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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등회는 평범한 일상 향한 첫 걸음

3년 만에 열린 연등회, 한국불교 자부심
코로나 위기 속에서  호국불교 전통계승
전국 장엄한 연등, 국민 행복 위한 기도

아직은 조심스럽지만 조금씩 그토록 바라던 일상이 우리 곁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마스크 쓰는 것을 제외하고 거리두기를 비롯해 모든 것이 해제됐습니다. 매일 코로나19 감염자가 적잖게 생겨나고 있지만, 이제 일상으로 돌아갈 여력이 충분히 회복됐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그래서 올해 부처님오신날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3년 만에 다시 열린 연등회(燃燈會) 때문입니다. 우리의 소중한 전통문화유산일 뿐만 아니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재 대표목록에 등재된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세계적인 문화축제라는 점에서 한국불교의 자부심이기도 합니다.

연등회의 역사는 무척이나 깊습니다. 등을 밝히는 연등은 부처님 당시부터 시작이 됐습니다. 등을 켜는 것은 번뇌와 무지로 가득 찬 어두운 무명을 제거하고 부처님의 밝은 지혜로 환한 불성을 일깨우는 의미를 담고 있기에 부처님께 등을 공양하는 것은 스스로의 지혜를 발현하는 길이었습니다. 특히 가난한 여인 난다의 등 공양에서 비롯된 ‘빈자일등(貧者一燈)’의 이야기는 연등의 의미를 새삼 일깨우게 합니다.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부처님 당시에 난다라고 하는 가난한 여인이 있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오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다도 부처님께 등을 공양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난다는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난다는 하루 종일 구걸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으로 음식을 사 먹는 대신 등과 기름을 사 부처님께 연등을 올렸습니다. 밤이 깊어지자 등이 하나둘 꺼지고 부자들이 올린 커다란 등도 결국 불이 꺼졌습니다. 그러나 가난한 여인 난다의 등만은 꺼지지 않았습니다. 이에 부처님 제자 아난이 그 등을 끄려고 하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아난아, 부질없는 짓을 하지 마라. 그 등은 가난하지만 착한 여인이 커다란 서원과 정성으로 켠 등이니 결코 꺼지지 않으리라.”

이런 등 공양의 전통은 전법과 함께 우리에게도 전해져 불교의 나라였던 신라와 고려에서는 왕을 비롯해 모든 백성들이 참여하는 국가의례로 정착됐습니다. 그러나 시련도 있었습니다.  

숭유억불의 나라 조선이 들어서면서 500년 동안 연등회는 국가행사에서 자취를 감췄고 민간을 중심으로 겨우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행히 근현대에 들어와 불교가 다시 일어서면서 불교를 대표하는 행사로 점차 규모가 커졌습니다. 결국 2012년 국가무형문화재로, 2020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재 대표목록으로 등재가 되면서 국내를 넘어 지구촌이 함께 향유해야하는 인류문화유산으로 평가받게 됐습니다. 당시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는 연등회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포용적인 문화적 다양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함께 기쁨을 나누고 위기를 극복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사실 연등회에 대한 유네스코의 평가는 한국불교에 대한 평가라고 생각됩니다. 한국불교는 바다와 같은 포용성으로 우리민족의 다양한 문화들을 품에 안았습니다. 불교가 전래되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순교했지만 무력으로 불교를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평화로운 전래 과정에서 한민족만이 가지고 있는 여러 문화들이 불교에 수용됐고 이런 특징 때문에 불교는 외래종교로 시작됐지만 지금은 민족종교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또한 국난이 있을 때마다 떨쳐 일어났습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같은 외세의 침략에 스님들이 승병으로 참여했고, 구한말에는 용성, 만해 같은 스님들이 독립을 위해 헌신했습니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이런 전통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코로나19가 발생하자 불교계는 법회와 행사를 중단하고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성금과 물품을 모아 전달했습니다. 코로나19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의료진들에게 사찰 도시락을 후원하고 템플스테이를 통해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도록 배려했습니다. 
 

그래서 올해 연등회는 더욱 감회가 새롭습니다. 코로나19의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 일상으로 되돌아가는 첫 걸음이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서울 종로 한복판에 가득 들어선 연등과 각종 장엄물, 국토 전역을 환하게 밝힌 무수한 연등들은 불자들이 가난한 여인 난다의 마음으로 국민들의 행복을 위해 올리는 자비로운 기도일 것입니다.

김형규 대표 kimh@beopbo.com

[1631호 / 2022년 5월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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