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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만에 생사 갈림길 “우리 아기 어떡해요”

  • 상생
  • 입력 2022.03.25 20:41
  • 수정 2022.03.28 14:55
  • 호수 1626
  • 댓글 2

베트남에서 온 후이티공씨 부부…4년만에 아들 후이뚜언 출산
심장혈관 막혀 급히 수술했지만 상태위중…병원비만 수천만원

베트남에서 온 남편 후이티공(36)과 아내 틴티후에(30)씨는 질기고 질긴 가난의 굴레를 끊고 싶어 한국행을 택했다. 대학을 졸업했지만 돈이 없어 취업이 불가능했다. 교사자격증이 있었지만 돈을 내지 않으면 자리를 내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좋아 선생님이 되고 싶었지만 학교에서 2억이란 큰 금액을 요구하더라고요. 돈이 어디있나요. 그냥 일하고 싶었을 뿐인데. 그래서 당시 남자친구였던 남편이랑 도배, 배달 등 일을 했죠.”

넘을 수 없는 현실의 벽에 둘은 취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대신 일용직을 전전했다. 수입은 적고 고되기만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희망은 신기루처럼 사라져갔다. 그러던 어느 날 대학 동기로부터 한국기업은 대우가 좋다는 얘기를 들었다. 오랜 시간 연인사이였던 이들은 급하게 결혼식을 올리고, 2017년 6월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한국에 도착한 이들은 한국어 공부를 위해 어학당을 다녔다. 어느 정도 한국어가 익숙해지자 2018년 6월 진주에 있는 애호박 하우스 농장에 취직했다. 한국에 오기 전 “악덕업주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사장은 인정이 넘쳤다. 한국에 오게 된 부부의 딱한 사정을 듣고 방 한 칸도 내주었다.

사장의 고마움을 보답하기 위해 밤낮으로 일했다. 부부가 받는 월급은 240만원 남짓. 하루종일 허리를 숙여 농작물을 수확하고 거름을 주고, 약을 뿌리는 힘든 작업이었지만 이를 악물었다. 한국이란 나라에서는 일하면 일한 만큼의 대가가 따라왔기 때문이다. 농작물이 잘 팔리는 때면 가끔 보너스도 받았다. 부부는 하루도 쉬지 않고 내리 3년을 일했다.

그러는 사이 부부에게 특별한 선물이 찾아왔다. 결혼한 지 4년 만에 첫아이를 임신한 것이다. 그러나 임신 사실이 알려지면 해고당할 수도 있을 거란 불안감에 말조차 꺼내지 못하고 배를 부둥켜안고 일을 했다. 점점 배가 불러오면서 숨길 수 없게 되자 사장에게 임신 사실을 털어놨다. 그러자 사장은 틴티후에씨에게 “일은 나중에 해도 되니 태교에 신경 쓰고 출산 후 몸이 괜찮아질 때 돌아오면 된다”라고 친절하게 말했다. 머나먼 타국에서 언제 쫓겨날지 모른다는 불안 속에 살아온 부부는 사장의 말 한마디에 종일 목놓아 울었다.

대구에 세 식구만의 작은 보금자리도 마련하고 아이 맞을 준비를 했다. 남편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진주에 머무르면서도 아내를 보기 위해 매주 대구로 올라왔다. 부모의 지극함에 아이는 건강하게 열 달을 꽉 채우고 2021년 12월 3kg으로 태어났다. 남자아이의 이름은 후이뚜언키입. 건강하고 희망차게 자라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아빠 후이티공씨가 지었다. 부모의 마음을 아는지 아이는 순했다. 심하게 보채지도, 울지도 않았다. 항상 방긋방긋 웃었고 이런 모습은 부부에게 고단함을 잊게 하는 청량제였다.

그렇게 즐거운 나날이 계속됐다. 그러나 불행은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오는 법. 누군가 이들의 행복을 질투라도 한 걸까. 세 가족의 좋은 날이 점점 멀어져 가기 시작했다.

갑작스럽게 아이가 울어댔다. 초보 엄마는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남편이 없었기에 더 답답했다. 젖을 물렸지만 아이는 고개를 돌렸다. 옷도 벗기고, 기저귀도 갈아줬지만 아이의 울음은 그치지 않았다.

남편과 함께 동네 병원을 찾았다. 40도를 오르내리는 고열의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의사는 급히 대학병원으로 가라고 말했다.

응급실에 도착한 아이는 온갖 검사를 받은 끝에 심장 선천기형, 전폐정맥결합이상, 호흡곤란, 심부전이라는 이름조차 생소한 병명을 진단받았다. 충격으로 손을 바들바들 떨고 있는 부부에게 의사는 “정상적으로 좌심방으로 연결되어야 하는 폐정맥이 우심방과 비정상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혈류가 막혔고, 지금 당장 폐 수술이라도 하지 않으면 아이는 1주일 밖에 살지 못한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전했다.

가난한 젊은 부부는 절망에 빠졌다. 모아놓은 돈도 없었다. 그러나 아이부터 살려야 한다는 절박함에 일단 수술 동의서에 서명을 했다. 3월15일 세상 빛을 본지 3개월 된 아이는 차디찬 수술대 위에 혼자 누워있었다.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거라곤 기도뿐이었다. 그렇게 5시간이 넘는 대 수술 동안 부모는 수술실 밖에 서서 손을 꼭 잡고 빌고 또 빌었다.

1차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수술을 마친 아이는 안아볼 새도 없이 신생아집중치료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계속 폐와 심장사이 구멍에 피가 고였다. 심부전으로 혈액 공급도 원활하지 못한 데다 폐에 염증이 생기면서 아이의 상태는 점점 악화됐다. 혈압은 내려오지 않고, 자가호흡은 불가능해 산소호흡기에 의지에 간신히 숨만 쉬었다. 현재 호스를 넣어 고여있는 피를 빼고, 심장 박동수만 체크하고 있을 뿐이다. 3개월 된 아이 혼자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부부의 얼굴을 어둡게 만든 또 하나, 바로 병원비다. 의료급여가 적용되지 않고 신생아집중치료실에 오래있다보니 병원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6000만원을 넘어섰다. 소식을 들은 대구 베트남 공동체에서 모금을 통해 1000만원을 지원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아무리 월급을 모아도 해결 방법이 없다. 병원비를 내지 못하다 보니 부부는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다.

“희망 찾아 한국에 왔는데 이제 절망 뿐이네요. 아이에게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그저 눈물만 납니다. 수술을 했는데도 우리 아이는 저기 있어요. 우리 아기 죽으면 어떡해요. 엄마 소리 한 번이라도 들어봤으면 좋겠어요.”

전화기 너머 전해진 엄마 틴티후에씨의 목소리엔 흐느낌이 가득했다.

모금계좌 농협 301-0189-0372-01 (사)일일시호일. 070-4707-1080

김민아 기자 kkkma@beopbo.com

[1626호 / 2022년 3월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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