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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파 종정 추대 계기로 조계종 재도약 기대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22.04.04 14:52
  • 호수 1627
  • 댓글 0

‘청규준수·타인존중’ 메시지 강렬
승풍진작·사회갈등 해결 실마리
사부대중, ‘신수봉행’ 실천 천명
개혁 통한 종단의 대변화 희망  

중봉당 성파 대종사가 조계종 제15대 종정 법좌에 올랐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과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정관계 인사, 이웃종교 대표 등 사부대중 3000여명이 조계사에서 봉행된 추대 법회에 동참해 조계종 신성(神聖)의 상징이자 새 정신적 지주인 성파 종정을 맞이했다.

총무원장 원행 스님은 봉행사에서 “오늘은 교단의 자존과 도약의 소중한 전기를 맞는 참으로 경사스럽고 뜻깊은 날”이라며 “오늘을 계기로 신수봉행을 서원하는 모두는 말과 행을 함께하는 수행과 동체대비의 정신을 실현해 온 종정예하의 덕화를 본받아 진일보할 것”이라고 했다. 원로의장 세민 스님도 추대사에서 “나라에 눈 밝은 이가 있으면 그 나라는 윤택해지고, 집안에 선(善)이 있으면 그 가문이 비옥해진다고 했다”면서 “성파 종정 시대를 맞아 종단은 새로운 변화와 개혁으로 또 한 번의 중흥을 이룩해야 할 것이며, 종정예하의 덕화로 불일(佛日)은 더욱 밝아지고 곳곳에서 도업(道業)이 넘칠 것”이라고 했다. 

선교를 겸수한 성파 대종사의 종정추대 법회를 계기로 종단의 발전적 변화와 불교중흥을 기대하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종정으로서의 첫 일성인 ‘항상 청규 규율을 따르고 화목하며 지혜로서 두루 중생을 이롭게 하라(常要淸規 必順和睦 普利群生)’는 교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정 사찰의 청규는 물론 2010년의 ‘조계종선원청규’, 2013년의 ‘승가청규’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어떤 청규가 중요하다’보다는 ‘어느 청규이든 잘 지키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여기에는 중요한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고 본다. ‘실천’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청규는 사회변화와 구성원들의 합리적 요청에 따라 언제든 제·개정할 수 있다. 세상이 변화하는데 청규에만 묶여 뒤처져 있다면 불교는 쇠퇴의 길로 접어들 것이다. 반면 기본적인 청규마저 지키고 있지 않다면 종교로서의 사회계몽·선도는 차치하고 교단의 체계마저 무너져 내릴 것이다. 

2010년대 들어서며 조계종도 이 점에 유의해 종단 차원의 청규 제정에 나섰다. ‘조계종선원청규’와 ‘승가청규’가 대표적이다. 두 청규 모두 구성상의 문제점과 개인의식·선택에 맡겨야 할 사항까지 논하고 있다는 다소의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조계종 승려로서 지켜야 할 기본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두 청규가 승가의 현장에서 얼마나 지켜지고 있는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그러나 제정된 지 10년이 지나도록 ‘개정 담론’ 한번 없는 것을 감안하면 두 청규의 존재조차 인지하고 있는지 의아스럽다. 종정 성파 대종사의 일성을 계기로 이 시대에 청규가 왜 절실한지에 대한 인식확산과 구성원 스스로 청규를 지키려는 노력이 배가되어야 할 것이다.

추대 법회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전한 ‘상불경보살(常不輕菩薩)’ 메시지는 반목과 갈등으로 점철되어 가는 사회를 향한 일갈이다. ‘가벼이 여기지 않는다(不輕)’는 것은 상대를 존중·공경한다는 것이다. 상불경보살은 그 언제나 누구에게든 ‘나는 그대들을 업신여기거나 가볍게 보지 않노라. 그대들은 반드시 부처님이 되실 분들이기 때문’이라며 불성의 지중함을 전했다. 상불경보살은 남을 업신여긴 적은 없지만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과 매질을 당했다. 그러한 상황에 직면해서도 성내거나 다투지 않고 더욱더 그 상대를 공경했다. 그러고 보면 ‘상불경보살’은 온갖 고난과 박해 속에서도 타인에 대한 공경심을 잃지 않는 보살이다.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갈등 요소로는 빈부·계층·젠더가 손꼽힌다. 사회 전문가들에 따르면 젠더갈등이 증폭되는 건 ‘젊은층과 중장년층의 고용문제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의 삶에 대한 인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자신의 피해에는 민감하면서 가해행위에는 관대한 이중성에 의해 차별·혐오 현상은 더욱더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법·제도를 통한 규제·처벌 강화만으로는 이러한 난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 상대를 이해·존중하려는 마음, 상불경보살의 마음이라야 치유할 수 있다, 남북·세계평화도 상불경보살의 마음이 조성한다. 

출세간을 향한 ‘청규 준수’, 세간을 향한 ‘상불경보살’ 일성은 그 어느 법어 못지않게 강렬하고 의미 깊다. 

[1627호 / 2022년 4월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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