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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미룡사 회주 정각 스님

호국영령 추모, 나를 낮추는 수행이며 자비행의 실천입니다

자신보다 조국 위해 몸 바친 호국영령‧순국선열 희생처럼
이웃‧사회 향한 마음 가질 때 평화와 안락 얻고 번영 가능
상호 배려하며 감사한 마음이 사회로 환원될 때 변화 시작

부산 미룡사 회주 정각 스님은 호국영령을 향한 추모는 누군가의 몫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그 뜻을 새기고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갖는 시간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 미룡사 회주 정각 스님은 호국영령을 향한 추모는 누군가의 몫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그 뜻을 새기고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갖는 시간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신충만어법계 보현일체중생전
(佛身充滿於法界 普現一切衆生前)
수연부감미부주 이항처차보리좌
(隨緣赴感靡不周 而恒處此菩提座)

부처님 몸이 법계에 가득해서/ 널리 일체중생의 앞에 홀연히 나타나도다./ 인연에 따라 어디나 두루하지 않음이 없으니/ 이 보리좌에 항상 앉으옵소서.

이 게송은 ‘화엄경’의 ‘여래현상품’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저는 호국보훈의 달 6월이 되면 이 게송을 자주 새깁니다. 오늘처럼 청초하게 맑은 하늘이 드리운 날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언제나 녹음이 우거지는 6월은 봄도 아니고 여름도 아니어서 어중간한 계절이라고들 합니다. 그렇지만 저에게는 6월이 날씨의 계절이 아니라, 마치 부처님께서 ‘호국영웅들의 희생을 기리고 추모하라’고 말씀하시는 듯한 추모의 계절로 다가옵니다.

호국영령과 순국선열의 고귀한 희생을 추모하는 의식 그리고 국가 유공자와 유가족을 위한 처우는 국가가 앞장서서 노력해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누군가의 일, 혹은 국가의 책임만을 강조하지 않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근간으로 묵묵히 호국영령을 추모하는 장을 열어 맑은 차를 올리고 법향을 피워 온 이 땅의 수많은 법석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저는 오늘 부산 북구 현충공원에서 봉행되는 ‘진여호국영령위령재’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24회를 맞는 ‘진여호국영령위령재 및 보훈가족 위안 행사’는 부산 북구지역 자비나눔 실천도량인 진여원이 주관하여 매년 봉행해 온 법석입니다. 진여원 남보타월 원장님을 비롯한 진여원 불자님들과 지역의 여러 봉행위원님 그리고 물심양면 지원으로 도움을 아끼지 않으신 사부대중과 관계자 여러분들의 정성어린 모습에서 진정한 보살행을 느끼고 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나라와 겨레를 위하여 신명을 바친 호국의 충혼이 여기 고이 잠들어 계십니다. 이 겨레와 더불어 영원히 빛날 호국영웅들의 위국 공덕은 드높은 그 뜻과 빛나는 이름으로 후세에 길이 남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위국 공덕의 인연이 보훈 유가족들에게 닿아 그들이 예우 받고 가정은 화목하며 하는 일이 모두 성취되는 복덕을 누리시길 바랍니다.

우리가 지금 누리는 모든 것들은 다른 어떤 존재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국민 모두가 글을 읽고 쓰며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세종대왕 때 한글 창제가 있어 가능한 것입니다. 또 조석으로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것은 산지의 농부와 어부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물론 한 가정을 책임지는 가장의 노력도 포함됩니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평화로운 세상 역시 나라가 어려울 때 자신을 희생하여 국가와 민족을 지켜낸 호국영웅들의 희생에 따른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옛것을 잊어버려서는 안 된다는 사실입니다. 진여원에서 1년 내내 정성을 모아 호국영령을 기리는 추모 행사를 매년 한결같이 봉행하는 것도 지나간 역사를 되새기기 위함입니다. 우리가 지금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앞으로의 미래는 어떠할 것인가, 이렇게 현재의 모습과 미래의 청사진을 살피는 것도 중요하겠습니다. 하지만 지나온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현재를 진단하기도 힘들며 미래의 예측은 더욱 불가능합니다. 

올해는 6·25전쟁 72주년을 맞이하는 해입니다. 그런데 아직 100년도 채 되지 않은 6·25전쟁의 아픈 역사가 벌써 희미해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더욱이 올해는 6월6일 현충일을 그저 연휴 중 하루로 인식하는 분들이 더 많은 분위기였습니다. 그래서 호국영령을 추모하는 이 법석이 작금의 숨 가쁘게 돌아가는 시대에 더욱 절실하다는 간절함이 크게 다가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만나는 분마다 추모의 마음을 나누고자 했습니다. 마침 6월12일에는 부산 영도에서 대규모 국제무차수륙천도대법회가 봉행됩니다. 조계종 전 종정 진제 대종사께서 증명해주시고 영도구불교연합회장 호법 스님이 실천에 옮기며 제방의 사부대중이 동참하는 장엄한 법석입니다. 규모는 다르겠지만 오늘의 이 진여원 호국영령추모재도 마찬가지입니다. 불교를 초월해 누구나 동참할 수 있는 호국영령을 위한 추모의 장이 앞으로도 다양하게 봉행이 되고 지속적으로 이어지길 염원합니다. 

