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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 법만 스님

연기법에 지구환경 지키고 인류 지속가능한 해법이 있습니다

연기 가르침 기후위기 극복에 적용하면 포교 신세계 열려
발우공양‧불살생계 등의 불법은 완벽한 환경선언과 같아
일회용품 줄이기‧빈그릇 실천 등 녹색사찰문화 확산 필요

법만 스님은 불교환경연대가 제정한 ‘환경오계’를 통해 이 시대 불자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 고민할 것을 당부했다.
법만 스님은 불교환경연대가 제정한 ‘환경오계’를 통해 이 시대 불자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 고민할 것을 당부했다.

오늘 불교환경연대와 화엄사가 협약식을 맺게 되어 감사한 마음입니다. 제가 환경문제 전문가는 아니지만, 온 생명이 함께 더불어서 관계하고 또 행복한 삶을 이루는 생명존중사상을 실천하는 일에 역할을 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주의 나이가 150억년이고, 지구의 나이는 대략 46억년 정도 됐다고 합니다. 그리고 80만 년 전에 인류 호모사피엔스가 생겨났다고 합니다. 이어 약 8만 년 전 인지혁명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우리 인류를 바꾼 세 가지, 세 번의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가히 혁명이라고 할 정도의 큰 변화였습니다. 

첫 번째가 바로 8만 년 전에 시작된 인지혁명으로, 처음으로 인간들이 원시적인 언어와 도구, 불을 사용하면서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불과 1만5000년에서 2만 년 전에 신석기 혁명이 일어나 농사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 집단과 사회를 이루고 이것이 더 커져서 국가를 형성하게 됐습니다. 이렇게 인류에 큰 변화를 가져온 게 두 번째 혁명인 농업혁명입니다. 그리고 200여년 전 시작된 산업혁명이 세 번째입니다. 그동안은 자연을 활용했고, 가업 형태로 이어지던 산업이 산업혁명을 시작으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더불어 인간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큰 계기가 됐습니다.

산업혁명으로 인해 인류가 보다 편리한 삶을 살고 풍요를 누리게 됐습니다. 지구라는 자원이 무한하고, 다시 회복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마구 훼손하며 산업발전만을 추구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느끼고 있습니다. 지구 자원이 무한하지 않고, 한계가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래서 지속가능한 외교공동체가 필요하고, 지구생명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네 번째 큰 혁명을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네 번째 혁명은 바로 지속가능한 생태혁명입니다. 지금과 같은 형태로는 앞으로 100년을 버티지 못하고 인류에 의해 생물 멸종이 시작될 것이라고 합니다. 실제 지금도 빙하가 녹아내리고 있습니다. 불교환경연대가 ‘지구는 시원하게 마음은 따뜻하게’를 구호로 내 건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우리 한반도 역시 벌써 아열대 기후를 띠고 있습니다. 때문에 기후재난이 일어나고, 이것이 지속되면 재앙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강물이 범람하고, 산불이 크게 일어나는 것도 기후의 영향입니다. 

우리의 미래는 물론, 후손들을 위해서라도 지속가능한 지구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그 속에서 인간 삶을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지금 우리사회 젊은 층의 70% 이상이 종교를 찾지 않을 정도로 탈종교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지만, 이들이 영적인 삶까지 외면하는 것은 아닙니다. 명상 등에 관심을 갖고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며 살아가는 삶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과 같은 기후위기 시대와 탈종교 시대, 그런 거부할 수 없는 흐름 속에서 우리 불교가 해야 할 일이 분명하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처님 가르침의 핵심 중 하나가 연기법입니다. 연기의 가르침을 환경과 기후위기에 적용시켜서 대중들에게 전해야 합니다. 현실문제에 직접 적용해 가르침을 전하면 지식인들이나 젊은 사람들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들이 직접 느끼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불교가 환경문제에 관심 갖고 함께 행동하면 젊은이들과 지식인들에게 불법이 충분히 전달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환경문제에 우리가 함께 함으로써 포교의 신세계가 열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후위기 시대에 불교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다른 종교에서도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다만, 자연을 다스리는 데에서 잘 지키고 보호하는 선한 관리자로 표현이 바뀌었음에도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관리자와 피관리자로 보는 편견에 따라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불교는 이원적인 것이 아니고 하나로 연결돼 있습니다. 

