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술술 읽히고 새록새록 신심 솟는 부처님 일대기

  • 불서
  • 입력 2022.02.11 20:10
  • 수정 2022.02.12 06:51
  • 호수 1620
  • 댓글 1

도표로 읽는 부처님 생애
글 묘장 스님·그림 배종훈 / 민족사 / 248쪽 / 1만5800원

국제 긴급구호 전문가로 활동하며 신심과 원력으로 집필
쉽고 흥미로운 서술 특징…배종훈 작가 카툰·도표도 눈길
뭇 생명 위해 자신을 희생했던 부처님 전생 얘기도 수록

묘장 스님은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부처님과 가까워지고 신심이 깊어지고 부처님의 삶을 닮아간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민족사
묘장 스님은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부처님과 가까워지고 신심이 깊어지고 부처님의 삶을 닮아간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민족사

불교는 전 세계적으로 5억7000만명이 믿고 따르는 종교다. 그 시작은 2600여년 전 부처님의 깨달음이었다. 그러면 불교라는 세계종교를 탄생시킨 부처님이 누구일까. 단순한 물음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오늘날 부처님을 ‘인간’으로 보는 것이 당연시 여겨지나 불과 100년 전까지도 부처님의 인간적인 면모는 주목받지 못했다. 궁극의 깨달음을 이룬 부처님은 인간 범주를 넘어 최고 신격인 범천에 이르기까지 뭇 존재들의 스승이자 귀의처로 받아들여졌다. 산치대탑 등 고대미술에서 나타나듯 부처님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보리수·법륜·발자국이 대신했다.

부처님의 외형적 특성인 32상80종호도 일반 사람들과 다른 초월적인 모습으로 표현하려는 의도였으며, 부처님을 일컫는 불(佛)자가 ‘사람 인(人)’과 ‘아닐 불(弗)’의 합성어로 ‘사람이 아니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부처님에 대한 신격화라기보다 인간과 신이라는 중생을 모두 넘어설 정도로 부처님을 위대하고 경이로운 존재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구 합리주의와 기독교가 확산되면서 한국불교는 미신적·주술적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했고 기독교와 차별성도 부각시켜야 했다. 1920~30년대를 거치며 ‘인간 붓다’라는 획일화된 시각은 이렇게 시작됐다.

묘장 스님(서울 학도암 주지·더프라미스 긴급구호이사)의 ‘도표로 읽는 부처님 생애’는 기존 책들과는 사뭇 다른 부처님 모습을 보여준다. 초기불교 및 대승불교 경전들에 나타나는 부처님과 학계 연구 성과를 반영하면서도 애써 이성과 합리의 틀에 가두지 않는다. 스님들이 아침저녁으로 합송하는 예불문의 첫 구절인 ‘지심귀명례 삼계도사 사생자부 시아본사 석가모니불’처럼 “삼계(三界)를 이끄는 스승이시고, 사생(四生)의 자비로운 아버지이신, 우리들의 근본 스승 석가모니 부처님께 지극한 마음으로 목숨 바쳐 예배 올린다”는 지극한 경외감으로 써 내려갔음이 곳곳에서 읽혀진다.

이는 스님이 수행자로서 걸어온 행적과 무관하지 않다. 1991년 김천 직지사에서 웅산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이후 불교사회복지와 국제 긴급구호 전문가로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를 지구촌 곳곳에 전해왔다.

아이티 대지진 조계종 의료봉사단장, 동일본 대지진 긴급구호단장, 태국 대홍수 긴급구호단장, 네팔 대지진 합동지원단장, 포항 지진 긴급구호단장, 네팔 홍수 긴급구호단장을 맡아 현지에서 활동했다. 그 과정에서 수차례 죽음의 위기를 겪어야 했고 그럴 때면 부처님을 떠올렸다. 수많은 전생을 거치며 부처님은 비둘기 한 마리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허벅지 살을 베어내는가 하면, 새끼 밴 어미사슴을 대신해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내놓았다.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는 숱한 보살행을 통해 ‘싯다르타 보살’이 마침내 부처님이 되셨음을 잘 알았다. ‘나 또한 그 길을 따라야 하지 않겠나’고 거듭 다짐했다. 스님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수록 부처님에 대한 신심과 마음속 평화가 더 깊어질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이 책에는 부처님 전생에 대한 얘기와 다양한 일화들이 많이 실렸다. 수메다의 구도행, 연등부처님의 수기, 살을 베어 내준 보살, 니그로다 사슴의 중생구제, 은혜를 잊은 자의 최후, 자기희생으로 무리를 구한 원숭이, 굶주린 호랑이를 위해 몸을 던진 왕자, 설산동자가 뛰어내린 까닭 등은 흥미로우면서 진한 여운이 남는다. 부처님이 걸었던 그 길은 자비, 지혜, 연민, 평화, 생명, 상생의 길이었으며, 우리도 뒤따라야 할 진리의 길임을 일러준다.

마야부인 옆구리에서 태어난 ‘아기보살’이 말한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 삼계개고 아당안지(三界皆苦我當安之)’에 대한 설명도 눈길을 끈다. ‘하늘 위 하늘 아래 내가 오직 존귀하니, 고통에 휩싸인 삼계를 내가 마땅히 편안케 하리라’는 것은 인류 역사에서 전무후무한 일대 선언이며, 인류의 어떤 성인도 이런 말을 한 적이 없음을 상기시킨다. 수많은 생명들과 천신들의 스승이자 자비의 화현이기에 부처님 스스로 오직 존귀하다는 것이며, 고통에 신음하고 있는 모든 중생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편안케 하겠다는 의미임을 역설한다. 또 불성을 가지고 있는 우리 모두가 존귀하다는 의미로 탐냄·성냄·어리석음으로 가득 찬 ‘나’를 버리고 본래부터 존귀한 ‘나’를 찾자는 것임을 강조한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는 깨달음과 지혜, ‘삼계개고 아당안지’라는 자비실천의 의지는 부처님의 일생은 물론 이 책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이다.

가장 위대한 진리의 실현자인 부처님이 하셨던 말씀이 경전에 담겨 있다면 여기에는 부처님의 모습과 행동이 상세히 실렸다. 불자들에게 부처님의 일생보다 더 큰 가르침과 울림이 있을까. 스님은 머리말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부처님의 생애가 너무나 머나먼 이야기가 아닌 우리 곁에 가까이 살아계시던 분의 생생한 이야기로 느껴지길 기대하면서 썼다. 이 책을 통해 부처님과 가까워지고 신심이 깊어지고 부처님의 삶을 닮아간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다”고 했다. 부처님 삶을 화두 삼아 정진하고 열정적으로 전법하고 있는 스님의 깊은 신심과 원력이 이뤄낸 뜻깊은 결실이다. 배종훈 작가의 카툰과 도표도 이 책이 지닌 의미와 가치를 더해준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620호 / 2022년 2월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