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서정을 가장 한국적으로 노래하는 사람는 소리꾼 장사익이 일상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장면을 프레이밍해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추상의 세계로 이끄는 사진전을 연다.
장사익 사진전 ‘장사익의 눈’은 3월16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프라자에서 개최된다. 진정성과 호소력 넘치는 목소리로 깊은 울림을 주는 장사익의 이번 전시는 2019년 서예전에 이은 두 번째 자리다. 노래하듯 유려한 글씨를 선보였던 서예전에 이어 이번에는 벽과 사물의 일부를 프레이밍해 대상의 구체성을 벗어나 대상에서 느껴지는 미학적 감수성을 드러냈다.
이번 전시에서는 80×100cm 크기의 작품 60여점을 만날 수 있다. 사진과 그림의 경계가 모호한 그의 작품은 누구나 손쉽게 사용하는 스마트폰을 사용했다. 코로나로 인해 공연이 뜸하던 최근 몇 년간 장사익은 동네를 산책하며 전봇대에 붙은 작은 부착물, 낡은 벽의 낙서 같은 그림, 시간이 퇴색시킨 담장의 페인트칠 등을 스마트폰으로 클로즈업해 자신만의 구도로 채집했다.
장사익씨는 “배움도 없이 그냥 멋대로 노래하듯 해본 일들이 대중과 만나게 되어 치열하게 작업하는 선생님들에게 혼나지나 않을지 모르겠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의 일상이 추상이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3년 마치 벽을 마주한 것과 같은 답답한 시간은 그에게 사진이라는 새로운 면벽수행의 계기가 되었다. 더구나 스마트폰으로 촬영했다는 것은 예술에 대한 접근이 일상적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일이어서 더 의미가 있다. 그동안 간과했을 뿐 우리가 보지 못한 일상의 한 조각을 새삼스럽게 발견한 경험을 통해 우리의 일상이 곧 예술이 될 수 있음을 자각하게 만드는 독특한 전시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