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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불교 코로나로 침체 심화…가난 파고든 기독교 선교 극성

  • 해외
  • 입력 2022.06.10 18:48
  • 호수 1636
  • 댓글 12

특별기획-위기의 라오스불교

의료·교육·사회·경제 등 다양한 분야서 음성적인 선교 행위 본격화
불교계 극심한 재정난이 원인…탁발로 사찰운영·한끼 공양 어려워
성관 스님 “불교전통 지키고 공동체 평화·화합 위한 구호 손길 필요”

로터스월드는 지난해 7월부터 ‘사찰 긴급지원 캠페인’을 실시, 도움이 절실한 라오스 13곳 사찰에 식료품과 생필품을 전달했다. 사진은 루앙프라방 최대 규모 사찰인 왓 파오.
로터스월드는 지난해 7월부터 ‘사찰 긴급지원 캠페인’을 실시, 도움이 절실한 라오스 13곳 사찰에 식료품과 생필품을 전달했다. 사진은 루앙프라방 최대 규모 사찰인 왓 파오.

불교가 정식 국교인 불교국가 라오스가 개신교 선교의 표적이 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관광객의 발길이 끊겨 경제난이 심화되고, 이로 인해 사찰 활동이 위축되면서 이를 틈타 구호 활동을 앞세운 선교행위가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태국·미얀마·캄보디아·베트남에 둘러싸인 동남아 유일의 내륙국가 라오스는 상좌부 불교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으며 국민 95%가 불교신자다. 라오스 정부가 공산화 되면서 20여년 간 적지 않은 탄압의 시기를 보내기도 했지만 “사원이 없으면 거기는 마을도 아니다”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불교는 국민 개개인의 삶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으며 사회·경제·문화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또한 종교적인 역할뿐 아니라 사찰 내 학교를 중심으로 교육발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기에 국민들의 정서적 의존도도 높다.
 
이처럼 불교가 생활 문화 전반을 형성하고 있는 라오스는 기독교의 세력 확산이 어렵기로 정평이 나있다. 심지어 라오스 헌법에는 종교의 자유가 명시돼 있지만 종교적인 교리나 내용을 가르치거나 전파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는다. 게다가 다른 종교의 교리를 가르치거나 전도해선 안 되며 정부가 허락한 장소에서만 집회가 가능하다. 외국인에 대한 종교적 감시는 더욱 철저하다. 선교가 목적인 외국인 방문객은 입국을 불허하며, 종교 활동이 적발되면 체포되거나 24시간 내 추방당하게 된다. 때문에 공격적인 선교로 명성을 날리는 한국 개신교 선교 단체도 라오스에서의 선교 행위는 별다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2013년 촘말리 당시 라오스 총리가 한국을 방문해 1970년 한국의 범국민적 지역사회 개발운동인 ‘새마을운동’에 관심을 드러내며 농업생산성 향상을 위한 한국 농업기술 전수를 요청했고, 이는 개신교계의 선교 활동 확산의 계기로 작용했다. 이즈음 라오스 내에서 기독교계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한 전략 등이 담긴 논문들이 다수 발표됐고 의료, 교육, 사회, 경제, 인권, 환경 등의 다양한 영역에서 음성적인 활동이 본격화됐다. 

그 가운데 김기주 라오스한인연합교회 담임목사는 ‘라오스 개관 및 한인교회 사역(미션인사이트 제7집)’에서 “수천 년 동안 전해 내려오는 전통적 가치를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는 사람들, 대물림되는 가난 속에서 절제와 미덕을 잃지 않고 여유로움까지 풍기는 사람들, 오염되지 않은 천혜 자연 속에서 언제나 해맑은 미소로 이방인을 맞는 순수한 사람들”이라며 라오스인들을 소개한다. 그러면서도 “순수한 라오스 사람들”을 선교할 구체적인 공략법 및 성공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사찰 내 학교에서 초등과정을 교육받고 있는 스님들.
사찰 내 학교에서 초등과정을 교육받고 있는 스님들.

이에 따르면 많은 선교 단체가 중점을 두는 분야는 ‘교육’이다. 라오스의 교육환경이 열악하다보니 라오스 정부조차 국외의 도움을 거절할 수 없는 상황임을 파고든 것이다. 교육사업은 양질의 교육서비스를 제공함과 동시에 향후 개신교계를 이끌 인재를 양성하는 데도 탁월한 효과를 가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영어나 컴퓨터, 한국어를 가르치는 드림센타(버께우), 소망스쿨(우동싸이), 글로리 센타(비엔티안), 디지인 델라오(비엔티안) 등의 학원은 물론 유치원·초등학교·국제학교·직업 기술학교·지방 국립대까지 곳곳에서 설립·운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단디스쿨, 샤론스쿨, 실라스쿨, 발레스쿨 등을 통해 음악이나 미술을 가르치는 예능 교육과 극빈층 자녀들을 위한 장학사업을 통한 선교도 활발하다.

비영리 민간 차원의 개발·원조 봉사 활동도 선교의 도구로 이용된다. NGO 단체는 현지 정부와 계약 관계로 사업을 진행해 종교 활동이 자유롭지 않지만 계약 내에서는 부담 없이 지역 주민들과 접촉할 수 있다는 뚜렷한 장점이 있다. 이에 따라 현지에서 인기 있는 태권도 보급이나 농업마을에 기술 전파, 마을 개발 등 주민들과의 활발한 교류가 가능한 사업이 주로 이뤄진다.

