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옥을 사유하면 현실이 보인다

  • 출판
  • 입력 2022.05.30 14:01
  • 호수 1634
  • 댓글 0

불교문헌 속의 지옥과 아귀, 그리고 구제의식
김성순 지음 / 역사산책
320쪽 / 3만원

초기~동아시아 불교 문헌 속
지옥·아귀 사상과 구제 의식 
지계 이끄는 방편 의도 엿보여

‘예수천국 불신지옥’이라는 말처럼 기독교에서는 천국만큼이나 지옥을 자주 언급한다.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 히에로니무스 보슈의 ‘쾌락의 정원’ 등은 이러한 서양인의 관념 속에 녹아든 지옥의 모습을 보여준다. 의외로 여길 수 있겠지만 불교에서도 지옥에 얽힌 얘기와 그림들은 차고 넘친다. 단순히 죄 많은 중생이 간다는 육도의 하나로서 지옥 차원이 아니다. 머리카락이 쭈뼛하도록 끔찍한 지옥 풍경을 설명한 불경들이 적지 않고, 시왕도 감로도 등 그림에는 살풍경한 지옥이 눈앞에 생생히 펼쳐진다.
이 책은 초기불교에서부터 동아시아불교에서 찬술된 문헌에 이르기까지 불교의례 설행의 교의적 근간을 이루는 지옥사상과 아귀사상, 그리고 아귀상태로부터의 구제를 위해 실천되는 불교의식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먼저 불교의 지옥교설에 나타나는 지옥들을 소개하면서 해당 지옥으로 떨어지게 되는 업인과 그곳에서 받는 고통의 양상을 보여준다. 특히 지옥에 대한 묘사에서는 인간이 받을 수 있는 고통에 대한 상상력의 극한을 보여준다. 이어 단테 ‘신곡’의 지옥, 한국 무가 속의 지옥, ‘금오신화’의 남염부주지의 지옥, 도교의 지옥과 시왕신앙, 이슬람의 지옥 등 다른 종교의 지옥이 소개된다. 또 아귀 형상과 아귀도의 업인, 아귀의 고통스런 상황을 상세히 보여준다.

동아시아 불교도들이 사후 지옥도와 아귀도의 고통에 떨어지는 것을 면하기 위해 행했던 수행법과 의식들도 흥미롭다. 지옥도의 참상이 공포스러울수록 그곳을 피하고자 하는 수행법과 의식도 다양해지고, 교설도 풍부해지고 있음을 소개한다.

그렇다면 불교에서 지옥은 왜 강조되는 걸까. 저자는 ‘왕생요집’의 첫머리가 지옥에서 출발하듯 모든 중생이 인간 본성의 악한 측면을 경계하고, 계도하기 위한 ‘중심잡기’ 차원의 시도일 것으로 추정한다. 지옥에 떨어지는 죄는 너무 다양하지만 누구라도 불살생, 불음주, 불사음, 불투도, 불망어의 오계를 지키면 지옥에 떨어질 일이 없음도 역설한다. 모골이 송연할 정도의 생생한 지옥교설은 당시 사람들이 악의 본성을 관조하게 하고, 계율을 지키도록 하는 역할을 해냈을 것이라는 것이다.

죽음을 직시하면 삶이 보이듯 극도로 고통스런 지옥은 지극한 즐거움의 세계를 이해·염원토록 한다. 2017년 법보신문에 매주 연재됐던 칼럼들을 비롯해 그동안 연구성과를 엮은 이 책은 죽음에 대한 깊은 사유를 통해 삶과 죽음을 통찰하고 현실을 직시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634호 / 2022년 6월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