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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명 아들딸이 써내려간 사모곡

  • 불서
  • 입력 2022.04.04 13:30
  • 호수 1627
  • 댓글 0

‘울 엄마에게’
아띠샤 도웅 스님 엮음 / 명장사 펴냄
191쪽 / 1만6000원

수많은 불보살님 중 유독 관세음보살이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은 자비로운 엄마와 비슷한 이미지에서 비롯된다. 서양에서는 신이 자신의 손길이 미치는 못하는 곳에 엄마를 보냈다는 얘기도 있다. 그렇듯 엄마는 동서고금을 떠나 세상의 모든 자식들에게 안식처이고 그리움이며, 때때로 회한과 눈물로 다가온다.

청주 명장사(주지 도웅 스님)는 지난해 8월 우란분절을 맞아 ‘엄마에게 쓰는 짧은 편지’ 공모전을 열었다. 신도들이 엄마를 떠올리며 글을 쓰다보면 자연스레 자비와 무상을 깊이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였다. 엄마가 아이를 돌보는 마음은 중생을 바라보는 불보살의 지극한 자비심과 다르지 않으며, 세상에 더없이 소중한 엄마라도 언젠가는 이별해야 한다는 뼈아픈 무상의 가르침을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울 엄마에게’는 청주 명장사가 주최한 ‘엄마에게 쓰는 짧은 편지’ 공모전에 당선된 96편의 편지를 엮은 책이다. 여기에는 엄마에 대한 절절한 사연들이 편지마다 빼곡히 배어있다. 이제 돌아가셔서 다시 만날 수 없는 엄마를 떠올리는 글들도 많다.

‘엄마, 엄마! 아무리 불러도 대답 없는 우리 엄마. 손이라도 잡고 싶어 두 손 번쩍 들어 높이높이 들어 아무리 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네. 가난 속에서 우리 팔남매를 어떻게 키우셨을까. 생각만 해도 가슴이 아려오네.’(이인희) ‘자식이 아플 때면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잘못을 저지르면 토탁토닥 사랑으로 가르치셨지요. 자식들에게 베푼 자비의 마음씨를 어찌하면 갚을 수 있을까요.’(이선녀) ‘언젠가 마당 언저리에 피어난 봉숭아꽃 따다가 마루 끝에 앉아 울 자매들 손톱에 꽃물 들여 주던 엄마의 그 예쁜 손은 어디 갔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저려오네요.’(오윤경)

어린 시절 엄마의 속을 썩였더라도, 혹은 엄마를 이해 못했더라도 자신이 엄마가 되어 아이를 키우다보면 그 심정을 이해하게 되는 걸까. ‘그땐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미워하고 말을 안 들었어요. 어린 마음에 그런 것이니 용서해주세요. 나이를 먹을수록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납니다. 점점 더 그리워져요.’(김금자) ‘엄마! 70년 만에 마음을 다해 불러봅니다. 어디에 계시더라도 어떤 모습으로 지내시더라도 부디 평안하세요. 지난밤 꿈에서 엄마는 저를 보고 환하게 웃으셨지요. 그 밝고 환한 웃음, 마음속에 고이 간직하겠습니다.’(이정옥) ‘엄마가 내 엄마여서 정말 좋았어요. 사랑해요. 그리고 정말 감사해요.’(박경숙)

지극정성으로 기도하던 엄마의 모습도 자식들에겐 평생 잊지 못할 아름다운 모습으로 기억된다. ‘엄니 우리 엄니! 언제 찾아가 뵈어도 항상 바른 자세로 앉아 계시고, 새벽까지 부처님께 두 손 합장하고 기도하시는 모습. 저에게 늘 큰 본보기가 되어주셨어요.’(이창성) ‘어머니. 저희 육남매 잘 되기를 바라시는 마음에 머리에 백미를 이고, 30리 길을 걸어 부처님 전에 공양 올리러 가시던 어머니 뒷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한없이 보고 싶고 그립습니다.’(김순자) ‘보고 싶은 울 엄마! 엄마의 정성으로 엄마의 기도로 불여식 큰딸은 부처님 법 받들며 부처님 도량에서 지낸답니다.’(연영란)

책에 수록된 내용이 짧고 종종 매끄럽지도 않지만 그 진솔함에 코끝이 찡해온다. 명장사 주지 도웅 스님은 “엄마로 산다는 것은 끝없는 고행길인 동시에 수행길”이라며 “이 책은 이 세상의 모든 엄마들의 희생이 우리들 가슴속에 영원히 눈부시게 빛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627호 / 2022년 4월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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