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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년 동국 시문학사에서 가려낸 명시 108편

  • 불서
  • 입력 2022.03.07 13:32
  • 수정 2022.03.11 22:00
  • 호수 1623
  • 댓글 0

날카로운 첫 키스 /  삶은 애닯기만 하리
동국문학인회 엮음 / 동학 / 164쪽 
각 1만2000원

동국문학인회, 작고시인·현역시인 108인 대표시 선별 출간
만해·양주동·서정주·조지훈·이형기·문효치·문정인 등 포함

문인들에게 동국대는 시인학교다. 동국대 전신인 명진학교 1회 졸업생이자 초대 동창회장 만해 스님을 필두로 동국대는 그동안 교과서에 등장하고 대중들의 사랑을 받은 많은 시인들을 배출했다.

동국문학인회가 엮은 ‘동국108 시선집’은 동국의 시가 한국 시의 역사이며 한국문학의 긍지임을 보여준다. 2014년 동국대 개교 108주년을 기념해 작고시인과 현역시인들의 시를 모아 ‘날카로운 첫 키스’와 ‘삶은 애닯기만 하리’로 각각 엮었던 것을 보완했다.
‘님의 침묵’에서 제목을 따온 ‘날카로운 첫 키스’에는 만해 스님을 시작으로 오상순, 정지용, 양주동, 신석정, 조종현, 김달진, 김어수, 김기림, 서정주, 함형수, 조지훈, 이원섭, 이형기, 김관식, 황명, 하희주, 최재복, 송혁, 정채봉 등 47명의 시인들 대표시가 수록됐다.

이들은 일제강점기, 해방 공간, 근현대기 동안 분노와 저항의 시대정신이었으며, 민족적인 자긍심과 감수성을 일깨웠다. 동국대에서 시를 익히고 불교의 훈습에 자연스레 젖었기에 시인들의 언어에서는 삶에 대한 보다 깊은 혜안과 관조의 미학이 배어났다. 특히 1940년대 후반 동국대 국문과는 한국문단을 대표하는 곳으로 주목받았다. 시인이며 국문학자였던 양주동 박사가 전임교수로 포진하면서 이병기, 정인보, 박종화, 정지용, 김기림, 이하윤, 김광섭 등 당대 최고 문인들이 강사로 출강했다. 1960~1970년대 시인 서정주 교수가 국문학과 좌장이 되면서부터는 매년 가장 많은 시인을 배출해 ‘시인부락’ ‘시인학교’라는 별칭으로도 불렸다. 장영우 동국대 문예창작과 명예교수가 책 말미에서 밝혔듯 이는 만해 스님을 문학적·정신적 비조로 하여 명진학교 시절부터 연면하게 이어온 불교와 문학 전통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명품 시의 전통은 후학들에게로 이어졌다. 2000년대 이후 비교적 쉬워졌지만 그 전까지 등단시인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전국의 시인 지망생들이 소수의 신문과 문예지에서 여는 공모전에 입선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고, 등단하면 플래카드가 내걸릴 정도였다. 1950년대 16세의 천재소년 이형기가 ‘문예’로 등단한 것은 문단의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어 황명이 195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신경림이 1955~1956년 ‘문학예술’로 시인의 자격을 얻었으며, 동국의 선후배들이 앞서거니 뒤서니 하면서 동국시단의 주춧돌을 쌓아올렸다. 1967년 고교시절부터 전국 고교백일장을 휩쓸었던 문정희 시인이 대학 1학년 때 정식 시인의 자격을 획득하는 등 지금까지 수많은 동국 문인들이 시인의 대열에 속속 합류했다.

신경림 동국대 석좌교수의 ‘고향길’ 구절서 제목을 딴 ‘삶은 애닯기만 하리’는 현역시인 중 61명을 선정해 대표작을 싣고 있다. 공관규, 김초혜, 김택근, 문정희, 문태준, 문효치, 박가경, 박소란, 송정란, 신경림, 윤제림, 홍사성, 홍신선, 휘민 등이다. 1906년 동국대 개교 후 116년 동안 900여명에 이르는 문인들이 써내려간 시들 중 고르고 골랐기에 매 시마다 빛나는 감성과 통찰을 감상할 수 있다. 기발한 어휘와 유연한 문맥의 조합으로 서정의 극치를 보는 즐거움도 크다.
 

윤성이 동국대 총장은 서문에서 “수록 시편들은 동국대 인문학의 유서 깊은 전통과 문화예술 콘텐츠의 밝은 미래를 가리키는 등대 불빛이 되어줄 것”이라며 “동국의 대표 시집을 통해 지혜와 평안과 위로와 희망의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발원한다”고 말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623호 / 2022년 3월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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