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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선수행 인선호(초하·49) - 상

기자명 법보

어릴 적 외국서 관심 없던 불교
단기출가·안거 후 불법 마주해
입정·참선으로 번뇌·망상 줄어
마음에 안 휘둘리고 내 길 갈 것

초하·49

외국에서 가톨릭계 고등학교를 졸업한 탓에 절에 다닐 기회가 없었다. 가끔 새벽에 ‘천수경’을 독송하던 어머니의 모습이 유일한 불교 기억이다. 

부처님을 처음 마주한 건 초등학교 5학년 즈음이다. 집에 있던 어느 책 속에서 발견한 석굴암 본존 석가여래 엽서. 온화하고도 평온한 미소를 짓고 계신 부처님이 인상 깊었다. 하지만 당시엔 불심이 생기지 않았다. 마음이 울적하거나 고민이 있을 때 가끔 부처님 엽서가 떠오를 뿐이었다.

대학 진학을 위해 한국에 돌아와서야 불교에 관심이 생겼다. 집안과 연이 있던 한 암자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절에 다니며 관음정근·108배 등으로 기도하기 시작했다. 한 곳에 집중하며 정근하면 마음이 편해지고 몸이 따뜻해졌다. 108배 수행은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것 같았다. 

단기 출가를 했던 월정사와 각산 스님의 참불선원에서의 수행은 불법을 공부하기로 마음먹은 계기다. 직장에 다니다 문득 스님들의 일상이 궁금했다. 직접 찾아가 겪어보고 기도하는 법을 정식으로 배우고 싶었다. 때마침 지인이 월정사 단기출가학교를 추천했고, 즉시 출가자의 삶을 경험하기 위해 출발했다. 단기출가중 한 달의 묵언 수행은 평온한 마음으로 내면을 되돌아보게 했다. 새벽·사시·저녁예불과 수료 전날 삼천배 철야정진은 가슴에 맺혔던 한이 풀리는 것만 같았다. 수료 후 청정기도를 하겠다는 일념으로 강원 북대 미륵암 동안거에 참여했다. 예불을 위해 법당에 들어서기 전 목욕재계해 육신과 옷을 청결히 입는 것부터, 손을 깨끗이 씻고 향을 피우는 것까지 기도의 기본기를 제대로 익힐 수 있었다.

참불선원은 월정사 단기출가 때처럼 내가 알고자 하고 익히고 싶었던 것을 해소시켜준 배움의 자리다. 종교에 대한 믿음은 없었지만 어릴 적부터 기도에는 관심이 많았다. 무언가를 간절히 기도하는 사람들은 어딘가 숭고했고, 그들을 보며 ‘인생은 뭘까? 행복은 뭘까?’ 하고 사색에 잠기기도 했다. 어느날 TV채널을 돌리다 각산 스님의 ‘안반수의경’ 강의를 듣고 감명해 참불선원을 찾아가게 됐다. 스님은 다양한 참선 수업들과 초기불교대학, ‘법화경’을 토대로 한 기도법인 ‘법화삼매참법’을 가르쳤다. ‘법화삼매참법’ 기도는 ‘법화경’을 독송하며 죄업을 참회하고 중도의 교리를 되새기는 수행법이다. 스님의 지도하에 꾸준히 수행하니 지쳤던 몸과 마음에 정화작용이 일어났고, 불법을 공부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매주 금요일마다 참선법회에 참석해 강의를 들으며 참선에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했다. 참선을 처음 시작했을 땐 번뇌·망상이 많아 가만히 수행하기 쉽지 않았다. 허리와 어깨가 아파오고, 속상한 일만 떠올랐다. 집중이 너무 되지 않아 ‘스님이 언제 종을 치려나, 시간이 왜 이리 안가나’ 하며 앉아 있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조금씩 변화는 오기 시작했다. 입정하며 몸과 마음을 가다듬었고, 어느 순간부터 삼귀의와 3번의 정근만으로도 단번에 몰입할 수 있게 됐다. 

참선으로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기 시작하자 각종 번뇌·망상이 줄어 욕심 부리거나 성내는 일이 줄어들었다. 부처님과 모든 선승들이 강조하는 “네가 부처임을 알고 정진하라”는 말이 새삼 와닿는다.

각산 스님에 의하면 ‘내 안의 부처’라는 말은 내 안에 모든 답이 있다는 것이다. 수행자에겐 공중을 떠다니는 도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탐진치로 인한 괴로움을 없애 바른 마음을 내는 것이다. 지금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내일의 나를 만들어가는 것이며 세상과 화합해 살아가는 것이다. 또 ‘이게 뭐지?’라는 단순한 물음 하나가 고정관념이란 자물쇠를 깨고 지혜를 가져다준다. 머리로만 생각하고 이해했던 것들을 실천하는 것이 진정한 부처의 길이라고 배웠다. 

지난 일을 되돌아보니 ‘나는 왜 참선을 하지?’라고 반문을 하게 됐다. 그동안 가졌던 궁금증들과 배운 것들이 떠오르며 돌아온 답은 내 마음의 괴로움과 번뇌·망상에 이끌리지 않고 곧장 내 갈 길을 가기 위해서, 더 나은 자신과 세상을 위해서라는 생각이다. 이 세상을 나 혼자 사는 것이 아닌 너와 나, 자연 등 모든 것이 어우러져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인드라망 정신으로 수행정진하고 있다.

[1633호 / 2022년 5월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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