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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가재일이 뭔가요?"

  • 기자칼럼
  • 입력 2022.03.14 10:19
  • 수정 2024.03.13 18:00
  • 호수 1624
  • 댓글 3

최근 출가재일을 맞아 전국 사찰들이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지 취재했다. 예상외로 출가재일을 기념해 행사를 진행하는 사찰‧단체가 극히 적었다. 종일 전화를 돌렸지만 10여 곳만이 특별기도, 집중수행 등 일정을 준비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게다가 몇몇 사찰 종무원들은 “출가재일이요? 그게 뭔가요?”라고 되묻기까지 했다. 어떤 날인지 간략히 설명해주자 잠깐의 침묵이 흐른 뒤 “우린 그런 행사 안한다”는 퉁명스런 대답이 돌아왔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 탓만은 아니었다. 주지스님과 종무원들이 불교의 명절인 출가·열반재일 자체를 중시하지 않는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부처님이 모든 중생이 윤회에서 벗어나 해탈의 경지에 이르도록 하기 위해 왕궁을 나선 출가재일(음력 2월8일)은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신 부처님오신날(음력 4월8일), 용맹정진 끝에 깨달음을 얻은 성도재일(음력 12월8일), 45년간 중생교화 이후 열반에 들은 열반재일(음력 2월15일)과 함께 불교의 4대 명절이다. 모두 부처님 생애의 중대 사건들이기에 불자들은 이날 부처님을 찬탄하고 가르침을 되새기는 계기로 삼아왔다. 지난해 불교계가 코로나19 팬데믹이 야기한 어려움에도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해 거리에 연등을 달고, 간소화된 제등행렬, 온라인 봉축법회 등을 진행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나마 성도재일은 꾸준히 진행하고 있어 다행이지만 출가재일과 열반재일이 퇴색하고 있는 점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출가재일’은 부처님의 출가로 승가공동체가 설립되고 불자들의 보시가 이어지며 불교가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기에 큰 의미가 있다. 부처님 이전의 수행자들은 동굴이나 오두막에 머물며 엄격한 수행에 매진했다. 고타마 싯다르타 태자가 출가해 깨달음을 얻음으로써 수많은 제자들이 모여들어 출가공동체 승단이 만들어졌다. 승단이 생기자 재가신도들은 보시 등 선행의 기회를 얻었고 수행자들은 신도들에게 전법하는 공덕을 쌓을 수 있었다. 출가공동체 문화는 현재 종단, 사찰 등으로 이어져오고 있다.

‘열반재일’이 지닌 의미도 무게가 다르지 않다. 부처님은 40여년간 전법하며 중생교화에 힘쓰고, 열반에 들어가면서까지 ‘자등명 법등명’이란 가르침을 내리며 수행정진할 것을 강조했다. 자등명은 ‘자기 자신을 등불로 삼으라’는 뜻으로 자기 자신이 곧 수행의 주체임을 말하고 법등명은 ‘가르침을 등불로 삼으라’는 뜻으로 불법(佛法)에 의지하라는 가르침이다. 열반은 곧 깨달음을 얻은 최고의 경지를 말하는데, 부처님의 이러한 가르침은 중생들이 탐·진·치에 흔들리지 않고 열반을 성취하겠다는 서원을 갖는 계기가 됐다. 부처님의 출가가 있어 종단과 사찰이 생겨났고, 열반에 드심으로써 중생들이 불법에 매진하여 수행 정진할 수 있는 것이다.

고민규 기자
고민규 기자

불자들에게 불교 4대 명절은 모두 특별하다. 출가자 감소가 당면 과제로 떠오른 불교계에 출가재일은 출가의 참뜻을 새기고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열반재일도 고령화 사회에서 어떻게 노년과 인생을 뜻깊게 마무리 할 것인지 배우고 성찰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지금처럼 전국 사찰들이 부처님오신날 같은 특정 명절에만 편향된다면 다른 명절의 의미는 더욱 퇴색되고 결국 사라질 것이다.

고민규 기자 mingg@beopbo.com

[1624호 / 2022년 3월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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