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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빠사나 수행 김영옥(도혜·58) - 하

기자명 법보

선배 덕분에 위빠사나 입문해
호흡으로 시작해 마음도 관찰
포기하지 말라는 격려에 정진
부처와 하나되는 방편임 확신

도혜·58
도혜·58

지금 돌이켜 보면 ‘그 고통스런 마음에서 무척이나 벗어나고 싶었지 않았던가’하는 생각이 든다. 그말을 듣고 생각난 가장 미운 사람은 엄마랑 막내오빠였다.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다. 그들을 용서하기 위해 108배 참회를 계속했지만 참된 인간의 삶을 흉내내는 듯했다. 하루 이틀 회사를 마치면 서둘러 귀가해 저녁 참회기도를 이어가던 어느 날, 상대의 잘못보다 나의 잘못이 떠오르기 시작하며 끝임없이 눈물이 흘렀다. 이런 체험을 하고나니 머리를 깎지 않아도 부처님 말씀을 따르는 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기도, 공양, 중생제도가 삶의 1순위가 되고 사적인 일은 2순위가 됐다. 정성들여 기도하고 공양을 올리며 중생제도에 힘쓰는 등 불자의 삶에 최선을 다했다. 불자로서 절이던 집이던 항상 말과 행동이 같아야 한다는 생각에 부단히 노력했고, 차차 방탕했던 삶에 변화가 찾아왔다.

겉으로 비춰지는 모습은 많이 바뀌었다. 그러나 탐진치는 억지로 눌러놓은 듯 또다시 뛰쳐나왔다. 속상했지만 수행이 부족한 탓이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추스리고 수행을 이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도반 역시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음을 알았다. 세상을 잃은 표정과 함께 “잘하라고 혼내시는데 왜 상처만 자꾸 쌓여가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들은 순간 벼락을 맞은 듯 몸이 굳어졌다. ‘부처님 진리에 가까이 가기엔 아직 갈 길이 너무 멀구나. 여기에선 나의 궁금증이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25년 가까이 지낸 곳을 떠나기 쉽지 않았다. 

수없이 많은 잠 못드는 밤을 보내며 고심한 끝에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새로운 길을 찾기로 결심했다. 나의 발원이 닿았을까? 오래전 알던 선배 수행자와 연락이 닿았다. 그 분은 ‘위빠사나1·2' ‘보면 사라진다’ ‘붓다의 호흡법 아나빠나삿띠’ ‘붓다의 후예 위빠사나선사’ 등을 저술한 김열권 법사님이다. 김 법사님은 훌륭한 스승님을 만났다는 나의 인사에 “저는 스승이라기보다 먼저 길을 걸어간 선배 도반쯤으로 여기시면 됩니다. 우리의 스승은 부처님과 경전”이라고 말했다. 김 법사님의 가르침 속에 나의 위빠사나 수행이 시작된 순간이었다.

위빠사나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본다’는 뜻이며 자기 자신을 성찰함으로써 스스로를 정화하는 과정이다. 수행자는 마음을 집중하기 위해 자연적인 호흡을 관찰하는 것부터 시작해 예리하게 집중된 마음으로 몸과 마음이 항상 변화한다는 것을 관찰하게 되고, 무상(無常)·고(苦)·무아(無我)·인과(因果)라고 하는 보편적이고 우주적인 진리를 경험하게 된다. 

‘상윳다니까야' 11권에 있는 말씀 중 “수행승들이여, 이교도의 수행자들이 그대들에게 ‘수행승 고따마는 무엇을 닦고 무엇을 익히며 우안거를 지냈는가?’라고 질문한다면 그대들은 이교도 수행승들에게 ‘벗들이여, 세존께서는 우안거에 호흡의 알아차림에 대한 집중을 닦고 호흡의 알아차림에 대한 집중을 익힌다’고 답하라. 나는 깊이 알아차려 숨을 들이쉬고 깊이 알아차려 숨을 내쉰다”는 구절을 보며 위빠사나 수행길을 걷겠다는 마음이 굳어졌다.

처음엔 새로 접하는 용어들과 내용이 어렵게 느껴져 앞서간 선배 도반들을 따라가기 버거웠다. 그러다보니 ‘지금까지 나는 뭘하고 있었던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넘어야 할 높은 산들이 겹겹이었다. 그러나 “포기만 하지 않고 가시면 됩니다”라는 김 법사님의 말씀 덕분에 지금껏 정진할 수 있었다. 

아직 위빠사나 수행 초보단계이지만 원망·미움·싫어하는 마음에 이끌리며 반응하기보다 현재의 감각과 감정, 마음 관찰에 집중하다보니 안팎에 살펴지는 지혜들이 생겨난 것이 느껴진다. 반응이 일어나면 반응한 줄 알아차리고, 일어났다 사라짐의 진리를 깨닫는 재미난 수행을 하고 있다. 이런 생활의 반복 속에 주위 사람들과 어리석게 주고받는 마음과 사건사고가 자연스레 줄어들었고 평화로운 일상 속 수행이 이어졌다.

위빠사나 수행을 지속해오며 이 길을 걷는 것이 부처와 하나 되는 방법이란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수행정진에 힘쓸 것이다.

[1623호 / 2022년 3월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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