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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이재민 구호 넘어 생명 경외심 되새겨야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22.03.22 14:45
  • 호수 1623
  • 댓글 0

동해안산불 서울 면적 41% 피해
천문학적 피해에 교계 기금 답지
타죽은 나무와 짐승·벌레도 생명
산불 고리 끊는 터닝포인트 돼야 

재앙은 끝나고 이제 치유의 시간이 도래했다. 동해안 산불 이야기다. 장장 10일간 이어진 경북 울진‧삼척 등 동해안 산불은 산림청이 산불피해에 대한 정확한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86년 이후 최대 규모였다. 10일간에 걸쳐 213시간43분 동안 꺼지지 않았던 산불은 피해액만 1600억원에 이르고 주택 388채 등 908개 시설이 파괴됐다. 438명의 이재민이 마을회관이나 친척집을 전전하고 있다. 이번 산불로 타버린 산림면적은 2만4940ha로, 서울시 면적의 41%에 해당한다. 건조한 날씨에 강풍까지 불어 피해가 컸다. 

이번 산불이 있기 전 피해 면적이 가장 넓었던 것은 2000년 발생한 동해안 산불이었다. 2000년 4월7일부터 발생한 산불은 9일 동안 강원도 고성‧강릉‧동해‧삼척‧울진 등 5개 지역 산림 2만3794ha를 태웠다. 당시 피해액만 1072억원. 이때도 동해안에는 초석 23.7m의 강풍이 불었다.

이번 산불의 원인을 두고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예년에 비해 유달리 가물었던 날씨와 함께 며칠째 계속되는 강풍으로 불길은 쉽게 번지는 반면 진화에는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것들을 두고 기후변화가 이번 산불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의견들이 있다. 

2019년 6개월간 타올랐던 호주의 산불과 매년 되풀이되는 러시아 시베리아와 미국 캘리포니아 산불 등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예사롭지 않은 산불들을 보면 기후변화가 원인의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번 동해안 산불의 시작이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이라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를 말하기 이전에 인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산불의 원인을 기후변화에 두게 되면 담론이 너무 커져 할 수 있는 일이 없거나, 결국 책임 회피에 이르게 된다.

국내 재난성 산불이 그리 드문 것은 아니다. 1996년 고성 산불, 2000년 동해안 산불, 2002년 청양‧예산 산불, 2005년 양양 산불, 2013년 포항‧울주 산불, 2017년 삼척‧강릉 산불 등이 대표적 재난성 산불이었다. 한반도는 초봄인 3~4월에 특히 가물고 강풍이 계속돼 산불 위험이 크다. 따라서 이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산불을 방지할 수 있는 효율적인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번 산불 피해를 입은 이재민을 돕기 위한 불교계의 보시행렬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조계사를 비롯해, 불국사, 해인사, 월정사 등 교구본사를 중심으로 조계종 아름다운 동행에 산불피해 지원을 위한 기금이 답지하고 있다.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천태종 나누며 하나되기 등도 기금모금을 전개하거나 자체적으로 구호물품을 전달하고 있다. 관악 무진선원의 경우 10년간 모은 적금 5000만원을 고스란히 산불피해 지원을 위해 내놓았다. 이외에도 수많은 사찰과 불자들이 십시일반 산불 피해 구호에 나서고 있다.

사실 산불에 가장 민감한 곳이 불교계다. 대부분의 사찰이 산에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산불 중 가장 규모가 컸던 울진의 경우 금강송 군락지와 함께 천년고찰 불영사가 화마에 휩쓸릴 뻔한 순간들이 여러 번 되풀이 돼 가슴을 졸여야 했다.

그러나 산불은 사람과 사찰의 피해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불에 타 죽은 수많은 나무와 그 숲에 깃들어 살다 변을 당한 수많은 짐승과 벌레들 모두가 생명이다. 그 많은 생명들이 한꺼번에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갔다는 사실은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다. 그리고 기억해야 한다. 부처님 가르침을 따르는 불자라면 그들의 목숨과 사람의 목숨이 조금도 차이도 없다는 사실을.

따라서 이번 산불은 생명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돼야한다. 이재민에 대한 구호를 넘어 타버린 산에 다시 나무를 심고 뭇 생명들이 돌아오게 하는 것까지 우리의 몫이 돼야 한다.

그리고 근본적인 산불 방지책을 만들어야 한다. 산불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계절에는 감시를 철저히 하고 산불 예방은 물론 진화를 위한 장비들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이번 산불이 그저 수없이 되풀이되는 재난의 하나로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재앙적 산불이 두 번 다시 되풀이되지 않는 터닝포인트로 기록되길 희망한다.

[1625호 / 2022년 3월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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