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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시대의 불교] 6. 국내 불교구호단체

긴급구호팀 파견하고 구호물품 전달하며 피해복구에 최선

한국JTS·공생회·로터스·복지재단 등 10여 단체 활발히 활동
코로나19에도 중단 없이 자비행…동남아 사찰에 식량 지원
어린이 구호 활동과 심리적 불안감 해소 프로그램도 ‘특화’

조계종사회복지재단 긴급재난구호봉사대가 2011년 일본 지진 최대 피해지역인 센다이시에 도착해 피해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하고 있다. [조계종사회복지재단]
조계종사회복지재단 긴급재난구호봉사대가 2011년 일본 지진 최대 피해지역인 센다이시에 도착해 피해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하고 있다. [조계종사회복지재단]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면서 불교계 구제·구호 활동도 2000년 이후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다. 1990년대 5개뿐이던 교계NGO 단체가 25개로 늘어났고 국내뿐 아니라 국제무대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단체는 10여 곳으로, 각 단체는 특정 분야에서 도드라지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종단의 관심까지 더해져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구호활동이 진행됐다. 신속한 인력파견이 가능해졌고 불교만의 특화된 심리프로그램도 주목을 받았다.
 

한국JTS(Join Together Society, 이사장 법륜 스님)는 불교계 국제구호활동의 선구자격이다. 일반적으로 한국JTS가 2000년 4월 기록적인 한파로 어려움에 처한 몽골 서남부 지역을 지원한 것이 불교계 최초 국제구호 활동으로 전해진다. 영하 50도를 넘나드는 혹한 속에서 가축 60%를 잃은 몽골 난민들을 위해 긴급구호팀을 파견하고 조속한 피해복구에 나섰다. “최소의 인력으로, 재난지역 중에서도 더 소외된 지역을 찾아 지원한다”는 JTS의 긴급구호 원칙에 따라 가장 피해가 심각한 초이발산 지역 900가구에 밀가루 36t과 의류 16t을 긴급 지원했다. 

한반도 평화 구현에 앞장선 북한 구호사업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다. 계속되는 식량난과 자연재해로 북한주민들 사이에서 아사자가 속출한다는 소식을 전해 듣자 1997년부터 긴급식량 지원에 나섰다. 가장 열악한 함경북도 나선시를 중심으로 어린이 영양식 공장을 설립해 전체 110여개 탁아소 및 유치원에 먹거리를 제공했다. 밀가루, 옥수수, 국수 등 해마다 지원한 식량의 규모만 6000t이 넘는다. 심지어 2006년 북한 전역에 발생한 성홍열(세균성 인후염)에 항생제를 지원해 피해가 북한 전역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25년간 꾸준하게 인도적 사업을 진행하며 북한과의 신뢰관계를 형성한 JTS는 경색된 남북 관계로 민간교류가 단절된 2019년에도 북한 ‘조선어린이후원협회’의 초청으로 법륜 스님이 방북해 중국산 옥수수를 대량으로 전달했다.
 

2003년 월주 스님에 의해 설립된 지구촌공생회(이사장 성우 스님)는 히말라야에 기대 살아가던 네팔주민들이 지진으로 삶의 터전을 잃었을 당시 이들의 곁은 지키며 적극적인 구호활동을 펼쳐 크게 주목받았다. 2015년 발생한 네팔 대지진으로 8000명 이상의 사망자와 2만명 이상 부상자가 발생했으며, 전체 국토 40%가 피해를 입었다. 또 7800개 학교가 무너지면서 최소 96만명의 아이들이 배움을 포기해야 했다. 이에 지구촌공생회는 6차례 현장을 찾아 도움의 손길이 적은 산간지역에서 긴급구호활동을 전개했고 동시에 국내에서 성금 2억8000여만원을 모금했다. 네팔 어린이들이 재난의 아픔을 이겨내고 새로운 희망을 꿈꿀 수 있도록 산골학교와 청소년센터 등 교육시설을 재건해 현재 총 20곳을 운영하고 있다.

재난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든 이들에게 상처와 절망을 남기지만 어린이들에게는 더욱 큰 후유증을 남긴다. 필리핀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고 있는 굿월드자선은행(대표 덕문 스님)은 2013년 역사상 가장 강력한 태풍이라 불리는 ‘바이루’가 필리핀 전역을 휩쓸 당시 필리핀 아이들의 슬픔을 어루만졌다. 순간시속 380km에 달하는 ‘바이루’는 18시간 동안 위력을 유지하며 주변을 파괴했고 2000명 이상의 사망자, 1500명 이상의 실종자를 발생케했다. 이에 쌀 80t, 라면 8만개, 통조림 4만개, 생수, 간장, 아기 수건 등 지원이 시급한 생필품을 구입해 주민들에게 직접전달하며 조속한 일상회복을 기원했다. 뿐만 아니라 현지 상황 악화로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필리핀 어린이 197명에게 학비도 지원했다. 

