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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 자비선사 주지 지운 스님

도덕성 바탕으로 선정과 지혜 닦아 하나될 때 깨달음 오게 돼

명상으로 의식을 깨우고 확장시키면 저절로 지혜가 생겨나
위빠사나는 생사에 머물지 않는 지혜 얻는 가장 좋은 방법
차명상, 걷기명상, 자비수관 합친 자비선은 이 시대 꼭 필요

지운 스님은 차명상, 걷기명상, 자비수관 등 명상법들은 모두 계정혜 삼학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이 명상들을 통해 자비심을 증장시켜 나가야 탐욕과 분노가 줄어든다며 수행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운 스님은 차명상, 걷기명상, 자비수관 등 명상법들은 모두 계정혜 삼학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이 명상들을 통해 자비심을 증장시켜 나가야 탐욕과 분노가 줄어든다며 수행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오늘은 일상을 지혜롭게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 명상법과 자비선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명상은 정신적인 향상을 도모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정신적인 향상을 도울 명상에 여러 방법이 있는데, 오늘 먼저 말씀드릴 명상법은 차명상입니다. 

차명상은 실제 차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상상으로 차를 마시면서 몸과 마음에 일어나는 현상을 직관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차를 마시면서 사유통찰이 필요한데, 어떠한 현상이 생길 때 그 현상을 분석하는 것입니다. 사유통찰 중에서 대표적으로 일미다선이라는 사유통찰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차의 맛을 본다고 하는데, ‘차 맛을 본다’는 것에도 온 우주가 관여를 하고 있습니다. 차가 만들어지기까지 사람과 자연의 도움과 기운이 어우러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차 맛이라고 하는 것이 전체의 우주와 아주 동등한 관계를 갖고 있는 것입니다. 서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차 맛을 통해서 사유통찰을 해보면 모든 존재가 생명이 있거나 없거나 상호 의존에 있어서 분리돼 있지 않다는 말입니다. 다선일미라는 건, 차 하나로 일체 모든 걸 꿰뚫어 본다는 것입니다.

이 차명상에 기본적으로 12가지가 있고, 응용한 것이 50∼60가지나 됩니다. 이 차명상의 장점은 아무런 도구 없이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차를 타고 가거나 비행기를 타고 갈 때도 할 수 있고, 트레킹으로 3000 고지나 5000 고지를 넘어갈 때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제가 2019년 마나슬루 트레킹에 갔을 때 일행 7명 중 3명이 목소리가 안 나오고 통증에 시달렸습니다. 그래서 5100m 고지를 넘어갈 때 상상으로 감로차 마시는 방법을 알려줬습니다. 그후 새벽 3시에 출발해서 10시쯤 지나면서 통증이 사라지고 목소리도 제대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걸어가면서 감로차 마시기 명상을 했던 것입니다. 차명상은 이렇게 일상생활에서 응용할 수 있고, 요즘 같이 면역력이 떨어지는 코로나시대에 아주 유용한 명상입니다.

차명상에 이어 걷기명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저는 걷기명상을 자비경선이라고 하는데요, ‘거울에 비춰본다’는 뜻으로, 우리 마음의 본성을 바로 거울에 비유한 것입니다. 우리 눈동자의 크기는 한정돼 있지만, 굉장히 넓은 범위를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마음의 눈이 열리면 온 우주를 동시에 볼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마음입니다. 마음 자체가 비춰보는 성질이 있기에 대상이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을 개발하면 대상으로부터 자유롭고, 과거 인연으로부터 자유로워 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기본적으로 4가지가 있는데, 걸어가면서 하는 행경선, 앉아서 하는 자경선, 걸으면서 쉴 수 있는 쉼경선, 그리고 깸경선이 있습니다.

행경선은 의식을 발바닥에 두고 걷는 것입니다. 의식을 발바닥에 두고 걸으면 망상이 일어나지 않고, 스트레스에서도 벗어날 수 있습니다. 땅과 바람의 관계, 보이고 들리는 자연과의 관계를 잘 알도록 해주는 것이 걷기명상입니다.

