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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장이 두터우면

기자명 황산 스님

살아간다는 건 연기의 연속
인과 존재하나 이해 못할 뿐
지혜로운 불자의 참모습이란
재앙원리 이해하고 정진·봉사

2029년 4월14일 인류가 멸망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날 아포피스라는 소행성이 지구 바로 옆을 스쳐 지나가는데 지구와 충돌할 확률이 2.7%라고 합니다. 지름 400m의 소행성인 아포피스와 충돌하면 히로시마 원폭의 8만 배나 되는 폭발이 일어난다고 하니 인류에겐 커다란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 소행성을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요? 

인류는 무방비 상태의 충돌을 피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우주의 원리나 상태를 다 보지 못합니다. 언제 어떤 상황이 태양계에 일어날지 모르는 일이 훨씬 더 많습니다. 기술의 발달로 10년에 한 번씩 태양을 공전하는 아포피스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 것 자체도 놀라운 일입니다. 이는 업장과 인과응보를 이해하는 중요한 힌트가 됩니다. 

업장이 두텁다고 생각하시나요? 두텁다면 얼마나 두터운가요? 그런데 업장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아시나요? 

업이란 의도가 있는 행동을 말합니다. 모든 생명의 행동(말과 생각을 포함)은 어떤 의지작용 등의 형태가 되어 세력을 형성하는데 그것은 끝없이 변화하는 상황과 연기(緣起)하여 펼쳐집니다. 생명이 살아간다는 것은 이것을 의미합니다. 업은 몸으로 지은 업과 마음으로 지은 업, 말로 지은 업으로 분류됩니다. 이 몸과 말과 마음으로 지은 업이 대상과 연기하면 인과응보가 생깁니다. 내 업(業)이 하나의 대상에 연기하는 것이 아니고, 우주의 모든 것 즉 중중무진(重重無盡)한 것들과 시간차로 연기합니다. 하지만 각 대상에게도, 나에게도 에너지의 크고 작음이 있어서 인과가 나타나는 순서는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과거로부터 지금까지의 경험들이 어떤 식으로든 무의식에 저장되어 있고 그것들과 현재의 상황이 연기적으로 중중무진하게 상호작용을 하는 것입니다. 그 상호작용은 예측되는 것도 있고 의외의 현상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인과응보은 순현업이라고 해서 현생에 나타나기도 하고, 순생업, 다음 생에 나타나기도 하며, 순후업, 다음 생 이후라도 언젠가 나타나게 됩니다. 

과보의 원인이 되는 경험(종자)은 마음속에서 계속 숙성되어갑니다. 숙성시키는 주체는 나 자신입니다. 여기에 중요한 진리가 있습니다. 악한 경험이 어떤 노력을 통해 선한 것으로 바뀌는 것을 ‘업장소멸’이라고 합니다. 

사찰에서 49재를 지내다 보면 사연이 참 많고 다양합니다. 갑자기 돌아가시는 분도 있으며 자식이 먼저 죽기도 합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분도 있고 코로나19 감염으로 돌아가시는 분도 있습니다. 90세가 넘어 호상이라는 분도 있고, 실종되어 시신을 찾을 수조차 없는 사례도 있습니다. 이렇게 사람이 죽는 순간의 모양을 보면 너무나도 무상합니다.

죽음만 그런 게 아닙니다. 사찰에서 상담할 때 사람들의 사는 모습도 참으로 다양함을 봅니다. 성공한 사람도 있고, 실패하는 사람도 있으며, 건강에 문제가 있기도 합니다. 남녀, 형제, 자매, 친구, 이웃, 직장 등의 관계에서 희로애락과 우비고뇌가 켜켜이 쌓여 있습니다. 이렇게 살아가는 모양새만 봐도 아이나 어른 모두가 무상합니다. 

착하게 살았는데도 불행한 일이 생기기도 합니다. 부처님 전에 기도 열심히 했는데 재앙이 닥치기도 합니다. 남을 위해 보시하고 봉사를 끝없이 하는데도 불행이 왔다며 부처님이 계신 데 어찌 이런 일이 생기냐고 원망하는 분도 있습니다. 

더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생각합시다. 인과는 분명합니다. 다만 그 현상을 우리가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10년에 한 번씩 태양을 공전하는 아포피스가 천 년에 한 번 생기는 재앙이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업장이 두텁고 가볍고를 떠나서 겪어야 할 일입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금생에 지은 업장이 두터워 죽기도 하지만 아주 먼 인과로 인해 죽음이 오기도 합니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황산 스님
황산 스님

업장 타령을 하면서 죄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돌이켜 봅시다. 재앙의 원리를 이해하고 기도 정진하며 봉사하는 것이 지혜로운 불자의 참모습입니다.

황산 스님 울산 황룡사 주지
hwangsanjigong@daum.net

 

[1619호 / 2022년 2월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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