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심 상가법당 건립에 관심 가져야

기자칼럼-권오영 기자

몇 해 전 초등학교에 다니던 딸아이가 “주말에 교회에 가겠다”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 적이 있었다. 미안했던지 딸아이는 “아주 친한 같은 반 친구가 교회에서 놀자고 해서 가는 것”이라며 “그 친구에게는 내 종교가 불교라는 것을 미리 말해뒀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동네에도 절이 있으면 한 번은 그 친구와 절에 가서 놀았으면 좋겠다”며 푸념도 했다.

이 일이 있고 나서 아이와 함께 다닐 수 있는 사찰을 물색했다. 그러나 집 주변에 사찰이 많지 않았고, 있다고 해도 주말마다 어린이법회를 하는 곳이 없었다. 수소문 끝에 차를 타고 20여분 거리에 있는 한 사찰을 다니기 시작했지만, 아이는 곧 싫증을 냈다. 사는 동네가 다르니 친구들이 낯설고, 공감대가 없다 보니 법회 시간이 지루하기만 하다는 것이었다. 얼마 안 돼 절에 다니는 것을 멈추고 말았다. 지금은 고등학교 진학을 앞둬 주말마다 꽉 짜진 학원 일정에 ‘절에 가자’는 말을 꺼내기도 쉽지 않다. 가끔 일요일 아침 아이의 손을 잡고 가까운 교회를 찾는 이웃들을 볼 때면 씁쓸함이 밀려온다.

불자인구 감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종교인구 감소는 대다수 종교의 공통된 문제지만 불자인구 감소는 유독 가파르다. 사찰 정기법회 때면 60~70대의 흰머리 지긋한 노보살들이 대다수를 이룬다. 10년 뒤를 생각하면 아찔하기까지 하다.

이렇게 된 데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불교계가 급변하는 현대사회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측면이 크다. 현대인의 삶과 동떨어진, 농경사회에서나 중시되던 ‘음력법회’를 여전히 고수하고 어린이·청소년 등 계층별 눈높이에 맞춘 포교전략 부족도 거론된다. 그러나 불자수 감소의 직접적인 요인은 대다수 사찰이 산중에 있어 현대인들이 사찰을 찾는 데 시간적, 공간적 제약이 크다는 점이다. 한 집 건너 교회가 있고, 1개 동마다 1~2개의 성당이 있는 것에 비하면 너무 멀어 절에 한 번 가려면 ‘큰맘’을 먹어야만 하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이 아파트 상가법당이다. 교구본사나 지역의 큰 사찰들이 아파트 단지 내 상가를 임대하거나 분양받아 법당으로 이용하는 방안이다.

상가법당은 활용도가 높다. 시간적·거리적 제약으로 사찰을 찾을 수 없는 불자들에게 신행공간이 되고, 불교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지역주민들의 쉼터가 될 수 있다. 뛰어놀 공간이 없는 어린이들에게 부모들이 믿고 맡길 수 있는 놀이터도 될 수 있다.

물론 ‘상가법당’이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몇몇 스님들이 상가법당을 냈다가 재정적 부담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그러나 이는 상가법당의 설립과 운영을 모두 개인 원력에 맡겨 생기는 현상일 수 있다. 때문에 교구본사나 지역의 큰 사찰들이 재정적 지원을 이어간다면 상가법당은 포교에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갈수록 불자인구 감소가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라도 종단 차원에서 상가법당 건립에 대해 관심을 갖고 논의를 이어가야 할 때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626호 / 2022년 3월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