2019년 전대미문의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위험으로 몰아넣었을 때도 불교계 구호사업은 중단 없이 이어졌다. 불교계는 코로나19 초기부터 국내외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마스크를 지원하기 시작했고, 국가와 지역 간 단절로 외출이 자유롭지 못한 지역에는 식량과 생필품을 선물하기도 했다. 동시에 동남아 불교국가를 돕는 것이 시급했다. 남방불교의 수행 전통을 유지하고 있는 불교공동체들은 탁발을 통해 생계를 유지해왔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이동 제한과 경제 악화로 탁발이 불가능해지면서 스님들의 생계 및 수행, 사찰운영도 심각한 피해가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활발히 활동하는 10여개 국내 구호단체들은 재난으로 상처 받은 이웃들의 아픔을 보듬으며 자비행을 실천하고 있다. 
현재까지 활발히 활동하는 10여개 국내 구호단체들은 재난으로 상처 받은 이웃들의 아픔을 보듬으며 자비행을 실천하고 있다. 

이에 로터스월드(이사장 성관 스님)는 지난해 6월 ‘캄보디아·미얀마·라오스 사찰 긴급지원 캠페인’을 전개하고 한끼 공양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사찰과 스님들을 돕기 시작했다. 취지에 공감한 국내 사찰과 불자들의 십시일반 후원이 이어지는 등 큰 호응도 이끌어냈다. 이를 통해 7차에 걸쳐 지역을 확대해 가며 도움이 시급한 사찰들을 폭넓게 지원했다. 캠페인으로 지원한 사찰은 3개 국가 총 53곳이며 수혜인원은 1만3430여명으로 집계됐다. 

태고종 (사)나누우리(이사장 만우 스님)도 올해 1월 군부 쿠데타와 코로나19 백신 부족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미얀마 국민들을 위해 백신구입비 1만달러를 미얀마 민주진영의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 측에 전달했다. 나누우리는 2009년 아이티 지진구호성금 전달을 계기로 2010년 창립한 국제구호단체다. 2018년 외교부 소관 공익법인으로 전환한 나누우리는 국제 구호뿐 아니라 국내 구호사업도 지속하고 있다. 2020년 전북지역 집중호우와 올해 강원·경북 대형산불이 발생했을 때는 구호자금 각 1000만원과 2000만원을 지원했다.

불교계의 국제구호활동은 앞선 국내구호 활동으로 탄탄한 준비과정을 거쳤기에 가능했다. 각 종단들이 대사회적 책임과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종단 차원의 구호활동 역량을 확대시켜 나갔고 전문성과 체계적인 지원 구조를 만들어 갔다.

종단 차원의 재난구호·복구지원은 조계종사회복지재단(대표이사 보인 스님) 산하 긴급재난구호봉사대가 대표적이다. 1996년 경기도 연천·문산 집중호우 피해지역 구호 활동을 펼쳤던 복지재단은 국내외 재난 사태 발생 시 신속하게 대응하고자 2005년 긴급재난구호봉사대를 출범시켰다. 곧이어 양양 낙산사 화재 복구지원(2005), 우면산 산사태(2013) 등 국내 재난상황에서 신속하고 조직적인 구호 활동을 펼쳤다. 나라 밖에서도 활약은 이어졌다. 아이티 지진(2010), 일본 지진(2011), 태국 홍수(2012) 등 세계 어느 곳이든 재난이 발생하면 24~72시간 이내에 긴급구호 전문가로 구성된 선발대를 파견하고 현지 기관과 연계를 통해 현장에 필요한 효과적인 구호활동을 전개해왔다.

조계종 공익기부법인 아름다운동행(이사장 원행 스님)도 적극 힘을 보탰다. 재해재난 지역에 안정적인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긴급모금을 진행하는 등 기반 마련에 힘썼다. 모연금은 피해 현장에 가장 적합한 구호물품 구매와 의료구호, 피해복구 등에 사용됐다. 특히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일본 미야기현 센다이의 사찰 린코인에서 봉행된 ‘지진 희생자 극락왕생 발원 천도재’는 유가족들에게 큰 위로를 줬다.

재난의 상처를 회복하지 못한 채 일상으로 돌아가 심리적 불안에 떨고 있는 이들을 돕는 단체도 있다. 재난 피해자들의 든든한 울타리를 자처하는 더프라미스(이사장 법보 스님)다. 더프라미스는 국내외 대규모 재난현장에서 피해자들과 현장 활동가들에 대한 심리적 응급처치를 지원하고, 재난 대응에 필요한 프로그램과 심리적 불안감 해소를 위한 상담 및 교육으로 몸과 마음의 안정을 되찾아 주고 있다. 특히 2017년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으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지역민들에게 심리안정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뚜렷한 개선성과도 보였다. 최근에는 재난 상황 시 대피 요령과 심리안정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재난대응 보드게임을 개발해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교육하고 있다.

김내영 기자 ny27@beopbo.com

[1631호 / 2022년 5월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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