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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구멍에 호흡곤란까지…생사기로에 선 어린생명

  • 상생
  • 입력 2022.05.30 10:49
  • 호수 1634
  • 댓글 1

스리랑카서 온 말리트씨 딸 미실캬라 태어나자마자 치료실로
3000만원 병원비 지불했지만 매일 100만원 치료비에 ‘막막’

“혹시 아기 한 명 도와줄 수 있나요? 신도 자녀인데 심장이 아프고, 호흡도 어려워서 태어나자마자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어요. 아이도 그렇고 아이 부모도 너무 걱정이 되네요.”

아산 마하위하라 사원 주지 담마끼띠 스님이 긴장된 목소리로 일일시호일 이주민지원 캠페인의 문을 두드렸다. 스님을 이토록 안절부절하게 만든 이는 스리랑카에서 온 말리트(38)와 파와니(37)씨의 딸 미실 캬라(1)다.

남편 말리트씨는 “주사와 약물치료로 아이의 상태는 조금씩 호전되고 있지만 언제까지 받아야 하는지 알 수 없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스님에게 손을 내밀었다”고 말했다.

타지에서 일하던 아버지를 대신해 어린 시절부터 가장 역할을 해온 말리트씨는 기술학교 졸업 후 인근 지역 IT회사에 취업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월급은 15만원. 5인 가족을 먹여살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러나 심장마비로 쓰러진 어머니 병원비를 위해서라도, 동생들의 학업을 위해서라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렇게 10년을 결근 없이 다녔다.

하루는 동료가 내년에 한국에서 일하게 됐다며 말리트씨에게 같이갈 것을 제안했다. 동료는 한국은 월급을 많이 주기 때문에 스리랑카로 돌아오면 집과 작은 사업도 할 수 있을 것이라 했다.

2013년 3월 화성 소재 기차 부품 제조 공장에서 근무를 시작한 말리트씨는 업무에 빠르게 적응해나갔다. 기술학교를 졸업한 까닭인지 꼼꼼할 뿐 아니라 일처리가 빨랐다. 우수 근로자로 인정받아 재입국의 기회를 얻었다.

중간에 스리랑카로 돌아가 파와니씨와 결혼식도 올렸고, 함께 한국으로 들어왔다. 알콩달콩 신혼생활이 계속됐다. 아이가 없어도 행복했다. 언젠간 스리랑카로 돌아가 서로를 쏙 빼닮은 아이를 낳자고도 약속했다.

어느 날 아내 파와니씨가 말리트씨에게 임신 소식을 전했다.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산부인과 검진날만 손꼽아 기다렸고, 식구가 늘어난 만큼 월급이 더 많은 플라스틱공장으로 자리도 옮겼다. 쉬는 날에는 유아용품매장을 찾아 모빌, 침대, 젖병 등을 구매하는 등 아이 맞을 준비를 해나갔다.

출산일이 다가오면서 파와니씨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임신합병증으로 출산예정일보다 앞서 4월16일, 딸 미실캬라를 출산했다. 그러나 분만실은 제왕절개로 고통스러워 하는 산모의 거친 숨소리만 가득했을 뿐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아이의 심장이 뛰지 않았던 것이다.

담당 의사는 여기서는 해결할 수 없으니 급히 대학병원으로 가야한다고 했다. 그렇게 부부는 아이를 안아보지도 못한 채 대학병원 신생아 집중치료실로 떠나보냈다. 병원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심장에 구멍이 발견됐고, 혈관은 열려있었다. 이러다 보니 심장에서 폐로 혈액을 운반하는 폐동맥 내 혈압이 높아지면서 혈액순환 또한 되지 않았다. 급히 치료실로 들어갔기에 다행스럽게도 호흡은 트였다. 하지만 불완전한 숨만 조금씩 내뱉을 뿐이었다.

제왕절개 수술 통증이 가시기도 전에 엄마 파와니씨의 마음에 시퍼런 멍이 들었다. 돌덩이 같은 무거운 자책감이 파와니씨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산후조리는커녕 간호사가 보내준 사진만 붙잡은 채 집에 누워 우는 날만 계속됐다. 수척해진 아내의 모습에 남편 마음도 갈기갈기 찢어졌다.

“당연히 건강하게 태어나서 내 옆에 있을 줄 알았어요. 너무 보고싶은데….”

그동안 모아놓은 3000만원은 딸 치료비로 다 쓴 상황이다. 그럼에도 말리트씨가 갚아야 할 병원비는 1500만원. 매일 청구되는 병원비가 100만원이기에 부부는 하루하루가 두려움 그 자체다. 이 소식을 들은 회사 동료, 친구들도 조금씩 병원비에 보태라며 돈을 보내줬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비용을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벅차다. 마하위하라 사원도 신도들을 대상으로 모금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지만 스리랑카 현지 상황이 좋지 않은 탓에 더디기만 하다.

태어날 아기를 위해 정성을 다해 준비한 분홍색 방. 풋풋한 온기로 가득해야 할 방은 쓸쓸하기만 하다. 스스로를 자책하는 엄마 파와니씨만이 침대를 바라보며 멍하니 앉아있을 뿐이다. 말리트씨는 집에 모신 불상에 하루에도 몇 번이고 기도를 드린다.

“우리 아기가 무사히 아픔을 이겨낼 수 있게 꼭 도와주세요. 부처님….”

모금계좌 농협 301-0189-0372-01 (사)일일시호일. 070-4707-1080

김민아 기자 kkkma@beopbo.com

[1634호 / 2022년 6월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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