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라는 한자가 언어(言)로 지은 절(寺)이라는 의미로 읽힐 수 있듯이 시는 불교와 깊은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불교의 전래와 함께 수많은 스님들이 시를 남겼고, 오늘날 전하는 향가도 대부분 스님들의 작품이다. 통일신라말 선종이 발달하면서 수많은 선사들이 자신의 깨달음을 시로 표현한 오도송과 선시들을 남겼으며, 이러한 전통은 고려와 조선을 거쳐 근현대까지 이어졌다.
1971년 3월14일 대구 파계사에서 발족한 승려시인회도 이 연장선상에 있다. 조오현을 필명으로 쓰던 무산 스님을 회장으로 지현, 병석, 성우, 정휴 스님 등 20여명이 승려시인회에 참여했고, 승려시집 4집까지 발간한 뒤 활동이 중단됐다.
승려시인회가 재개한 것은 1993년 9월26일이다. 진관 스님을 위원장으로 청화, 대우, 수완, 혜일, 지원 스님이 참여해 15년 만에 재창립한 승려시인회는 승려시집 5집 ‘피안으로 가는 수레’를 시작으로 꾸준히 시집을 발간해왔다.
‘시인이여, 깨달음을 노래하라’는 승려시인회의 9번째 시집이다. 여기는 오현 스님을 비롯해 병석, 청화, 법산, 대우, 진관, 혜관, 수완, 로담, 혜륜, 범매, 효림, 범상, 해성, 도업, 오심, 도해, 탄탄 스님 등 승려시인 18인의 시 123편의 작품이 수록됐다. 탈속의 멋과 언어로 이뤄진 시들은 한 편 한 편이 울림이 크다.
승려시인회장 진관 스님은 “시문학에서 중심적인 언어는 자아를 발견하고 고뇌가 바로 나를 깨우는 길이다. 승려시인들에게 주어진 깨달음을 노래하라는 말이기도 하다”며 “승려시인들의 문학에 대한 전승의 문학 역사를 바르게 성찰하면서 승려들의 존재를 시를 통해 알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636호 / 2022년 6월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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