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다는 생각에 놓친 소소하지만 지중한 의미

  • 불서
  • 입력 2022.04.11 13:41
  • 수정 2022.04.11 15:56
  • 호수 1628
  • 댓글 0

자주 접하는 불교예절·용어에 담긴 의미 등 알기 쉽게 풀이
연기적 존재인 ‘나’의 본질 찾는 것이 행복 찾는 길임을 강조

행복찾기
덕선 스님 지음 / 조계종출판사
252쪽 / 1만5000원

저자인 덕선 스님은 동화사, 통도사, 화엄사 승가대학에서 강사를 역임한 학승이며 수행자다.[조계종출판사]
저자인 덕선 스님은 동화사, 통도사, 화엄사 승가대학에서 강사를 역임한 학승이며 수행자다.[조계종출판사]

고려시대 보조지눌 스님은 불교를 공부하는 이들이 경계할 것으로 퇴굴심(退屈心)과 용이심(容易心)을 꼽았다. 들어도 모를 것이라며 지레 물러날 생각을 하거나 습관적으로 늘 듣던 말이라며 가볍게 생각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들어도 모른다” “안 들어도 안다” 둘 모두 공부의 중대한 걸림돌이라는 지적이다.

초심자들은 사찰 문화와 불교용어에 “모르겠다”는 마음을 내지만 절에 오래 다닌 불자들은 “안다”는 마음을 내기 쉽다. 그러나 막상 불교 예절과 용어에 담긴 뜻을 물어오면 설명하기 녹록지 않다. 광명 붇다사 주지 덕선 스님의 법문에세이 ‘행복찾기’는 기본에 대한 얘기들이다. 그 기본을 들여다보고 이해하고 충실할 때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덕선 스님은 화엄사 종열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통도사승가대학과 은해사승가대학원을 졸업했다. 이어 동화사, 통도사, 화엄사 승가대학에서 강사를 역임한 학승이며 수행자다. 이 책은 스님이 승가대학원에서 공부할 때 재가불자들을 위해 개설한 불교교양대학의 전문반 강의를 부탁받고 준비했던 원고들이다. 오랫동안 수행하면서 핵심을 잊지 않으려고 써두었던 ‘바다 찾기’라는 시들도 중간중간 포함시켰다.

스님은 출가자 역할이 수행의 여정에서 때로는 도반이 되고 스승이 되며, 함께 가야하고 또 앞서 가야 하는 자리라고 말한다. 스님은 행자 때 종일 여기저기 뛰듯이 다녔던 바쁜 나날들에도 깊은 산사에서 새벽 범종을 치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 벅찼던 첫 마음을 잊지 않는다. 그렇게 출가 이후 한결같이 초심을 간직하며 올곧게 살아오고 있는 스님이 이제 불자들의 초심을 일깨운다.

합장, 절을 해야 하는 이유, 지혜로움과 어리석음, 보시바라밀, 지식과 지혜, 서원, 삼법인과 공, 전도몽상, 마음이란 무엇인가, 철학과 불교의 차이, 생각 없음에 이르는 법, 아뢰야식 연기 등을 하나하나 풀어간다. 때때로 어려운 용어들이 나오지만 지나치게 부담스럽다거나 딱딱한 것은 아니다. 자주 접하는 예절과 용어이기에 친숙하고, 그 안에 담긴 의미를 드러내기에 새롭다.

“상대를 향해서 합장을 함으로써 나만을 위하는 마음에서 나와 남을 위하는 마음으로, 나와 남을 위하는 마음에서 나와 남이라는 생각도 없는 주객일치의 상태까지 나아가야 합니다.”
“서원은 경전 속의 문자로 읽은 보살이 아니라 욕망 속에 불타고 있는 나의 현재의 삶 속에서 살아 숨 쉬는 보살이 되라는 것이며, 또 얼마든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중생은 실상은 보지 못하고 단지 생각으로만 헤아려 자신이 많이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존재입니다. 수행은 생각을 줄이고 보는 능력을 키우는 작업입니다.”

스님은 우리가 왜 행복을 잃었는지, 운명과 업은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종교란 무엇이고 불교와 기독교는 무엇이 같고 다른지도 차근차근 설명한다. 이를 통해 부처님 가르침의 위대함과 불자로서 자긍심을 불어넣는다. 또 연기적 존재인 ‘나’의 본질을 찾는 것이 곧 잃어버린 행복을 찾는 일이며, 무명으로 왜곡됐던 본래의 나를 회복하는 것임을 일러준다. “들어도 모른다” “안 들어도 안다”는 편견을 내려놓는 순간 이 책은 더없이 좋은 불교입문서이며 행복개론서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628호 / 2022년 4월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