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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황당한 영산재 보유자 자격심사

  • 기자칼럼
  • 입력 2022.05.20 21:32
  • 수정 2022.05.20 22:15
  • 호수 1633
  • 댓글 3
성림 스님이 이사로 활동하는 부산영산재보존회는 매년 부산 연등회, 팔관회에서 영산재를 봉행한다. 법보신문 자료사진.
성림 스님이 이사로 활동하는 부산영산재보존회는 매년 부산 연등회, 팔관회에서 영산재를 봉행한다. 법보신문 자료사진.

부산시 무형문화재 제9호 ‘부산 영산재’ 의식을 연구하고 교육하는 사단법인 부산영산재보존회 이사 성림 스님(부산 사상구 관음사 주지)은 얼마 전 무척 당혹스러운 일을 겪었다. 부산시 무형문화재 보유자 심사에서 탈락 사실을 통보받았기 때문이다. 부산 영산재의 전통을 이어 누구보다 앞장서 의식을 집전하고 교육해 온 스님이 정작 보유자 심사에서 떨어졌다는 사실은 스님은 물론 부산영산재보존회 모든 스님에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실이었다.

부산 영산재는 영남범패를 기본으로 바라, 나비, 장엄 등 네 분야가 어우러진 불교 전통의 종합 예술 의식이다. 특히 사단법인 부산영산재보존회는 부산불교어산회의 전통을 잇는 단체로 이사장 경호 스님이 작법 보유자로 지정돼 있다. 보존회는 경호 스님뿐 아니라 네 분야별 보유자를 각각 지정하는 것이 부산 영산재의 체계적인 전수를 위해 시급하다고 뜻을 모은다.

이러한 상황에서 성림 스님은 부산시 측에 보유자 심사에서 탈락한 이유를 밝혀달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뒤늦게 돌아온 답변은 형식적이었다. 거문고 소리, 가곡의 성법과 비교한 평가는 어린 시절부터 범패를 익혀 온 스님에게 낯선 용어였다. 평가 항목의 기준이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반문해도 명확한 답은 없었다. 3년 뒤 재심사를 받으라는 회신뿐이었다.

스님은 이러한 결정의 배경에 본인이 지난해부터 부산시 무형문화재 심사위원들의 자격을 문제 삼아온 것에 반발한 일부 위원들의 감정적 대응일 것으로 추정했다. 범패는 국악, 민속과는 차별화된 우리 민족 전통의 불교음악이다. 스님은 “당연히 불교음악을 공부하고 전공한 전문가가 심사하는 것이 마땅하다. 불교에 대한 종교적인 이해를 갖춰야 하는 것은 물론”이라며 “그러함에도 부산 영산재를 심사하는 과정에 불교음악의 전문성을 지닌 심사위원이 단 한 명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범패 심사위원 6명 중 무용 전공자가 포함돼 있었고 그중 한 심사위원은 스스로 자신은 타종교 신자며 무속을 전공했다고 당당히 밝혀 스님의 귀를 의심케 했다.

‘부산 영산재’의 무형문화재 등록은 올해로 30년을 맞이한다. 영남범패를 공부하기 위한 많은 스님과 불자들을 위해 현대에 맞는 교수법도 다양하게 개발돼 있다. 무형문화재를 보유한 다른 전통민속보존단체에 비해 전수관조차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영산재 의식을 수행으로 삼아 전통을 계승해 온 스님들의 전문성을 비전공자 심사위원이 평가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방법이었는지 의문이 든다.

부산 영산재는 시 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있지만 전수관이 별도로 없어 성림 스님이 주지를 맡고 있는 부산 사상구 관음사에서 의식 교육을 지도한다.
부산 영산재는 시 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있지만 전수관이 별도로 없어 성림 스님이 주지를 맡고 있는 부산 사상구 관음사에서 의식 교육을 지도한다.

무엇보다 국가 단위가 아닌 시·도 단위 무형문화재는 관할 교구본사나 대표 단체들이 유심히 챙기지 못할 경우 타 종교인의 전횡을 막을 방법이 없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불교계가 앞장서 무형문화재 전문가를 양성하고 관련 정책에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이 불교 전통문화의 독창성과 우수성을 후대에 전하는 필수 요소일 것이다.

[1633호 / 2022년 5월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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