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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선수행 인선호(초하·49) - 하

기자명 법보

꾸준한 참선으로 자비심 생겨
경쟁심 버리고 내 인생 살아야
지옥과 극락은 마음가짐 차이
나와 주변 위해 베푸는 삶 살 것

초하·49
초하·49

지금의 나는 10년 전과 많이 다르다. 짜증이나 화가 나면 꾹 참고 혼자 삼켜버렸기에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앓이 할 때가 많았다. 혼자 울거나 기도하며 울분을 토해내기도 했다.

이전에는 상대방의 화가 내 가슴 깊이 들어왔지만, 꾸준히 마음을 다스리며 참선 수행한 결과 그 화들이 내 마음과 거리두기를 한다. 참선을 통해 찾아온 마음의 고요함이 화를 막는 방패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참불선원에서 동안거 100일 수행을 회향하며 누군가 내게 쏜 화살이 내 앞에서 멈추고 떨어지게 할 수 있게 됐다. 이 염력은 바로 자비심이다. 누군가 내게 불선업을 지어도 그에게 자비심을 내니 날아오던 화살을 세우고 되려 따뜻한 미소를 보내게 됐다. 또 그 누구도 미워하거나 싫어하고 원망할 것도 없이 그냥 ‘그렇구나’ 하고 받아들이게 됐다. 내게 주어진 복을 누리되 욕심을 버리고, 경쟁 속에서 남들이 하는 만큼 따라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남의 집 종살이가 아닌 나의 인생을 사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라고 배웠다. 지금 이 순간 내게 주어진 바가 무엇이고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이며 내 갈 길이 어디인지 알고 가는 것, 이 ‘아는 것'이 내 삶을 스스로 이끌게 해주고, 내가 하는 일마다 보람을 느끼게 해준다. 

각산 스님에 의하면 참선수행은 어려운 길이 아니다. 불교의 명상을 참선이라 부르는 것이다. 수행을 잘 하기 위해서는 꾸준함이 중요하다. 때가 되면 밥을 먹듯이 매일 5분씩이라도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습관을 들여 완전히 내 일상이 될 때까지 꾸준해야 한다. 그리고 ‘잘 해야지’라는 부담감을 버려야 한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각자 속도가 다를 뿐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참선수행이다. 일단 앉아보라. 앉는 순간 참선은 이미 시작됐다. 

올해 정초에는 참불선원에서 각산 스님의 은사 보광 스님의 설법을 들었다. 보광 스님은 “참회는 잘못했다고 부처님 앞에서 고해성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부처님께 다시는 그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처님께 약속한다는 것은 나 자신한테 다짐하는 것이라는 말이었다. 또 “마음을 실천하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가만히 앉아 무엇인가를 알아차렸다 하여 깨달음을 얻은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실천해야 진정한 깨달음”이라고 설명했다. 보광 스님의 법어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참선하며 화두를 논리적으로 이해해도 마음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보광 스님의 법문을 듣고 나서부턴 실천하며 마음 편히 살아가고 있다.

괴로움에 빠져 살아간다면 세상은 지옥일 것이다. 지옥과 천상은 죽음 뒤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속에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 순간 바로 여기에서 나를 지옥이나 천상으로 보내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다. 

그러나 마음은 어떤 환경이 주어지느냐에 따라 수도 없이 바뀐다. 내 마음이지만 쉽게 붙잡을 수 없다. 그저 그때마다 주어지는 상황에 지혜롭게 문제를 풀어나가고자 한다.
“다함께 살아가는 이 세상, 화합 속에서 살아갈 것이다. 서로 배려하면서, 서로에게 사랑을 베풀면서, 내가 먼저 손을 내밀면서, 같이 기뻐하면서, 나와 우리 모두가 행복하고 평안하길 바라면서,  나를 위해, 내 주변을 위해 마음 속 등불을 밝힌다.”

참선하며 항상 발원하는 내용이다. 모든 이가 선업을 짓고자 노력한다면 이 세상은 고통스런 중생계가 아닌 극락 일 것이다.

때문에 모든 이에게 감사히 여기며 살고 있다. 스쳐지나간 모든 인연에 감사하고 내게 주어지는 가르침에 감사하며 정법이 살아있는 이 시공간에 존재하고 있음에 감사하다. 나에게 가르침을 주시고 마음속 깊이 숨겨 놨던 눈물들을 비우게끔 도와주신 모든 스님들과 부처님 가르침에 감사하다.

집에서 글을 쓰기 시작해 문경 세계명상마을에서 봉행하는 간화선 대법회에 봉사하러 왔다. 웃으며 반겨주는 희양산의 기운과 함께 ‘아제 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를, 참불선원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마친다. 

“지혜는 누구나 갖고 있기에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 잠시 멈추어 내면을 들여다보고 매순간 깨어있자”

[1634호 / 2022년 6월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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