행경선은 발바닥에 의식을 두고 시작했다가 의식을 조금씩 확장시켜 가는 것입니다. 발바닥과 손가락 끝에 동시에 의식을 두고, 다시 정수리까지 의식을 동시에 두면 온몸이 다 보이도록 의식이 확장됩니다. 그렇게 의식을 확장시키는 것은 의식을 깨우는 방법 중에 하나인데, 이것이 깸경선입니다. 의식의 확장은 처음 몸 크기만큼 확장하고, 다음에는 주변의 사물 크기만큼 확장합니다. 그러면서 환경과 한 공간을 이루고 우주와 한 공간을 이루면서 자비희사 네가지 한량한 마음을 키우는 것, 이것이 깸경선입니다. 

그렇게 의식이 깨이게 되면 지혜가 생겨나게 됩니다. 그러면 과거로 가지 않고, 미래로도 가지 않고, 현재 순간에 의식이 깨어 있게 됩니다. 현재 순간에 의식이 집중되면 탐진치가 그만큼 없어지고, 교만심과 의심도 점차 사라지게 됩니다. 번뇌가 사라지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쉼경선입니다. 스트레스가 지속되고 안 좋은 일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 때 쉼경선이 제격입니다. 쉼경선은 의도를 멈추는 것으로, 몸과 마음을 씻는 방법입니다. 보이는 것, 들리는 것을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입니다. 몸의 감각과 감정도 그대로 내버려두는 겁니다. 보려고 하는 거, 들으려고 하는 거, 느끼려고 하는 거, 알려고 하는 것을 멈추는 겁니다. 숨을 쉬고 내쉬면서 어깨에 힘을 빼고 허리를 쭉 펴주면서 그냥 스위치를 끄듯이 탁 마음을 멈춰버립니다. 처음엔 잘 안 되지만 60초, 90초 정도 반복하면 어느 순간 멈출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이 일상생활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입니다. 이 쉼경선은 약방의 감초와 같으니 잘 기억하시고 일상에서 꾸준히 반복해서 익히시길 바랍니다. 

의식을 확장하고, 깨우고, 쉬는 연습을 하다보면 순수하게 위빠사나를 하게 됩니다. 위빠사나의 특징은 발생과 소멸을 관찰하는 것입니다. 생기고 사라지는 것을 관찰하게 되면 움켜쥘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만큼 자유로워지는 것입니다. 이 발생과 소멸을 보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처음에 호흡관찰을 하는 것입니다. 들이쉬고 내쉬는 것이 발생과 소멸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생기고 사라짐을 관찰하다가, 감각관찰을 하게 됩니다. 

이 관찰대상이 신수심법입니다. 몸과 감각과 마음과 마음의 현상, 이 네 가지의 관찰대상을 관찰하는 것입니다. 이 중에서 두 번째인 감각관찰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초기경전에는 감각을 조건으로 해서 괴로움이 일어나고, 감각이 소멸하면 괴로움도 함께 소멸해 열반을 얻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코 호흡, 배 호흡 등은 발생과 소멸을 관찰하기 위한 방편입니다. 감각이 일어나고 사라짐을 제대로 관찰하게 되면 호흡관찰이 필요없습니다. 

일상생활에서 걷기명상을 하면 걸어가면서 몸의 움직임뿐만 아니라 감각이나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곧 알면서 행하게 되는 것입니다. 수행할 시간이 없다, 명상할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 분들에게 이 걷기명상을 권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자비심을 증장시키는 지비수관에 대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자비심을 키우면 어렵고 힘든 사람들, 생명을 가진 존재들을 도울 수 있습니다. 자비수관의 관은 위빠사나입니다. 위빠사나는 지혜를 얻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여기서 지혜는 생사에 머물지 않게 하는 방법입니다. 이 수행을 하면 의식이 깨어있게 됩니다. 발생과 소멸을 관찰하는데, 발생은 생기이고, 소멸은 사입니다. 즉 생멸입니다. 생멸의 관찰을 통해 생사가 없는 도리를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대상으로부터 반응해서 일어나는 마음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현상도 사라지게 됩니다. 

