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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살생업 쌓는 전쟁 중단하라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22.03.07 11:17
  • 호수 1623
  • 댓글 0

러시아 철군 전 세계인 요구
어떤 명분도 전쟁 용인 안돼
“죽이는 자는 죽임을 당하고
이기는 자는 끝내 패한다!”

러시아가 끝내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냉전 이후 30년 동안 유지돼온 국제질서가 요동쳤다. 영국의 한 싱크탱크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 GDP가 1200조원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우리 불자들이 바라보아야 할 건 계산기가 아니라 전쟁 참상이다. 

군사시설에 이어 민간인 주거지에도 무차별 포격이 가해졌다. 제2도시 하르키우의 아파트 밖에 시체가 널려 있고 거리는 불탔다. 동네 슈퍼마켓에 갔다가 러시아군 포격에 사망한 우크라이나 6세 소녀의 사진은 전 세계인을 깊은 슬픔에 빠뜨렸다. 눈을 감은 채 축 늘어져 있는 어린 딸, 피로 범벅이 된 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흐느껴울고 있는 아버지, 그리고 아이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의료진. 어떤 명분으로도 침공은 용납될 수 없음을 이 사진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민간인에게 ‘진공폭탄’을 사용했다는 주장도 제기된 바 있다. 잔혹한 살상력을 감안해 제네바협약에서도 금지한 무기다. 전 세계의 비난에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핵 카드’까지 꺼내들며 “상관말라”는 엄포마저 서슴지 않고 있다. 세계 3차대전, 인류의 공멸을 부를 핵 위협은 절대 용인될 수 없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즉각 철군을 요구하는 결의안이 유엔 긴급특별총회에서 채택됐다. 한국을 포함해 141개국이 압도적으로 찬성했다. 침공 일주일 만에 나온 ‘지각 결의’라는 비판을 받지만 유엔이 러시아의 전쟁행위를 규탄하는 것은 의미 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국제사회의 연대와 지원 확대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유럽, 중동 등의 전 세계에서 평화를 염원하는 반전시위가 줄을 잇고 있다. 주한 우크라이나대사관 공식 페이스북 계정 등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는 전쟁 반대와 러시아 철군을 요구하는 글이 이어졌다. “전쟁을 일으키는 그 어떤 인간도 국가도 용서해서는 안 된다.” “우크라이나 힘내라.” “우리가 우크라이나다!” 외침은 종전과 평화를 갈구하는 성스러운 함성이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를 비롯한 조계종, 태고종, 관음종 등의 주요 종단들도 잇달아 성명을 내며 평화를 염원했다. 종단협의회는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무고한 시민이 살상을 당하고 위협받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이번 전쟁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당사국만이 아닌 지구촌 공생질서의 문제”라고 짚었다. 조계종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결국 자신들의 이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벌이고 있는 명분 없는 전쟁”이라고 못 박았다. 아울러 조계종은 전국사찰에 배포한 ‘우크라이나 평화를 위한 발원문’을 통해 “우리는 생명을 존중하고 삶의 공존을 실현해 차별 없는 세상이 열리고 갈등과 분열이 있는 곳에 평화의 씨앗을 뿌려 세계일화의 인연공덕에 수희 동참하겠다”고 했다. 태고종은 “총칼을 버리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인류공동의 평화를 되찾을 것”을 촉구했고, 관음종도 “러시아는 즉각 전쟁을 중단하고 우크라이나와 즉각 협상을 시작하라”고 요구했다.

부처님은 폭력적 행위를 통한 승리가 아닌 자신과의 싸움에서 번뇌를 정복한 사람을 진정한 승리자라고 했다. 폭력, 전쟁 등은 모두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려는 무명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부처님은 “전쟁의 승리는 원망을 낳고 패한 자는 잠을 못 이룬다”고 하셨다. 또한 “죽이는 자는 죽임을 당하고, 이기는 자는 패하며, 욕하는 자는 욕을 먹고, 화를 내는 자는 화를 받는다. 행위는 돌고 또 돌아 빼앗긴 사람이 다시 빼앗는다”고 말씀하셨다.

다행스럽게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민간인 대피를 위한 인도주의 통로 개설, 통로로 민간인이 대피할 시 일시 휴전하는 데 합의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 미하일로 포돌랴크는 “양측이 (민간인 대피 중) 일시 휴전과 함께, 인도주의 통로를 만드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며 “조만간 인도주의 통로 운영을 위한 연락·조율 채널을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법구경’의 폭력의 경에 새겨있는 게송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흐르기를 간절히 바란다. “모두가 폭력을 두려워하고, 모두가 죽음을 무서워한다. 죽여서도 안 되고, 죽게 해서도 안 된다. 모두의 삶이 소중하다.”

[1623호 / 2022년 3월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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