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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 외면하는 비겁한 국민의힘

차별금지법이 처음 발의된 지 15년 만인 5월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가 관련 공청회를 개최했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양당의 사전 합의 없이 결정된 공청회에 응할 수 없다”며 참석은 물론 진술인 추천도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날 공청회를 두고 국민의힘 의원들 없이 민주당 의원들만 참석한 ‘반쪽짜리 공청회’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앞선 19일에도 민주당의 주도로 공청회 계획서가 채택되자 곧바로 ‘공청회 보이콧’을 선언했다. 차별금지법이 “시민사회 논의가 충분히 진행되지 않았고 국민적 합의도 전혀 없는 상황”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공청회가 진행되는 중에도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보수기독교계 인사들과 기자회견을 열고 “차별금지법은 동성애자와 이슬람 등을 특권층으로 격상시켜 특정소수자의 독재를 초래하는 반민주 악법”이라며 혐오 발언을 쏟아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사회적 합의’는 보수개신교계의 입장만을 대변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실제 국민여론은 우호적이다. 지난달 국가인권위원회가 실시한 국민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67.2%가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이는 반대 의견(28%)보다 2.4배 높은 수치다. 최근 갤럽, 리얼미터 등의 여론조사 결과 어디에서도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의견이 높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지난해 6월 진행된 차별금지법 제정 10만 국민동의 청원은 22일만에 조기 성립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회적 합의’를 운운하는 것은 객관성과 공정성에 크게 벗어났다. 사실상 국민의 평등권과 인권보다 정치적인 득실을 따지는 듯한 모습에 안타까울 따름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국민적 합의가 전혀 없다”고 주장하는 것 역시 국회의원으로서의 책임을 저버리는 행위에 불과하다. 차별로 고통받는 사람들은 15년 전에도, 지금도 존재하고 있다.

보수개신교계에서는 이미 시행되고 있는 연령차별금지법, 비정규직차별금지법 등의 개별법으로 충분히 차별을 해소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현존하는 개별법으로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차별사례를 해소하기는커녕 혼선만 키울 뿐이다. 한 사람의 정체성은 ‘여성이자 노동자’ ‘성소수자이자 이주민’ ‘장애인이자 노인’ 등으로 다양하게 정의된다. 이들에게 벌어지는 ‘복합차별’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단일한 법률이 필요하다.

누구나 불의의 사고로 장애인이 될 수 있고, 불안정한 고용으로 한끼를 걱정해야하는 날이 올 수 있다. 그저 평등하게 살고 싶다는 당연한 권리를 법으로 보호해야 하는 것이 국회의원의 의무다. 국민의힘은 더 이상 ‘사회적 합의’라는 핑계 뒤에 숨지 말고 지금 당장 평등세상으로 나아가는 길에 동참해야 한다.

김내영 기자 ny27@beopbo.com

[1634호 / 2022년 6월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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