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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과 사유로 드러낸 불교 고통 직시해 해결 방법 제시

  • 불서
  • 입력 2022.05.08 12:54
  • 호수 1632
  • 댓글 0

철학자의 불교 공부노트
지지엔즈 지음 / 김진무·류화송 
불광출판사 / 320쪽 / 1만8000원

저자, 미국서 서양철학 전공
신앙 배제하고 철학적 접근
실상 알아야 고통서 벗어나

불교가 여타 종교와 다른 점은 믿음을 중시하는 동시에 무조건적인 믿음을 배격한다는 데 있다. ‘법에 의지하되 사람에 의지하지 말라’거나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달마를 만나면 달마를 죽인다’는 과격한 문구도 맹목적인 믿음에 대한 경계라 할 수 있다. 믿음에 대한 불교의 유연한 태도는 종교적 깊이를 더하면서도 합리적인 사유의 특성이 두드러지게 만든 배경이 됐다.

‘철학자의 불교 공부노트’는 불교를 철학적이고 합리적으로 풀어낸 불교 입문서다. 저자는 미국 뉴욕주립대학에서 서양철학을 전공하고 귀국해 대만 화판대학(華梵大學)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서양철학자다. 화판대학은 불학 전통이 강했기에 저자는 불교를 자주 접했지만 끝내 스스로 불교도라 규정하지 않는다. 대다수 불교도들은 경전의 한 글자까지 진리로 여기고 신봉해 의심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는 달랐다. 무조건 받아들이기보다 ‘왜?’라고 먼저 의심했고, 그것을 치열하게 사유했다. 그것이 합리적으로 믿을만하다고 생각되면 비로소 받아들이는 방식이었다. 의심과 깊은 사고를 거치지 않은 상황에서 종교를 믿고 거짓 성직자를 잘못 신봉하게 되면 일신상의 화를 초래하는 상황들이 얼마든지 있었다. 그렇기에 논리적인 사유가 지혜 향상에 도움이 되고 오해를 줄이며 잘못된 길로 빠져드는 위험을 낮춘다고 보았다. 

저자는 불교 개념을 공부하고 사유했으며, 수행으로까지 불교 이해의 폭을 넓혀갔다. 그러면서 불교를 신앙으로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불교 자체의 효용성이 대단히 크다는 확신에 이르렀다. 가장 크게 와 닿은 것은 고통의 문제였다. 불교는 고통의 원인에 대해 집요할 정도로 치밀하게 다뤘고,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었다.

저자가 파악한 불교의 고통 소멸 방법은 본래 갖추고 있던 근원을 이해하고 그것으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가령 어떤 사람이 귤을 껍질부터 먹기 시작하다가 귤 먹는 것이 고역이라고 느꼈다고 하자. 이때 그가 원래 껍질은 먹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면 더 이상 귤먹기는 고역이 아니라 즐거움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거의 예외 없이 귤을 껍질째 먹으며 괴로워한다. 불교는 실상을 직시하도록 하고 괴로움을 없애준다. 불교가 신앙이 아니더라도 인생이 고통스럽다고 여기거나 삶의 고민을 털어내고 싶다면 인생에서 꼭 한 번은 불교를 만나라고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책은 교리를 다룬 상편과 수행을 다룬 하편으로 나뉜다. 상편에서는 불교에서 말하는 탐·진·치의 세 가지 번뇌와 무상·고·무아의 삼법인을, 하편에서는 좌선, 정념, 염불 등 수행을 다룬다. 언뜻 일반 불교개론서와 비슷해 보이지만 저자는 철학을 연구하면서 체득한 논리적 사고와 정의 내리는 방법을 활용해 불교를 이해시킨다. 불교에서 말하는 삼법인을 보다 진지하게 탐구하기 위해 동서양철학자를 등장시키고 그들의 철학이론을 소개한다. 칼 포터의 반증주의, 데이비드 흄의 회의주의, 칸트의 순수이성비판과 실천이성비판, 하이데거의 현상학, 유가의 중용지도, 장자의 대자재(大自在), 송의 명리학 등도 적극 활용한다.

철학과 불교가 만나 어려울 것 같지만 저자의 뛰어난 글쓰기와 역량은 난해함을 흥미로움으로 바꿔놓는다. 자신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을 위한 ‘이고득락’의 유용한 불교입문서가 되기에 충분하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632호 / 2022년 5월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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