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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선거법의 단면

기자명 안직수

12시간 동안 벌어진 추격과 역전의 드라마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자와 국민의힘 지지자 모두를 꼬박 밤새우게 했다. 결국 6월2일 오전 7시 경기도지사 경선 결과를 끝으로 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우선 나라와 국민을 위해 어려운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에게 감사의 말을, 당선인에게는 축하의 말은 전한다.

대승불교에서는 수행과 정치를 통해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의 목적은 ‘요익중생(饒益衆生)’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널리 중생을 이익되게 하는 것이 수행의 목적이고, 정치인의 목표가 되야 한다는 의미다. 당선인들께서는 선거에서의 마음을 잊지 않고 지역과 주민을 위해 봉사하는 지도자가 되어 주길 당부드린다.

선거와 관련해 시민들이 잘 모르는 사실이 있다. 첫째로 무투표 당선이 확정되면 일체의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시의원 2명을 선출하는 선거구에서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에서 각각 한 명씩 나오고 다른 정당이나 무소속 후보가 없다고 하자. 이 경우 해당 시의원 후보는 투표 없이 당선이 확정된다.

무투표 당선자는 선거벽보도 붙지 않는다. 유권자 가정에 배달되는 선거정보에도 후보자의 이름이나 공약을 알 수 있는 자료도 없다. 플래카드도 안되고, 이름이 새겨진 옷을 입어도, 선거용 명함을 돌려서도 안 된다고 한다. 시민들은 누가 우리 동네 시의원인지도 모르고 선거를 치른 셈이다.

국회에서 만든 법이 그렇다. 공직선거법 275조에는 ‘해당 선거구의 후보자가 그 선거구에서 선거할 정수범위를 넘지 않게 돼 투표하지 않게 된 때는 선거운동을 중지한다’고 명시돼 있다. “불필요한 선거운동에 국민의 세금으로 선거보전금을 주지 않기 위해서” 만든 법 조항이란다.

이건 좀 너무하다는 생각도 든다. 내 지역 시의원, 도의원이 누군지도 모르고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 아닌가. 세금을 낭비하지 않겠다는 취지라면 차라리 호남과 영남 일부지역에 한해 특정 정당 공천을 받으면 당선인으로 규정하는 법은 어떨까? 양당 후보 이외에 무소속이 없다면 선거도 치르지 말고 그냥 무투표 당선을 하자는 말이다. 어차피 당선될 것 아닌가. 호남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영남에서는 국민의힘 후보가 80%에 육박하는 일방적인 지지를 받는 현상이 일반화됐다. 그러다 보니 유권자보다 당 공천에 집중하고, 지역발전을 위해 정치인이 머리를 맞대기보다 다음 공천을 위해 뛰어다니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이런 지역에서 낙선이 명약관화한 후보에게 선거보전금을 주는 것은 세금을 낭비하는 것 아닌가? 공천과정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며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되는 경우가 있으니 이 경우에만 선거를 치르자는 것이다.

선거비용을 보면 다수의 비용이 선거운동원 동원과 유세차량 등에 들어간다. 선거공보물에 소요되는 비용은 ‘진짜’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런데 8페이지 이내로 인쇄되는 선거공보물 제작비조차 아깝다며 “무투표 당선자이니 당신은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것은 국민의 주권에 대한 침해다. 반드시 개선돼야 할 법 조항이라 지적하고 싶다.

둘째로 여권이나 주민등록증을 만들 때 있는 조항인 “최근 6개월 이내 사진”도 없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한 경기도의원 당선인은 20여년 전 사진을 공보물과 명함에 사용하며 선거운동을 했다. 벽보에 붙은 사진을 보면 50대 초반의 젊은 여성으로 보인다. 그런데 실제는 60대 후반의 나이다. 하지만 법 조항이 없어 몇년 전, 수십년 전 사진을 사용해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 

이는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다. 실제 후보자를 접하지 못한 많은 유권자가 사진을 보고 후보자를 선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점에서 공보물 사진의 촬영 시점을 제한하지 않은 것은 선거법에서 허위사실 유포를 조장한 행위다. 다음 선거부터는 후보자의 이익에 맞춘 선거법 대신, 국민의 주권에 초점을 맞춰 선거법이 적용되기를 기대한다.

안직수 복지법인 i길벗 상임이사
jsahn21@hanmail.net

[1635호 / 2022년 6월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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