최근까지도 현지 선교사를 통해 성금과 물품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학술대회를 통해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 등이 속한 인도차이나 반도의 미래 선교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썰렁해진 탁발 거리에는 몇몇 지역주민들만 자리 잡고 있다.
썰렁해진 탁발 거리에는 몇몇 지역주민들만 자리 잡고 있다.
스님들이 가난한 아이들에게 탁발한 음식을 나눠주고 있다.
스님들이 가난한 아이들에게 탁발한 음식을 나눠주고 있다.

개신교계의 선교 활동이 가속화되는 데는 코로나19로 인한 불교계의 극심한 재정난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이러한 문제는 법보신문이 5월28일부터 6월4일까지 라오스 현지를 취재하는 과정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났다.

특히 탁발을 통해 사찰운영과 생계, 수행전통을 유지해온 라오스 스님들은 코로나19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루앙프라방 지역의 대표관광 코스로 자리매김한 ‘탁발체험’도 관광객이 없어 예전의 명성을 잃은 지 오래다. 새벽 6시가 되자 각 사찰의 스님들이 공양물을 받기 위해 거리를 가득 메웠지만 정작 길거리에 자리 잡은 지역주민들은 극히 적었고 그들이 준비한 공양물마저도 모든 스님들이 한끼를 해결하기엔 턱없이 부족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산간지역에 위치한 사찰은 지역 간 이동제한 조치가 강화돼 그마저도 불가능한 실정이라는 게 현지인들의 전언이다. 

7년 전부터 공양물을 판매하고 있는 몬(Mon, 38)씨.
7년 전부터 공양물을 판매하고 있는 몬(Mon, 38)씨.

7년 전부터 공양물을 판매하고 있는 몬(Mon, 38)씨는 “예전에는 관광객이 많아 길거리를 가득 메웠고, 공양을 올리는 물품도 다양했지만 코로나19 이후에는 밥과 과자류로 간소해졌다”며 “그마저도 수요가 없어 생활고가 깊어지고 있지만 뚜렷한 방안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스님들께 공양물을 올리기 위해 거리로 나오는 지역주민들의 경우도 쌀밥만을 준비한 나이 든 불자들이 대부분”이라며 “걱정 없이 수행에만 전념해야할 스님들이 영양불균형 등 불안정한 환경에 놓여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불교계도 위기에 처한 라오스 불교계를 돕기 위해 곧바로 지원에 나섰다. 로터스월드(이사장 성관 스님)는 지난해 7월 ‘탁발이 어려워진 이웃 불교국가 스님들의 발심출가를 지켜주세요-캄보디아·미얀마·라오스 긴급 사찰지원’ 캠페인을 실시해 기금을 모연했고 도움이 시급한 사찰들에 식료품과 생필품을 전달했다.

선정된 사찰은 방비엥에 위치한 왓타(Wat That), 왓캉(wat kang), 왓 시 수 망(wat si sou mang), 왓 폰 펭(Wat Phone Pheng), 왓 켓코 바나람(Wat ketkeo vanaram), 왓 비엥 사이(Wat vieng sai), 왓 파시보은흥(Wat pasibounheung), 왓 후앵암 (Wat huanyngam), 왓 텝니밋(Wat thep nimit) 사찰과 루앙프라방에 위치한 왓 파오(Wat Pha O), 왓 푸목(Wat Phoumok), 왓 푸콰이(Wat Phukhuay), 왓 시미사이 야람(Wat Simixay Yaram) 등 총 13곳으로 스님들과 지역주민을 포함한 수혜 인원만 3500여명에 달한다. 

라오스 루앙프라방 불교협의회 의장 원케오 싯티봉(Onekeo sittivong) 스님(왓 파오 주지).
라오스 루앙프라방 불교협의회 의장 원케오 싯티봉(Onekeo sittivong) 스님(왓 파오 주지).

그러나 일정기간 동안 진행되는 캠페인의 특성상 각 사찰들이 존립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는 데는 한계가 분명하다. 라오스 루앙프라방 불교협의회 의장 원케오 싯티봉(Onekeo sittivong) 스님(왓 파오 주지)은 “코로나19 이후 국가 전반에 경제 위기가 찾아오면서 사찰에 대한 보시와 지원이 크게 줄었고 불교 연례행사도 줄줄이 중단, 취소되면서 불교계의 역량이 점차 좁아지고 있다”며 “먹거리가 부족해지자 사찰 내 학교도 재정적 어려움으로 운영을 중단하는 곳이 늘고 있고 수행을 포기하는 스님들도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파오 사찰은 500여명의 스님이 수행하던 루앙프라방 내에 가장 규모가 큰 사찰이다. 그러나 코로나19 발생 이후 스님의 수는 200여명으로 줄었고, 8명의 스님은 영양실조로 병원치료를 받기도 했다. 

로터스월드 이사장 성관 스님은 “어려움에 처한 라오스에 구호의 손길을 내미는 것은 일불제자로 그들이 불교라는 오랜 전통을 이어가고, 공동체의 평화와 화합을 지켜갈 수 있는 길이라는 판단에서 시작됐다”며 “앞으로는 라오스의 미래가 될 아이들이 자신들의 전통에 자긍심을 갖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교육환경 개선 사업에 주력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라오스=김내영 기자 ny27@beopbo.com

[1636호 / 2022년 6월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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