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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빠사나 수행  오영희(혜성·66) - 상

기자명 법보

법정 스님 ‘무소유'읽고 관심
사고·실종 겪으며 불교 귀의
신행생활 중 수행에 관심 가
수행담 읽고 위빠사나 시작

혜성·66
혜성·66

스무살 무렵 어머니를 따라 구인사에 가게 됐다. 당시 충청북도 제천에서 단양 구인사까지 가려면 배에 버스를 싣고 강을 건너가야 했으나 그날은 한겨울 추위에 강이 얼어붙어 배를 운행하지 않아 밤새 걸어가야만 했다. 너무 힘 들고 추웠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은 가벼웠다. 힙겹게 구인사 일주문에 들어서자 갑자기 무거웠던 몸이 새털처럼 가벼워지며 날아갈 것만 같았다. 

이런 경험을 하자 불교에 관심이 생겨났고,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읽고 불자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불일암에 계셨던 법정 스님을 찾아가 스님께서 주신 차를 마시기도, 어머니와 같이 절을 다니기도 하며 부처님 가르침에 조금씩 귀를 기울였다. 그러던 어느날  교통사고를 당했다. 순탄히 달리던 버스가 갑자기 난간을 뚫고 강물로 곤두박질칠 때 “아 죽음은 이렇게 쉽게 오는구나”라며 절망에 빠진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부산 동천동이었다. 다행히 썰물이어서 버스가 반쯤 물에 잠겼다. 사람들의 아우성으로 아수라장이었고 힘 있는 사람들은 서로 먼저 나가려고 발버둥쳤다. 그들에게 밟혀 밑에 깔린 나는 강물에 잠긴 상태로 두려움과 공포에 떨었다. 다행히 살아났지만 그때의 사고 이후 아직도 깊은 물을 보면 덜덜 떨리고 갑자기 사고가 나지 않을까 하는 공포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트라우마가 생긴 것이다.

사고 경험도 불교에 귀의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죽음에 대한 의문이 생겨나 죽음과 윤회에 대한 책들을 읽었다. 부처님 가르침이 마음 속에 조금씩 자리 잡기 시작했다.

불교 공부에 매진하던 어느날 갑자기 시어머님이 행방불명됐다. 한참 이리저리 찾다가 할 수 없이 실종신고를 하고 다니던 절에 삼일동안 천도재를 지내며 무사히 귀환하시길 기도했다. 기도 첫날 큰시누에게 전화가 오더니 “엄마가 거적데기에 누워서 나더러 같이 가자고 하더라”는 꿈을 꿨다고 말했다. 기도를 마치는 삼일 째 되던 날 시누는 다시 전화로 “엄마가 옥색한복을 입고 옷을 만들면서 가위질을 하고 계시더라. 올케가 기도를 열심히 잘했는가보다”라고 말했다. 그때 절에서 태운 옷이 옥색치마 저고리였다.

며칠 뒤 시어머니가 꿈 속에 나타나 보라색 두루마기를 입고 목탁을 치며 8차선 대로를 건너가는 꿈을 꾸었다.  매일같이 울던 남편은 이 이야기를 듣고 더 이상 울지 않았고 나도 마음이 많이 가벼워졌다.

불교는 내 삶이 됐다. 남편이 출근하고 아이들이 학교에 가면 바로 절에 가서 ‘지장보살 본원경’을 5시간동안 독경했다. 이동할 때마다 ‘신묘장구대다라니’를 염송하면서 절에서 15년 동안 지내고 생활했다.

 절에서 지내는 시간 동안 신행생활은 인과의 법칙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닥쳐오는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보기로 했다. 남편이 은행 대출까지 해가며 친구한테 돈을 빌려주고, 한참이 지나도 돌려받지 못할 때 그대로 받아들이며 빛을 독촉하지 않았다. 또 남편과 말싸움을 하더라도 그냥 엎드려 삼배를 하면서 ‘그래 맞아. 지금 절하는 모습이 내 모습이지’ 하고 마음을 다잡았다. 힘들지만 있는 현상을 인과의 법칙으로 바라보고 받아들이자 마음의 번뇌가 많이 줄어들었다. 

가족 중 한분이 갑자기 황망히 세상을 떠났다. 슬퍼하는 가족들을 위해 49재 내내 옆에서 같이 기도하고 염불하며 지내던 중 불교전시관에 천주를 사기 위해 방문했다. 그런데 천주는 커녕 위빠사나 체험담인 ‘보면 사라진다’ 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구매해 이틀 만에 다 읽었다. 평소 위빠사나 수행은 우리 같은 재가불자는 힘들다고 생각해 왔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아 나 같은 사람도 이런 수행을 할 수 있구나” 하는 마음이 들어 책의 저자 김열권 법사에게 전화해 수행하고 싶다고 말했다. 법사님은 집중수행에 오라고 했다. 법사님의 가르침을 배우러 가는 길이 너무 오랫동안 목말라하던 진리의 길에 한발짝 다가가는 것 같아 매우 기뻤다.

다니던 절에서 아무리 염불을 하고 기도를 해도 탐·진·치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반야심경’을 매일 염송하고 “조견오온개공 도일체고액”이라고 외면서도 정확히 수행하는 법을 몰랐던 것이다.

[1627호 / 2022년 4월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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