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여다보지 말았어야 할 불편한 진실을 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진실은 불편하더라도 그 자체가 저를 자유롭게 해 주었고 결국 모두 자유롭게 해 줄 것임을 압니다.”
1세기 경 인도에서 출발해 해상루트로 전래된 가야불교의 역사를 신화에서 벗어나 과학적 방법으로 접근한 역사 다큐멘터리 ‘허황옥 3일 – 잃어버린 2000년의 기억’이 5월 중순 정식 개봉을 앞두고 시사회를 이어가며 해상루트를 통한 가야사의 재조명과 불교 전래의 가능성을 밝히고 있다.
진재운 감독은 4월25일 롯데시네마 부산오투점에서 ‘허황옥 3일 – 잃어버린 2000년의 기억’ 시사회 및 감독과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지난 4월23일 김해 부원동 롯데시네마에서 개최된 첫 시사회에 이어 두 번째 불교 시사회로 마련된 이 자리에는 조계종 종정 성파 대종사, 정토회 지도법사 법륜 스님, 통도사 승가대학장 인해, 부산 안국선원 주지 석산 스님 등 스님들과 불자들이 참석했다.
이날 관객과의 대화에서 진재운 감독은 “허황옥이라는 인물을 따라가는 작업은 흥미로우면서도 큰 가치를 느끼는 동시에 그동안 신화로만 알고 있던 이야기가 취재하면 할수록 역사를 새로 만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며 “‘삼국유사’에서 그렇게 세밀하게 기록하고 있음에도 허황옥의 역사는 그동안 외면당하거나 의도적으로 숨겨진 불편한 진실”이라고 단언했다.
또 진 감독은 “진실은 불편하더라도 그 자체가 저 자신을 자유롭게 해 주었고 결국 모두 자유롭게 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며 “다만 ‘허황옥 3일’은 허황옥이 가야 땅에 도착한 후 3일간의 기록을 지금의 관점에서 잠깐 살펴본 것에 지나지 않으며 3개월여 동안 이어온 바닷길 1만km 곳곳에 흩어져 있는 무수히 많은 역사적 흔적들을 꿰매어서 보석으로 완성하는 것이 우리의 소명”이라고 강조했다.
시사회 후 정토회 지도법사 법륜 스님도 “중국을 통한 전래에만 국한된 불교 역사가 아니라 해상루트를 통한 한국불교의 역사를 규명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이 영화가 앞으로도 과학적, 역사적으로 해역을 통한 한반도 불교 전래에 더 많은 연구와 규명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제작진은 영화에서 국내외 논문과 서적 100여 편을 조사하고, 7개월의 작업 끝에 2000년 전 김해평야 주변 지형과 ‘삼국유사’에 나오는 지명인 망산도, 주포, 만전, 왕후사 등의 위치를 복원해 냈다. 또 최근 30년의 월별 바람과 해류의 평균값을 분석해 터키와 인도, 대만을 거쳐 가야까지 이어지는 ‘고대 해양 철기 루트’를 검증하며 가야 문화와 가야불교를 조명한다.
러닝타임 90분에 달하는 이 다큐멘터리는 영화 개봉에 앞서 지난해 말 KNN을 통해 52분 길이로 방송된 바 있다. 해당 영상은 유튜브 ‘KNN PRIME 다큐멘터리’ 채널을 통해서 볼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다큐 제작에 협력한 여여정사 김해포교당 주지 도명 스님도 최근 그동안의 가야불교 연구 성과를 모은 첫 저서 ‘가야불교 빗장을 열다(담앤북스)’를 출간해 ‘허황옥 3일…’ 개봉에 힘을 싣고 있다.
진재운 감독은 다큐 영화 ‘위대한 비행’, ‘물의 기억’ 등 30여 편 이상의 환경다큐멘터리를 제작해왔으며 50여 회의 국내·외 수상 경력을 지니고 있다. 현재 KNN 기획특집국장을 맡고 있으며 ‘하나뿐인지구영상제’ 집행위원장을 겸하고 있다.
부산=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631호 / 2022년 5월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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