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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비주 수행 김미선(일지·43) - 상

기자명 법보

서비스직 종사로 지친 마음
관세음보살  부르니 안정돼
독송 한계 느껴 선원 방문
대비주 수행으로 환희 느껴

일지·43
일지·43

어린 시절, 시골 작은 마을 교회 권사님이던 동생 친구의 어머니가 일요일마다 동생과 나를 교회로 데려갔다. 내키지 않았지만 거절하기 힘들어 울며 겨자 먹기로 따라다녔다. 그러다 1992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휴거 사건 덕분에 교회에 가지 않을 수 있었다. 이후에는 어머니를 따라 몇 차례 절을 찾아다녔다. 

2003년 학업을 마치고 취업을 위해 상경했다. 여러 직업을 거쳐 서울 시내 대형호텔의 연회부에서 일하게 됐다. 서비스직이 성향에 잘 맞는 듯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갈등이 일어나고 직접 많은 고객들과 대면하다 보니 사람들에게 치이면서 마음이 점점 힘들어졌다.

그러던 중에 한 동료와 가까워졌다. 동갑내기 친구였는데 어느날 나에게 관세음보살님을 불러보라고 했다. 자기는 관세음보살님을 생각하고 부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것이다. 친구의 집안은 기독교인데 이 친구만 불자였다. 우연히 관세음보살님을 알게 되었는데 이유없이 좋았다고 한다. 친구는 염불을 하니 꿈에 관세음보살님이 오셔서 기도하는 방법을 알려주셨다고 했다. 그 말을 듣자 어린 시절에 잠깐 절에 다니며 보았던 관세음보살님이 떠오르며 기댈 곳이 생겼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그 뒤로 힘들 때마다 마음속으로 관세음보살님을 불렀다. 쉬는 날에는 친구와 함께 절에 갔다. 조계사, 길상사, 봉은사 등 큰절에 가서 관세음보살님 기도를 올렸다. 그렇게 관세음보살님을 알게 되고 기도를 하면서 마음이 편안해지나 싶었지만 기도를 하지 않으면 오래가지 못해 힘들고 괴로운 날들이 계속됐다. 이런저런 상담을 받아도 도움이 되지 않아 매달릴 곳은 관세음보살님밖에 없었다. 어린아이처럼 관세음보살님을 부르면서 울다가 잠이 들곤 했다.  

관세음보살님께서 돌보신 것일까. 지인들 모임에서 기도를 많이 하는 분을 만났다. 대비주 신묘장구대다라니 기도와 가피 이야기를 들려주며 내게  덕양선원을 알려줬지만 선뜻 마음이 나지 않아 우선 혼자 기도해보기로 했다. 그는 ‘천수경'을 1독 하고 대비주는 21독 이상 최대한 많이 외우라고 했다. 

혼자 기도하던 중 유튜브에서 여강 스님의 독경을 들었는데 마음에 너무나도 와닿았다. 목탁도 없이 천천히 독경하시는 스님의 음성이 마음 속 무언가를 녹였다. 

기도를 무작정 따라했더니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관음 염불은 경전이 없어도 가능했지만 대비주는 소리만 듣고 따라 할 수가 없었다. 경전이 필요했다. 휴대폰에 불교경전 앱을 설치하고 따라 읽었다. 그러나 발음이 엉키고 혀가 꼬여서 1독하기도 힘들었다. 집에서도, 직장에서도 틈만 나면 외웠는데 좀처럼 잘 외워지지 않고 독송 수가 늘지 않았다. 하는 둥 마는 둥 하다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 덕양선원에 가 보기로 결심했다.  

2014년 7월 떨리는 마음으로 일산의 덕양선원에 첫걸음을 내딛었다. 도심 빌딩에 있는 법당은 처음이라 낯설었다. 긴장된 마음으로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아무도 없었다. 잘못 왔나 싶었지만 기도하면서 기다려보기로 했다. 좌복을 깔고 부처님 앞에서 대비주를 외우는데 집이나 직장에서 하는 것과는 확연히 달랐다. 어느 순간 눈물이 흐르고 콧물까지 범벅이 됐다. 훌쩍이는 소리에 종무소 보살님이 달려나와 토닥여줬다. 

다음날 대비주 수행 법회에 참석했다. 법상 스님의 대비주 소리는 놀라웠다. 너무나 부드러우면서 우렁차고 굉장한 힘이 느껴졌다.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했고 계속 듣고 싶은 소리였다. 이후 금요일 저녁은 절에 가는 날이 됐다. 스님의 목탁 소리에 맞춰 도반들과 정진하면 마음이 너무나 가볍고 환희로웠다. 온라인 수행에도 동참했다. 매일 독송 수를 기록하고 깨닫게 된 것을 서로 나누니 혼자 하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수행을 시작하고 처음에는 두통이 심했다. 한동안 진통제를 먹어야 할 정도였다. 눈물 콧물도 많이 쏟았다. 업이 녹고 정화되는 과정이라고 했다. 행주좌와로 수행하니 속도도 빨라지고 독송 수도 점점 늘어서 처음으로 하루 108독을 해냈을 때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일어났다. 

[1625호 / 2022년 3월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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