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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무형문화유산 일제조사’ 시의적절하다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22.03.28 14:00
  • 호수 1626
  • 댓글 2

영산재 첫 재현 불과 20년 
의례·의식 연구·계승에 소홀
불교관습·산사생활에도 주목
안거·다비·발우공양도 유산

조계종이 전통사찰 보유 불교무형문화유산에 대한 일제조사에 착수한다. 올해 서울·경기·인천 지역 174개 사찰을 시작으로 2005년까지 총 973개의 사찰을 대상으로 실시한다. 이 사업의 마지막 해인 2026년에는 1~4차 현황조사에서 누락된 부분에 대한 보완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예정대로 6차례에 걸쳐 1000개에 이르는 전통사찰을 집중적으로 조사하면 상당한 무형의 문화유산을 발굴할 수 있기에 귀추가 주목된다. 
국가가 지정한 유형문화재 경우 불교문화재가 70%를 차지하는 반면 중요무형문화재는 연등회, 진관사·삼화사·아랫녘수륙재, 영산재, 단청장, 불화장, 불복장 작법 정도로 10%를 넘지 않는다. 전승할만한 무형의 유산을 보유하지 않아서일까? 아니다. 의례·의식·생활관습 등의 연구에 소홀했기 때문이다.

영산회상에서 법을 설한 주인공을 흙·철·나무 등으로 빚으면 불상이고, 영산회상의 장면을 붓으로 그리면 불화로 남는다. 불상·불화 모두 유형의 문화유산이다. 그러나 영산회상에서 법을 설하고 듣는 장면을 몸과 소리로 표현해 내면 영산재이고 이것은 무형의 문화유산이다. 불상·불화의 귀중함은 알아도 영산재에서 펼치는 범패의 가치에 조계종이 주목한 건 불과 20년이다. 조계종 소속 스님만으로 종단 차원의 영산재를 처음으로 재현한 건 2003년이었다.

무형문화유산의 범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통적 공연·예술, 공예, 미술 등에 관한 전통기술, 한의약, 농경·어로 등에 관한 전통지식, 구전전통 및 표현, 의식주 등의 전통적 생활관습, 민간신앙 등의 사회적 의식(儀式), 전통적 놀이·축제 및 기예·무예 등을 포함한다. 특수성보다는 보편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따라서 생활관습과 의식, 전통놀이·축제에 초점을 맞추면 불교문화유산에 대한 시야는 더욱 넓어진다. 

아리랑, 김치담그기, 영산줄다리기 등에서 알 수 있듯이 무형의 문화유산은 우리의 삶 속 즉 생활에 스며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불교무형문화유산은 비구·비구니, 우바새·우바이가 머무는 사찰에서 창출·전승된다고 보아야 한다. 스님들의 일상·특수 생활을 비롯한 다양한 의식이 봉행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특수성’ 보다는 ‘보편성’에 방점을 찍은 무형문화재 정책에 비춰보면 49재, 다비식, 이운의식, 삭발의식, 발우공양, 가사제작 등도 귀중한 무형의 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수 있다. 봉은사 생전예수재(서울시 무형문화재), 월정사 탑돌이(강원도 무형문화재), 천태종 삼회향 놀이(충북 무형문화재)가 방증한다.

당장의 문화재지정 여부와 관계없이 불교 자체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본 문화유산은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계승해야 한다. 일제강점기와 불교정화기를 거치며 단절돼 구전으로만 전해오던 땅설법이 대중에게 첫선을 보인 건 2018년이다. 땅설법은 스님들이 중생의 눈높이에 맞춰 설하는 법문이다. 

삼척 안정사 다여 스님과 신도들이 전승해온 땅설법은 석가모니·목련존자·성주신·신중신 일대기와 선재동자 구법기, 만석중 득도기의 여섯 주제로 이뤄져 있다. 주제마다 여러 마당으로 구성돼 여섯 주제를 완창하려면 보름은 족히 걸리는 땅설법은 그 내용의 방대함과 치밀함, 표현방식의 다양성과 적합성은 학계의 주목을 받아 지금도 연구되고 있고, 나아가 무형문화유산 지정도 기대하고 있다.

불교의 뿌리가 이 땅에 내린 지 1600년이다. 한국의 사회문화적·사상적 삶을 이해하는 데 불교는 가장 중요한 영역이다. 사부대중이 함께 봉행하는 의식과 사찰 생활 자체가 지중한 무형문화유산임을 인식해야 한다. 수행에 해당하는 안거도 전승해야 할 문화유산인 것이다. 

조계종 문화부도 이 점에 주목하고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문화부장 성공 스님은 “불교의례를 비롯한 다양한 무형문화유산들이 점차 사장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사찰별로 전승되고 있는 무형문화유산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와 복원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이에따라 조계종은 전국 사찰별로 전승돼 온 무형문화유산에 대한 현장조사는 물론 전승 경험이 있는 사찰 노장스님들의 인터뷰를 통한 구술채록과 학술검토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조계종 교구본사를 비롯한 사찰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기대한다.

[1626호 / 2022년 3월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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