‘화엄경’에 ‘일중일체다중일(一中一切多中一) 일즉일체다즉일(一卽一切多卽一) 일미진중함시방(一微塵中含十方) 일체진중역여시(一切塵中亦如是), 하나 가운데 일체이고 많은 것 가운데 하나이다. 하나가 곧 일체이고 많은 것이 곧 하나이다. 하나의 티끌 속에 우주가 들어있고 일체의 티끌 또한 그러하다’는 말씀이 있는데, 이것이 곧 우리 인류에게 가장 필요한 부처님의 연기법 가르침입니다. 이처럼 이 세상은 그야말로 촘촘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불자님들은 이 가르침처럼 그러한 마음으로 온 생명을 지키고 더불어 지속적으로 잘 살아가는 것이 어떤 삶인지 생각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지구를 지키고 환경을 보호하는 것이 어렵고 힘든 일은 아닙니다. 생각만 바꾸면 될 일입니다. 적당히 불편한 삶을 살아보자는 생각만 하면 됩니다. 예전에 지금처럼 물질적 풍요를 누리지 않으면서도 더 행복하게 살았던 시기가 분명히 있었습니다. 지금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시대를 살아가지만 그만큼 행복한 것도 아닙니다. 더 치열하게 경쟁하고, 상대적 박탈감도 더 크게 느끼면서 사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불교는 부처님의 깨달음을 전하는 종교입니다. 이제 인류를 넘어서서 온 생명에게 깨달음이 전해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게 부처님 가르침을 제대로 실천하고 대응하면 지구를 지키는 일이 크게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이미 불교에서 행하는 발우공양과 불살생에 따라 육식을 피하는 식생활도 환경에 긍정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습니다. 육식 소비량이 1970년대에 비해 10배가량 늘어나면서 환경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데, 불교에서는 육식 소비를 줄이는데 일조하면서 환경 개선에 기여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만큼 불교가 환경보전에 앞장서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부처님의 이러한 가르침들은 완벽한 환경선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탄소중립에 대한 말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얼마 전 대선에서는 ‘RE100’의 뜻을 아느냐 모르느냐 하는 논쟁도 있었습니다. ‘리사이클 에너지 100%’, 그러니까 화석에너지가 아니고 그야말로 100% 재생에너지로 주택이나 공장, 회사를 운영하는 것을 말합니다. 탄소중립이 중요한 이유는 지구의 온도상승을 늦추는데 꼭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화석연료는 사용하면 할수록 오존층을 파괴하게 되면서 지구가 더워지게 됩니다. 만년설이 녹아내리고 기후위기가 닥쳐오는 이유입니다. 기후위기 징후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국도 지난해 대형 산불이 이어지고 평균 기온이 20도 안팎이던 곳이 50도 안팎까지 올랐습니다. 호주는 몇 달간 산불이 이어져 큰 피해를 입었고, 북유럽 국가들 역시 몇 백 년 만에 큰 홍수가 나서 수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이것이 모두 화석연료를 많이 사용해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그래서 탄소배출을 줄이고 지구가 더 이상 뜨거워지는 것을 막자고 하는 것입니다. 산업혁명 이후로 지구온도가 약 1.09도 올랐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임계점이 이제 0.45도밖에 안 남았다고 합니다. 앞으로 30년 내에 탄소중립을 이뤄서 지구온도 상승을 막지 못하면 그 후엔 어떤 노력을 해도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입니다. 그래서 우리도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기업들 입장에서는 그만큼 투자해야 할 부분이 많다보니 어려운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조금 천천히 가자고 하는데, 이것은 우리가 고통을 감수하더라도 더 이상 미룰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교구본사 중 선운사에 이어 화엄사가 두 번째로 녹색사찰 협약을 맺었습니다. 대중들께서도 이러한 위기상황을 잘 인식하셔서 주변 많은 분들과 의견을 나누고 지자체 등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또한 우리가 실천해야 할 일들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함께 지키려 노력하는 일도 중요하겠습니다. 무엇보다 먼저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가 필요합니다. 비닐,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빈그릇 운동을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크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화엄사 본말사 사부대중들께서 먼저 적극적으로 실천해서 녹색사찰 문화가 확산되도록 노력해주시길 바랍니다.

다시한번 말씀드리지만,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결코 어렵고 힘들고 고통스러운 것이 아닙니다. 일상생활에서 하나씩 실천하는 것, 그것이 온 생명은 물론 이웃과 더불어 함께 잘 사는 길이 될 것입니다.

불교환경연대에서는 불자들이 함께 지키길 바라면서 ‘환경오계’를 제정했습니다. 이 환경오계를 같이 마음속으로 따라하시면서 오늘 이야기를 마칠까 합니다. 첫 번째는 ‘천지자연이 모두 연결된 우주생명임을 알아서 존중하며 모시는 삶을 살겠습니다’이고, 두 번째는 ‘경제 대립하는 죽임의 삶이 아니라 서로 살리는 삶을 살겠습니다’입니다. 세 번째는 ‘많은 것 빠른 것보다 작고 적은 것을 추구하며 단순 소박한 삶을 살겠습니다’이고, 네 번째는 ‘깨끗함 편리함이 마음의 불편인줄 알아서 적당히 불편한 삶을 살겠습니다’입니다. 마지막 다섯 번째는 ‘물질적인 풍요보다 마음의 풍요를 추구하고 수행하며 나누는 삶을 살겠습니다’입니다. 

환경오계를 통해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삶인가’ ‘어떻게 사는 것이 불자의 삶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 하루하루 되새기면서 살아가시길 당부드립니다. 

정리=신용훈 기자 boori13@beopbo.com

이 내용은 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 법만 스님이 4월2일 화엄사 화엄법회에서 설한 법문을 요약 게재한 것입니다.

[1632호 / 2022년 5월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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