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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한 선지식이 선정·사유로 빚어낸 결정체

  • 불서
  • 입력 2022.04.15 16:22
  • 수정 2022.04.15 16:57
  • 호수 1629
  • 댓글 0

이 세상 모든 것은 영원하지 않네
혜조 스님 엮음 / 신창호·해탈자 그림 / 운주사 / 264쪽 / 1만5000원

방대한 경전·선어록서 선별한 ‘그림 경전 말씀’ 시리즈 3번째
신창호·해탈자 불자 그림 참여…곱씹고 사유할수록 의미 각별

불교에 익숙할수록 생각하고 분별하는 행위를 부정적으로 보기 쉽다. 생각을 끊고 분별심을 버려야 평정심에 이른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반쯤만 옳다. 불교는 생각하고 분별하는 사유의 종교이기도 하다. 열반에 이르는 여덟 가지 바른 길에 정사유가 포함된 것이나 사색에 잠긴 반가사유상도 이를 방증한다. 다만 사유의 속성인 생각과 분별은 잘 벼려진 칼과 같아 깨달음으로 이끄는 활인검이 될 수도,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는 살인검이 될 수도 있을 따름이다.

‘이 세상 모든 것은 영원하지 않네’에는 무수한 선지식들이 깊은 사유와 선정으로 빚어낸 지혜의 결정체가 담겼다. ‘자비는 인연을 가리지 않네’ ‘사랑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네’에 이은 ‘그림 경전 말씀’ 시리즈 3번째로, 책을 엮은 혜조 스님은 출가 후 35년간 교학연구와 전법의 일상을 이어가는 학승이다. 봉녕사 승가대학과 동국대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한 뒤 ‘우리말 법화삼부경’ 등 경전 번역 및 논문을 집필하고 시집도 여러 권 펴냈다.

여기에 실린 글들은 스님이 방대한 경전과 논서, 선어록 등에서 가려 뽑아 지인들에게 보낸 내용들이다. 지금 이 순간의 내 삶을 행복하고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그리하여 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가르침이 가득하다.

매 경구마다 그림이 실린 색다른 그림 경전이 될 수 있었던 데에는 신창호 불자가 동참하면서부터다. ‘소리경전공덕회’(카페)에서 활동하는 그는 스님이 보내오는 말씀이 좋았고, 자신의 재능을 살려 거기에 어울리는 그림을 그려 보내왔다. 스님은 경구와 그림이 있는 ‘그림 경전 말씀’을 다시 수백 명의 지인들에게 보냈다. 반응이 대단히 좋았고 사경·사불하는 마음으로 매일 경구를 정성스레 받아 적고 그림도 따라 그리는 이들도 생겨났다. 2권과 3권의 그림 작업에 새롭게 동참한 ‘해탈자’도 그중의 한 명이다. 초중고에서 10년간 전통예절 강사로 활동하고, 차, 서예, 그림으로 불법을 전하는 여성불자이다. 그렇게 모인 인연들의 정성이 쌓여 3권의 책으로 완성됐다.

여기에는 부처님과 불교사에 등장했던 뛰어난 논사와 고승들의 말씀 230여개가 담겼다. 하나하나가 인간의 본성과 삶의 이치를 꿰뚫고 있다.

‘세상에는 세 가지 헛된 가르침이 있다. 사람의 운명은 숙명으로 정해졌다거나 신의 뜻이라거나 모든 것에는 아무런 원인도 없다는 것, 이 세 가지이다.’(장아함경) ‘모두가 다 죽음을 두려워하고 칼과 몽둥이를 무서워하지 않는 이 없으니, 자기를 용서하는 마음으로 비추어 보아 죽이거나 몽둥이질을 하지 마라.’(법집요송경) ‘하늘에서 보석비가 쏟아져도 욕심 많은 사람은 만족할 줄 모른다. 욕심은 괴로움만 줄 뿐 즐거움을 모르나니 슬기로운 이는 먼저 욕심을 버리느니라.’(중아함경) ‘물속에 본래 달그림자가 있는 것은 아니나, 물로 인해 달을 보게 된다. 온갖 존재 현상도 인연으로 생긴 허구지만, 어리석은 사람은 실체인 듯 착각한다.’(대승본생심지관경) ‘덕은 사람을 오랫동안 대함으로써 알 수 있고 성실은 사귀어봄으로써 알 수 있으며, 불굴의 용기는 고난을 당해봄으로써 알 수 있고 지혜는 깊은 대화를 나누어봄으로써 알 수 있다.’(우다나경)

부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적을 무찌르는 코끼리의 비유를 든 적이 있다. 그런 뒤 올바른 가르침을 받아서 마음속에 간직해두고 용맹한 코끼리처럼 물러서지 않고 거듭거듭 생각해 그 뜻을 체득할 것을 간곡히 당부했다. 이 책의 문구들이 꼭 그렇다. 하나하나 곱씹고 사유할수록 활구가 되어 우리 삶을 비추어준다. 그리고 마침내 지혜를 깨우쳐 우리를 고통과 집착의 굴레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629호 / 2022년 4월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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