추모라는 것은 아픔을 간직한 누군가만의 몫이 아닙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 함께 공명해야 할 감사와 존경의 정진입니다. 무엇보다 우리 불자들은 연기법(緣起法)의 이치를 배우고 이해하며 실천에 옮기는 수행자들입니다. 너와 나, 사회와 국가, 세계와 인류가 서로 인연을 맺고 연결되어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전쟁은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참혹을 보며 가까운 역사에서 전쟁을 겪은 우리 국민이 전 세계 누구보다 가슴 아파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한반도는 여전히 분단 상태입니다. 평화로운 통일의 길을 가기 위해서는 먼저 이 시대 전쟁으로 인해 희생된 수많은 호국 영혼들의 희생에 감사의 마음을 새기는 기도가 필요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생명을 존중하고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우선입니다. 그것이 추모의 첫걸음입니다. 이 감사의 마음이 사회로 환원될 때 변화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지난해 세계 경제 지표인 GDP 10위권에 속한 경제 대국의 반열에 들어섰습니다. 케이팝, 케이컬쳐, 세계 1‧2위를 다투는 한국의 브랜드 등 한국을 향한 전 세계의 관심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 발전과 번영의 근간에 나라를 지킨 호국영령들이 있었습니다. 

임진왜란 때 조선을 지킨 수많은 민·관·군의 헌신을 기억해야 합니다. 일제강점기 우리나라를 되찾기 위해 목숨을 바친 독립투사들이 있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6·25 전쟁으로 인한 호국 영혼들의 헌신 위에 지금의 우리가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헤아릴 수 없이 수많은 희생이 있었습니다. 

저는 어떤 책무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오래전부터 영도 미룡사에서 해마다 호국영령 추모재를 봉행했습니다. 부산의 크고 작은 호국 법석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했습니다. 

부산 영도의 현재 아미르공원이 있는 해안가가 작은 어촌마을일 당시부터 수륙재를 봉행하기도 했습니다. 바다에서 희생된 생명이 얼마나 많습니까. 이처럼 지금의 우리가 있기까지 모든 희생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것이 출가 수행자의 도리라 여겼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온 길은 결코 틀린 길이 아님을 자부합니다. 제가 지금 펼치고 있는 국민행복실천운동본부 활동은 이 시대 모든 이에게 행복의 길을 제시하는 활동입니다. 이 활동의 근간에는 항상 호국영령을 위한 추모의 마음을 새기는 기도가 함께할 것입니다.

6월은 바로 선대의 유주무주 희생자들을 위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추모의 법회를 열고 정성을 다해 희생의 가치를 기리는 시간입니다. 호국영령은 어쩌면 이름 모를 존재이지만 누군가의 가족이며 이웃입니다. 아니 더 나아가 우리는 모두 인드라망으로 연결돼 있습니다. 그 희생을 기리고 새기는 추모와 위안의 시간은 바로 나 자신의 점검이며 스스로 낮추는 수행과 자비행의 실천인 것입니다.

‘백유경’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작은 명예와 이익을 구하다가 도리어 큰 손실을 보게 되나니, 제 몸을 위하여 예의를 돌아보지 않으면 현재에는 허명을 얻고 미래에는 괴로움을 받는다.” 이 말씀은 전쟁의 아픔과 호국 충혼들의 고결한 희생을 잊은 채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가슴 깊이 새겨야 할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 

전쟁의 참화 속에서 자기 자신보다 내 가족, 내 조국을 위해 몸 바친 호국영령과 순국선열의 희생처럼 우리 모두가 눈앞의 이익과 자신의 안위보다는 내 이웃과 우리 사회를 위한 마음을 가질 때, 현재에는 평화와 안락을 얻고 미래에는 번영된 조국과 행복한 후손들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끝으로, 우리 진여원 식구들과 오늘 행사를 위해 수고하신 모든 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그리고 여기에 잠든 호국영웅들의 왕생극락을 발원하겠습니다. 또 무엇보다 보훈 유가족 여러분들의 가정마다 부처님의 가피가 함께하기를 서원합니다. 호국영웅의 왕생극락을 염원하는 발원문을 새기며 법문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진리의 삶에 이르는 길을 깨우쳐주신 부처님이시여! 당신께서 만 생명의 행복을 위해 걸어가셨던 것처럼, 모든 이가 자기 존엄을 지키면서 모두의 삶이 행복함을 구현할 수 있는 세상을 위하여 저희들은 일심으로 정진하겠습니다. 나라와 민족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초개같이 버리고 이 땅의 번영과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산화하신 순국선열처럼 모든 대립과 갈등을 종식시키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불사에 기꺼이 앞장서겠습니다. 부디 저희들의 서원이 이루어져 조국과 민족을 위해 산화하신 호국영령이 불국정토에서 영원한 평안을 찾을 수 있게 하옵시고, 여기 모인 인연 공덕으로 저마다 부처님의 가피가 충만하게 하옵소서.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시아본사 석가모니불.”

정리=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이 법문은 부산 진여원(원장 남보타월)이 6월9일 부산 북구 화명신도시 내 현충공원에서 봉행한 ‘제24회 진여호국영령 위령재 및 보훈가족 위안 행사’에서 정각 스님이 설한 내용을 요약 게재한 것입니다.

[1636호 / 2022년 6월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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