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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년 설악 선풍 이을 제2의 도의국사 길러낼 것”

  • 수행
  • 입력 2022.05.16 11:07
  • 수정 2022.05.20 19:47
  • 호수 1633
  • 댓글 2

무문관으로 재개원한 신흥사 향성선원서 5월15일 하안거 결제법회
8월12일까지 90일간 우송 스님 포함 11명 수좌 1일1식 폐문정진

“무사히 정진하십시오” “건강이 제일입니다” “석달 뒤에 뵙겠습니다”

짧은 인사를 나눈 뒤 돌아선 스님들의 얼굴은 사뭇 비장하다. 문이 닫히자 외호대중들이 자물쇠를 걸어 잠갔다. 굳게 닫힌 문 안에는 작은 의자와 2평 남짓한 독방. 이마저도 나무벽으로 둘러싸여 주변의 풀 한포기 보이지 않는다. 세상과의 유일한 통로는 매일 오전 11시에 단 한번 열리는 가로세로 30㎝ 남짓 공양 배식구가 전부다.

신흥사 향성선원, 백담사 무금선원, 기본선원이 합동해 임인년 하안거 결제 법회를 봉행했다.
신흥사 주지 지혜 스님.

설악산 신흥사(회주 우송 스님)가 ‘조계선풍 시원도량(曺溪禪風 始原道場)’의 전통을 이어가고자 새롭게 개원한 ‘무문관 향성선원’에서 11명의 수좌들이 폐문정진을 시작했다.

조계종 제3교구본사 신흥사(주지 지혜 스님)는 5월15일 설법전에서 ‘신흥사 향성선원, 백담사 무금선원, 기본선원 합동 임인년 하안거 결제 법회’를 봉행하고 8월12일까지 90일간 무문관(無門關)을 진행한다. 무문관은 독방에서 최소한의 공양만 받으면서 용맹정진하는 불교의 혹독한 수행법이다. 수좌들은 밖에서 걸어 잠근 독방 안에서 하루 한 끼만 공양하며 화두를 참구한다.

무문관으로 새롭게 개원한 신흥사 향성선원 전경
무문관으로 새롭게 개원한 신흥사 향성선원 전경
법회 후 무문관 입방을 위해 이동하는 수좌들. 
법회 후 무문관 입방을 위해 이동하는 수좌들. 

신흥사는 올해 조계선풍의 전통을 계승·발전시킨 조실 설악 무산 스님(1932~2018)의 원력을 잇고, 설악산문의 선풍 진작을 위해 향성선원을 무문관으로 전환해 재개원했다. 기존 15명 내외의 수행처로 운영해오던 향성선원은 탐방로와 맞닿아 있어 수행환경 조성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회주 우송 스님은 향성선원을 철저한 수행공간으로 전환하고자 사부대중들의 원력을 모아 개보수를 진행했고, 자기 자신·화두와 싸움하는 무문관 수행처로 거듭나게 됐다.

우송 스님은 “도의국사에서 무산 스님까지 1000년 넘게 이어진 설악산문의 선맥을 다시 한번 진작시키고 전통을 계승하고자 무문관으로 새롭게 개원했다”며 “조실 무산 스님의 원력처럼 선불교의 전통을 계승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무문관 수행이 더 많은 대중에게 불교의 가르침을 전하고자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회주 우송 스님이 입방에 앞서 주지 지혜 스님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
들어간 순간부터 90일간 세상과 소통을 단절하고 폐문 수행정진에 들어간다.
들어간 순간부터 90일간 세상과 소통을 단절하고 폐문 수행정진에 들어간다.

신흥사의 올해 하안거에는 향성선원 무문관 11명, 백담사 무문관 11명, 기본선원 30명 총 52명의 수좌가 방부를 들였다. 향성선원 무문관에는 많게는 57년, 적게는 13년 승랍의 스님들이 참여했으며 재개원 불사를 주도한 우송 스님도 수좌들과 함께 입방해 눈길을 끈다.

우송 스님은 입방에 앞서 “새로운 일을 하기 위해선 많은 생각과 힘이 필요하다”며 “90일간 용맹정진을 통해 신흥사를 한 단계 더 도약시킬 것”이라고 다짐했다.

수좌들은 신흥사 조실 설악 무산 스님의 생전 법문을 시청하며 원력을 다졌다.
무산 스님은 법어에서 “임제선사의 머무는 곳마다 주인이 되라는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처럼 깨달아야 한다는 욕심과 선사들의 법문에 지나치게 휘둘리지 말고 자신감을 가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결제 법회에서는 신흥사 향성선원과 백담사 무금선원, 기본선원에서 정진하는 수좌들을 비롯해 신흥사 본말사 스님과 신도들이 동참해 무문관 수행에 임하는 스님들이 무사히 정진하길 발원했다. 수좌들은 무산 스님의 생전 하안거 결제 법문을 들으며 용맹정진할 것을 다짐했다. 무산 스님은 법어에서 “산문마다 수행 선풍이 다르다”며 “신흥사에는 용성·고암·성준 스님의 선풍이 남아있고, 백담사에는 만해 스님의 선풍이 전해진다. 후학들은 선대 선풍의 맥을 이어 용맹정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임제선사의 머무는 곳마다 주인이 되라는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처럼 깨달아야 한다는 욕심과 선사들의 법문에 지나치게 휘둘리지 말고 자신감을 가지길 바란다”는 당부를 남겼다.

신흥사는 이번 무문관 개원으로 종조 도의국사부터 조실 무산 스님까지 1000년 넘게 이어진 선풍을 이어 제2, 제3의 도의국사와 무산 스님이 나오도록 외호할 계획이다. 신흥사 총무국장 지상 스님은 “스님들이 90일동안 용맹정진 할 수 있도록 철저한 수행 환경을 조성해 본말사 대중과 함께 외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흥사의 올해 하안거에 동참한 향성선원 무문관 11명, 백담사 무문관 11명, 기본선원 30명 총 52명의 수좌들
신흥사의 올해 하안거에 동참한 향성선원 무문관 11명, 백담사 무문관 11명, 기본선원 30명 총 52명의 수좌들.
매일 오전 11시. 한번만 열리는 가로세로 30㎝ 남짓 공양 배식구가 세상과의 유일한 통로다.
굳게 닫힌 향성선원 무문관.
굳게 닫힌 향성선원 무문관.

속초 신흥사=고민규 기자 mingg@beopbo.com

[1633호 / 2022년 5월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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