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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남부〈上〉 - 데봉 사원

기자명 법산 스님

5000대중 하루 14시간씩 대토론

<사진설명>데봉사원 학인들이 성적이 우수한 대표 학인 2명이 벌이는 대론(체니)을 경청하고 있다.

데봉(Drebpong) 사원은 인근에 있는 가덴(Gaden)사원과 마이소르 근교에 있는 세라(Sera)사원과 함께 달라이라마가 이끄는 티베트의 3대 전통 수행도량 중 하나다. 5,000여명의 티베트스님들이 수행하고 있으며, 전생에 달라이라마의 스승이었던 링 린포체가 교학을 공부하는 곳이다. 명실상부한 티베트불교 전통승가대학이라고 할 수 있다.


티베트 3대 수행도량중 하나

티베트 불교 교육의 특징은 토론, 즉 논강에 있다. 경전의 경문을 완전히 암기하고, 이 암기한 내용을 문제로 제기하여 학인 상호간의 토론을 통해 경전의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습득하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교육방법은 교재, 즉 경전의 입력과 활용을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체질화함으로써 수행과 전수 내지 교화에 우수한 자질을 원만히 갖출 수 있게 하는 학습방법이라 할 수 있다.

데봉사원 내에는 고마와 로셀링이란 두 개의 유니버시티가 있다. 고마는 기초과정에 해당되며 로셀링은 전문과정이라고 한다. 티베트 스님들은 자기 종파에 개설된 이러한 교육과정에서 적어도 20여 년 이상 정규과정의 수행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매년 12월 중순부터 1개월간 겔룩파(派) 대논쟁(大論諍)이 데봉·가덴·세라 등에서 차례로 열리는데, 이번 여행에는 운이 좋게도 마침 링 린포체가 있는 이곳 데봉사원에서 개최되고 있었다. 이 대회는 무차선회(無遮禪會)처럼 수많은 대중이 운집하여 개별토론과 단체토론을 통하여 질문과 대답이 치열하게 치러지는 대토론 법회이다.

처음 시작할 때는 1만 명 정도의 많은 대중이 모였다고 하나, 1월 10일은 후반기라서 인지 5,000여명 정도의 스님들이 끝까지 열띤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이번 논쟁의 대주제는 반야바라밀(般若波羅蜜)이었다.

오전 10시에는 소그룹별 토론이 사원 곳곳에서 진행되는데 실내외 할 것 없이 곳곳에 적게는 10여명, 많게는 30여명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오후에는 단체 토론이 대법당 앞 광장에서 열렸다. 5,000여명의 스님들이 운집한 가운데 데봉사원이 선발한 답변자 2명과 가덴사원이 선발한 10여명의 질문자가 논쟁을 벌이는데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질문자는 큰 제스처로 힘있게 손뼉을 치고 발로는 땅을 구르며 그간 공부한 모든 것에 대해 확신을 갖고 공격적인 질문을 던진다. 질문자 앞에 마주한 사람은 바로 대답을 해야 한다. 만약 답이 늦거나 맞지 않으면 질문자들은 멀리 뒤로 돌아가면서 야유를 하고 다시 질문을 한다.

대중은 자기편을 지지하면서 박수와 소리를 지른다. 그들이 내는 함성은 천지가 진동할 정도의 우레와 같다. 정말 대단한 광경이었다. 대담자의 뒷 단상에는 전·현직 주지들이 이들의 논쟁을 지켜본다. 대중의 뒤편에는 호법부장인 게코가 상황을 살피며, 과열하거나 논지가 잘못되었을 때는 이를 지적하여 바로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12월 중순 한달 동안 대토론

저녁 8시부터는 두 사람씩 짝을 지어 개별토론을 한다. 한 사람은 서서 질문하고 한 사람은 앉아서 대답하는데 왼발로 땅을 울리고 오른 손으로 왼손바닥을 ‘딱!’ 치면서 큰 소리로 질문을 던지면, 앉아있는 사람은 밝은 마음으로 열띤 질문에 미소지으며 대답하는데 사원 전체가 마치 벌집 쑤셔 놓은 것처럼 왕왕댄다. 정해진 토론시간은 밤 11시까지지만 열띤 토론은 보통 12시가 지나야 조용해 질 정도다. 아침 10시부터 밤 12시까지 벌어지는 토론 광경은 그야말로 대장관이라는 말 이외에는 형언할 길이 없다.

<사진설명>가덴, 세라 사원과 함께 티베트 3대 수행도량 중 하나로 꼽히는 데봉사원.

티베트스님들의 교육현장을 지켜본 필자는 한국 불교에도 참고할 것이 많다는 새로운 신심과 감회를 가졌다.


법산 스님/동국대학교 교수



# 데봉사원 교육과정은?

기본교육 이수만 20년
‘사교입선’과는 큰 대조

데봉사원에서의 정규과정을 이수하는데는 총 20년이 걸리며, 이것은 밀교(密敎)를 배우기 전에 현교(顯敎)를 완전히 학습하도록 하는 의무과정으로 한국불교에 비하면 기본교육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사진설명>토론 준비로 바쁜 와중에도 링 린포체는 한국 스님 일행을 따뜻하게 맞이해 담소를 나눴다.

대략적인 교육과정은 다음과 같다.

두라과정 : 25개의 주제별과목으로 교과과정이 개설되어 있다.
따릭과정 : 존재론 교육과정이다.
로릭과정 : 인식론을 주로 공부하는 과정이다.
반야경 과정 : 반야부경전을 주심으로 공부한다.
중론과정 : 용수의 중관사상을 중심으로 각 학파의 이론을 공부한다.
구사론과정 : 세친의 아비달마구사론을 집중 탐구한다.
율장과정 : 3년간 계율을 공부하여 수행체계를 세우게 한다.

매일 정규수업은 오전 2시간 토론, 오후 3시간 강의, 저녁 3시간 토론으로 하루 8시간 수업 중 토론이 6시간이다. 또한, 매월 15일과 30일에는 자자포살을 통하여 계율정신을 생활화하고, 방학은 ‘롯사르’라 하여 20일 인데 1회뿐이라고 한다.

이러한 논리학적 현교의 전과정을 졸업하면 본격적인 밀교 수행에 들어간다. 이는 한국불교에서의 사교입선(捨敎入禪)에 대비되며 교학을 마스터하고 오로지 선수행에 몰두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밀교수행의 과정은 꾸매와 꾸토의 두 가지가 있는데, 여기서의 수행은 일정한 과정이 없고 우리의 선원처럼 ‘싸다나’라는 관법(觀法)수행만 한다고 한다.

이 과정을 통해 5년이고 10년이고 자량에 따라 수행하고 검정을 거쳐 국가박사로 인정된 자에게는 화랍파게시라는 최고학위가 주어진다.

데봉·가덴·세라 사원 등의 본사급에 해당하는 주지는 반드시 화랍파게시라는 티베트국가의 최고박사학위를 소지한 현·밀의 대종장(大宗匠)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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