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이잉…디이잉…” 영화 스님이 좌종을 울리자 불이 꺼졌다. 한순간에 어두워진 법당에선 불상과 나한상들만이 명상에 잠긴 불자들의 얼굴을 은은하게 비췄다. 자세를 바로잡는 소리, 기침 소리, 문을 여닫는 소리들도 명상의 일부분에 불과했다. 앉은 자리에서 미동 없이 한 시간이 흐르고, 불이 켜지고 나서야 눈을 뜬 그들의 입가엔 만족스러운 듯 희미한 미소가 감돌았다.
미국 LA 위산사를 중심으로 전 세계인에게 선 수행을 지도하며 불법 전파에 진력해온 영화 스님이 4월13일 서울 삼각산 자락의 수행도량 보덕선원(주지 목우 스님)에서 참선법회를 열었다. 40여명의 불자들이 동참한 이날 법회는 한시간의 참선과 즉석법문으로 이어졌다. 목우 스님은 이번 참선 법회에 대해 “종교를 떠나 몸과 마음이 괴로운 대중들에게 도움 주고자 영화 스님을 초청했다”며 “이번 기회로 명상을 생활화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길 바란다”고 말했다.
영화 스님은 베트남 출신으로 중국 위앙종(潙仰宗)의 법맥을 이은 선화상인을 스승으로 출가했다. 2005년부터 미국 캘리포니아 중심으로 다양한 인종과 문화배경을 가진 학생들에게 수행을 지도해왔다. 2018년 한국에 처음 방문해 정통 불교 수행법인 불칠과 선칠을 소개한 것을 시작으로 2020년 청주 보산사, 2021년 분당 보라선원을 개원하며 한국 대중들에게 선 수행법과 대승불교를 지도하고 있다. 한국인 제자 현안 스님이 목우 스님의 권유로 매주 수요일마다 보덕선원에서 명상을 지도해온 인연으로 이날 참선 법회를 연 영화 스님은 보덕선원을 시작으로 한달 간 서울 봉은사·법련사·대원정사·광륜사와 부산 관음사·홍법사에서 정토불교와 명상법에 대한 법문을 펼칠 예정이다.
참선을 마친 후 영화 스님은 “명상 중 들려온 소음들이 자신의 마음에 어떻게 작용했는지 알아차렸길 바란다”며 “수행을 계속할수록 생각의 발전 폭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참석한 불자의 “화를 푸는 것으로도 상대방과 자신을 해친다는 것을 알면서도 화를 참기 힘들다. 특히 아들에게 쉽게 화를 내는 자신이 싫어 조언이 필요하다”는 간청을 주제로 법문을 펼쳤다. 스님은 “화는 모든 사람들의 문제이기 때문에 너무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위로하며 “나도 화를 낸다. 거짓말을 들으면 쉽게 화가 나는 편이다. 그 거짓말이라는 것은 화가 날 때 내 자신한테 화를 내지 말라고 강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무작정 화를 냈다면 사과했더라도 아들은 이미 상처받았을 것”이라며 “어떤 일이 화를 돋우었는지 식별해 본인의 감정을 어떻게 전달해야 좋을지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우리가 화를 내는 이유는 나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자기 자신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지해야 누군가의 마음을 다치게 할 의도가 생기지 않습니다. 자기 마음을 알기 위해선 참선, 명상 등을 꾸준히 수행해야 합니다. 또한 원만히 수행하기 위해선 서원을 세워야 합니다. 수행할 때 집중하지 못하는 이유는 굳센 목표가 없기 때문입니다. 인생의 끝에 극락정토에 태어나겠다는 일념으로 수행정진하시길 바랍니다.”
영화 스님 덕분에 불법을 공부할 수 있었다고 밝힌 양주미(입요·47) 불자는 “영화 스님은 질문을 받고 공감해주며 상황에 맞는 지침으로 수행에 도움을 주신다”며 “굳센 서원을 세워 정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경숙(입채·72) 불자는 “어떤 수행을 하더라도 화를 내면 그 공덕이 없어진다고 생각한다”며 “수행을 통해 화를 잘 다스리려고 한다. 다음 생에 정토에 태어나길 서원하며 정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민규 기자 mingg@beopbo.com
[1629호 / 2022년 4월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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