자비수관이라는 것은 바로 생사에 머물지도 않고 열반에도 머물지 않는 방법입니다. 여기서 ‘수’는 방편입니다. 상상의 손, 마음의 손입니다. 감로수를 머리에 부어주는데, 이 손이 내가 관세음보살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물을 붓는 것입니다. 그때 배꼽에 연꽃 줄기가 올라와서 가슴에 연꽃 봉우리가 맺히고, 다음 정수리에 연꽃이 활짝 피는 걸 상상합니다. 그리고 그 위에 지혜와 자비의 형상인 관세음보살이 앉아서 감로수를 부어주는 걸 상상하면 됩니다.  

종교가 없는 분이라면, 샤워기를 상상해서 맑고 투명한 감로수라 생각하고 물을 부어주면 됩니다. 그래서 온몸에 물이 흘러내리도록 상상을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우리 몸에 접촉했을 때 몸과 마음이 반응하는데, 이때 일어나고 사라짐을 관찰하면 됩니다. 이때 상상하는 고도의 집중력이 사마타수행이고, 이렇게 일어나고 사라짐을 관찰하는 것이 위빠사나 수행입니다. 그래서 감로수관이라고 하는 이 방법도 사마타와 위빠사나를 함께 수행하는 통합 수행입니다. 통합수행은 수행시간을 단축시켜주는 좋은 장점이 있습니다.

자비수관은 자비관에 위빠사나를 더한 것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초기경전에는 사마타수행 후 위빠사나 수행, 위빠사나 수행 후 사마타수행, 그리고 사마타와 위빠사나의 통합수행법이 있는데, 자비수관은 통합수행법입니다. 위빠사나는 명상으로 지혜를 얻는 방법이고, 사마타는 집중명상으로 선정을 얻는 방법입니다. 선정을 다른 말로 삼매라고 합니다. 초기경전에는 이외에도 다른 수행법이 나오는데, 자비수관은 이 가운데 통합수행에 해당한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또 걷기명상과 차명상도 통합수행의 일환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오늘 이와 같은 명상법을 말씀드렸는데, 이 명상법들은 모두 계정혜 삼학에 바탕을 둔 명상입니다. 여기서 계는 도덕성이고, 정은 사마타수행이고, 혜는 위빠사나 수행입니다. 그래서 선정과 지혜가 하나 될 때 깨달음이 오게 됩니다. 제가 오늘 말씀드린 차명상, 걷기명상, 자비수관을 합쳐 자비선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이 자비선은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수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쟁과 기후변화가 왜 일어납니까? 전쟁은 폭력으로, 증오심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또 기후변화는 환경파괴이며, 이 환경파괴는 인간의 탐욕과 분노에서 오는 것입니다. 

학자들은 육식만 줄여도 온도를 1도 이상 낮출 수 있다고 합니다. 지구 온도 상승은 인류 멸망의 길입니다. 육식을 줄이고 생명의 소중함을 조금만 더 생각하면 기후변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산불이나, 홍수, 폭염 역시 기후변화에서 오는 것입니다. 인간의 탐욕과 분노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명상은 바로 이러한 인간의 탐욕과 분노를 조절하고 줄일 수 있는 길입니다. 사랑은 탐욕과 분노를 줄여주고 없애주고, 연민은 남을 해치고자 하고 파괴하고자 하는 것을 줄이고 없애주게 합니다. 이 사랑과 연민이 더해진 것이 자비입니다. 따라서 이 자비선이 바로 지금 인류가 처한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해주는 명상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 모두 자비심을 갖추기를 다시한번 당부드립니다.

대구지사=윤지홍 지사장

이 법문은 3월18일 성주 자비선사에서 ‘현대인을 위한 명상 자비선’를 주제로 설한 법문을 요약 개제 한 것입니다. 

[1627호 / 2022년 4월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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