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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달리트 단체, 불교 비하 정치인에 사퇴 요구

  • 해외
  • 입력 2022.03.17 21:00
  • 수정 2022.03.18 16:40
  • 호수 1625
  • 댓글 0

수다카르 카르나타카주 장관, “브라만, 인도 불교 위험에서 구해”
SNS계정 ‘불교 찬양’ 사실 알려지자 일각선 정치적 의도 해석도

달리트 지식인들이 수다카르 장관의 발언을 비판하고 있다. 더뉴스미닛 캡처.
달리트 지식인들이 수다카르 장관의 발언을 비판하고 있다. 더뉴스미닛 캡처.

최근 인도의 한 정치인이 특정 단체가 개최한 행사에서 “브라만들이 인도를 불교의 위험으로부터 구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발언에 인도의 불가촉천민 달리트 단체들은 해당 정치인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인도 전역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힌두스탄 타임스’ 등 매체는 3월9일 “달리트 지식인들이 불교에 대해 부적절한 발언을 한 케샤바 레디 수다카르(Keshava Reddy Sudhakar) 카르나타카(Karnataka)주 보건부 장관의 사임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수다카르 카르나타카주 보건부 장관. 힌두스탄 타임스 캡처.
수다카르 카르나타카주 보건부 장관. 힌두스탄 타임스 캡처.

장관의 발언은 지역신문 ‘골든 페일러’에 실리면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수다카르 장관은 2월26일 치카발라푸르 탈룩 브라만 협회(Chikkaballapur Taluk Brahmin Association)가 최근 은퇴한 공무원을 위해 개최한 행사에서 “브라만 성자 아디 샤카라차이라(Adi Sharkarachayra)는 전 세계가 불교를 받아들이고 있을 때 인도로 전파되는 것을 막았다. (결과적으로)브라만이 불교의 위험으로부터 인도를 구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 배경에는 신분제도인 카스트제에도 속하지 못하는 최하층 계급인 불가촉천민 달리트들의 잇따른 불교로의 개종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인도 초대 법무장관이며 불가촉천민 출신의 지도자인 암베드카르가 1957년 힌두교 계급 체제에 대한 저항으로 수십만 명의 불가촉천민과 함께 불교로 개종한 이후 달리트들의 개종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불교신앙을 표방하는 카르나타카주 치카발라푸르 지역 달리트 단체 연합은 수다카르 장관의 공개사과 및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달리트 상하타네갈라 오쿠타(Dalit Sanghatanegala Okkoota)는 3월10일 발표한 성명에서 “부처님의 사상은 이 나라 수백만 달리트의 빛”이라며 “천년 동안 힌두교가 달리트를 인간으로 보지 않은 상황에서 불교는 우리를 (카스트의 굴레로부터)해방시켰다”고 밝혔다.

또 다른 단체인 달리트 상하르쉬 사미티(Dalit Sangharsh Samiti)의 지도자 바드레(Bhadre)는 “불교에 대한 그의 발언은 민족봉사단(Rashtriya Swayamsevak Sangh, RSS)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민족봉사단은 인도 나그푸르에 본부를 둔 단체로 힌두교근본주의를 숭상한다. 수다카르 장관이 속해있는 인도 정부의 여당 인도인민당(Bharatiya Janata Party, BJP)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수다카르 보건부 장관이 불교를 찬양하기도 했던 사실이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장관의 발언이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가우리 랑케시 뉴스’에 따르면 장관은 2020년 5월 개인 SNS 계정에 “부처님은 인도가 세계에 준 가장 큰 선물이다. 그는 고통을 완화하고 사회에서 불의를 제거하는 헌신적인 삶을 살았다”며 “붓다의 연민은 수백만 명이 붓다를 사랑하도록 만들었다”고 게재했었다.

한편 이번 그의 발언에 대해 인도의 정치권과 종교계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잇따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마하데바파(H.C Mahadevappa) 카르나타카주 전 의원은 “장관이 제한된 지식으로 불교에 대해 험담하는 것은 매우 비난받을 일”이라며 “불교는 부처님이 모든 사람들에게 평등을 주기 위해 전파한 토착종교”라고 지적했다.

세계불교연맹(World Alliance of Buddhists, WAB)도 수다카르 장관의 사과와 사퇴를 요구했다. 반테 담마나가(Bante Dammanaga) WAB국가 부회장은 “수다카르 장관은 브라만들이 인도를 불교의 위험으로부터 구했다고 말하고 불교를 사악한 종교로 묘사하려 했다”며 “불교는 인본주의를 지지하고 인류에 봉사하는 고귀한 가치를 설파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처님의 가르침은 인종과 국가의 장벽을 뛰어넘어 전 세계적으로 인정과 찬사를 받았다”며 “지역 사회를 달래고 정치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 부처님과 그 가르침을 욕하는 행위가 사람들의 감정을 상하게 했다”고 비판했다.

윤태훈 기자 yth92@beopbo.com

[1625호 / 2022년 3월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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