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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선물’ 500일째 연기영 동국대 명예교수

  • 인터뷰
  • 입력 2022.03.31 17:15
  • 수정 2022.04.01 09:19
  • 호수 1627
  • 댓글 1

“좋은 노래는 우릴 여유롭고 평화롭게 해주죠”

‘코로나19로 사람들 만나기도 어려운데 좋은 노래를 골라 보내주면 어떨까’

2020년 11월11월, 연기영(69) 동국대 명예교수는 일상의 변화를 가져올 새로운 일에 착수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들을 선별해 핸드폰 주소록에 있는 지인들의 카카오톡으로 보내기로 한 것이다. 노래를 매개로 안부도 묻고 서로 소통하자는 생각에서였다. 노래 선정 기준은 특정 분야에 한정짓지 않되 가급적 사람들 귀에 익숙한 음악을 골랐다. 이왕 노래를 보내는 김에 스스로를 성찰할 수 있는 고사성어도 포함시켰다.

연 교수의 ‘음악선물’은 노래에 대한 각별함에서 비롯됐다. 1975년 동국대 법학과를 졸업한 그는 불교 공부를 위해 불교학과 3학년으로 편입했다. 당시 덕산 이한상 거사가 창립한 삼보법회에 다녔는데 그곳에서 만난 서창업, 반영규, 김재영 법사 등이 찬불가 보급에 뜻을 세웠고, 연 교수는 간사를 맡아 실무를 담당했다. 그것을 계기로 노래와 더 가까워졌고, 동국대 교수로 재직하던 2011년 9월 동국대 교수합창단을 만들어 찬불가를 함께 부르고 소외계층을 돕는 공연을 열었다. 대학 강단을 떠난 뒤에도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아마추어합창단인 서울싱잉커플즈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연 교수는 우울해지기 쉬운 코로나시대에 음악은 치유와 소통을 가능케 한다고 보았다. 매일 그렇듯 새벽 4시 일어나 30분가량 기도와 명상을 한 뒤 곧바로 컴퓨터를 켰다. 계절과 날씨 등 그날그날 어울리는 노래와 옛 성현들의 말씀을 정성껏 골랐다. 첫 노래는 북아일랜드 민요가 기반으로 드라마·광고음악으로 등장했던 ‘You Raise Me Up(그대가 나를 일으켜)’이었다. 사람들이 신뢰와 사랑으로 코로나19를 극복했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첫 고사성어는 아무리 힘들더라도 우리 모두 불성을 지닌 존재임을 잊지 말자는 바람에서 ‘본래면목(本來面目)’을 선택했다.

연 교수 핸드폰에는 2000여명이 명단이 수록돼 있다. 친한 이들이나 잠깐 인연이 닿았던 사람, 독일 유학과 학회 등 활동하며 가까워진 유럽, 미국, 일본, 중국인 친구들도 있었다. 일단 이들 모두에게 보내고 수신을 원하지 않거나 계속 읽지 않는 이들은 제외시켜 나갔다. 그렇게 마음을 담은 가요, 가곡, 민요, 팝송 등 노래가 날마다 1000여명에게 전달됐다. “노래가 좋다”며 고마움을 담아 답변하는 이들도 많았고, 그걸 계기로 안부를 주고받는 사람은 더 늘어갔다. 그렇게 하루하루 음악선물이 이어져 3월25일 500회를 돌파했다. 그동안 매일 노래와 고사성어를 찾는데 꼬박 2시간씩 소요됐다.

연 교수는 “노래는 정서를 순화시키고 조화로운 삶을 돕는다는데 많은 이들이 좋아하니 다행이다”라며 “근데 누구보다 저 자신이 음악을 실컷 듣고 공부하는 행복한 시간들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노래를 원하는 분들이 있는 한 좋은 노래를 찾아 들려주고 싶다”며 “노래를 통해 조금이나마 우리 사는 곳이 여유롭고 평화로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627호 / 2022년 4월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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