을 수 있도록 땅이 솟아오름)은 모두 설법과 관련된 일화에서 따온 것으로 보이며, 그런 한에서 이타행일 것이다. 반면 16(삼매에 들었을 때 천둥과 벼락소리를 듣지 못함)과 19(7년간 신체에 대한 정념의 지속), 20(수·심·법에 대한 정념의 지속)은 자리행에 속할 것이다. 자리와 타리의 실천자로서 붓다는, 이러한 생생한 이미지들이 지속적인 영감의 원천으로서 작용하는 한, 위대한 스승으로서 제자들의 마음속에서 계속해서 살아있을 수 있었기에, 이러한 스승의 역할을 이미지화하는 것은 특히 불교 초기의 무불상 시대에는 더욱 필요했을 것이다.

MN 123에서는 나오지 않는 1(가섭불 시기에 붓다의 서원을 일으킴)의 가섭불의 등장도 바로 스승의 역할이라는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가섭불은 상좌부 전승의 붓다방사(Buddhavaṃsa)에서 과거7불 중에서 여섯 번째 붓다이다. 현생의 석가모니불이 가섭불 시기에 붓다가 되겠다는 서원을 일으킨 것처럼, 그리고 그 결과 정각 이전의 고타마 보살이 무량한 공덕의 신체를 받고 태어나 붓다의 상태를 증득하기 위해 노력하여 마침내 석가모니 붓다가 된 것처럼, 그리고 붓다의 행위란 결국 자리와 타리의 실천에 다름 아닌 것처럼, 그렇게 비구들에게 붓다의 행위를 본받으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니카야의 두 번째 유형의 보살도 결국은 수행자 보살의 범주에 속할 것이며, 첫 번째 유형의 니카야 보살과의 차이는 단지 여기서 이상적 스승으로서의 붓다를 본받으려는 측면이 강조되고 있는데 있을 것이다.

안성두 서울대 철학과 교수 sdahn@snu.ac.kr

[1619호 / 2022년 2월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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