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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수행 양사현(동진·28) - 하

기자명 법보

미얀마 쉐우민 수행 참여하며
고통 원인 직시해 정신 맑아져
삶 위해선 나 자신 평화 중요해
자신 관망해 이 생 최선 이룰 것

동진·28
동진·28

대학교 4학년 올라가는 겨울방학 때의 일이다. 학생회가 사라진다는 소식을 듣고 자치회의 성격을 잃어서는 안된다는 사명감에 학생회장에 도전하는 해였다.

학교에서 미얀마 수행 프로그램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또 냉큼 지원했다. 쉐우민센터에서의 수행 프로그램은 마치 대학교 같았다. 한국 고엔까 프로그램은 체계적으로 정해진 시간에 다함께 모여 수행했지만 쉐우민센터 프로그램은 기본 정보만 제공해주고 알아서 수행하라고 했다. 굉장한 자유에 놀라 처음엔 주춤했지만 주변 어른들의 모습을 따라하며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쉐우민센터 주지 우 떼자니야 사야도는 “주변에 일어나고 멸하는 모든 행위들을 단지 바라보라”고 말했다. 

같이 수행했던 비구니 스님은 “이런 수행법을 만나 참 감사하고 행복하다”며 “이번 경험으로 더 자유로워지고 편안해졌다”고 말했다. 이야기를 들은 나도 행복해졌다. 옆 사람의 자유로움, 스스로의 틀에서 깨고 나온 상쾌함이 이렇게 향긋하고 기분 좋을 수 있을까. 스님만큼 획기적인 깨달음은 아니었으나 나도 나름대로의 노력과 영감을 얻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 마음 한구석에서는 불안함과 두려움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알게 모르게 이것이 몸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감기에 걸리고 체한 줄만 알았는데, 밤중에 화장실로 달려가 구토하고 열이 치솟아 몸져눕기 시작했다. 몇 달간 머물며 수행하시던 한 보살님과 인연이 있었는데, 그 분이 나를 한 방에 낫게 해주겠다며 당신 방으로 오라고 했다. 

마침 조금 나아진 상태라 어기적거리며 방으로 갔다. 보살님은 나를 좌복에 앉히고는 두 손을 꼭 잡고 내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민망해하니 “잘 들여다 봐. 네 마음이 네게 숨기는 사실을 직시할 줄 알아야 해. 지금 이렇게 아픈거? 내가 보기에는 한 방에 낫는다. 무엇으로부터 숨고 싶은 거야? 네게 건네는 말이 뭐야? 떠오르는 것을 바라봐” 라고 했다. 손은 절대 놓아주지 않으셨다. 몇 번을 피했는지 모른다. 스믈스믈 올라오는 기시감. 사실 조금 인지하고 있지 않았던가. 내 몸이 아픈 것도, 내 마음이 뭐라고 하는지도.

눈물이 흘렀다. 학생회 같은 자체적인 조직을 꾸리고자 할 때는 마음이 맞는 사람들을 모아야 한다. 내 사람들과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야 한다. 나는 기존 학생회 소속도 아니었고, 이렇게 특성이 뚜렷한 단체에 소속되어 어느 위치를 담당해본 적도 없다. 그저 우리 학과의 정체성을 비롯해 학생들 모두가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앞뒤 따지지 않고 그냥 무작정 돌진한 것이었다. 심적으로 덜컥 겁이 나고 부담도 됐지만, 모든 선택은 나의 것이었고 물러날 곳도 없었다.

다시 눈물이 흘렀다. 나의 마음 상태에 저항하지 않고, 판단하지 않고 인지하며 그대로 바라보았다. 허리를 곧추세웠다. 바르게 핀 척추에 기운이 돌기 시작하면서 정신이 맑아지기 시작했다. 폭풍 같던 생각들과 반발하던 몸·마음 작용들이 스러져갔다. 보살님이 손을 어루만졌다. “내가 말했지? 바로 낫는다고.” 슬쩍 웃는 보살님과 주변의 사물들이 명료하게 보였다. 

그렇게 무탈하게 돌아올 수 있었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내 자신에게 다짐했다.

“나의 한 해를 기필코 잘 해내리라. 소중한 경험으로 배운 것들을 매순간 잘 적용시키겠다.” 

내가 불교를 왜 공부하기로 결심했는지 되돌아봤다. 한 번 사는 인생, 삶에 대한 태도를 알고 익히고자 했기 때문이었다. 이번 생을 영위하기 위해선 ‘나’라고 하는 이 집합체의 평화가 가장 중요했다. 삶은 과정에 있고, 인생은 결과로 딱 그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결과는 말 그대로 결실이 이루어진 값일 뿐이다. 무수한 과정 속에서 무수한 열매를 맺고 사그라지며 다시 만들어가는 무한한 변화 속에서 이뤄진다. 

21세기 인류는 급발전하고 있다. 인터넷과 수많은 플랫폼이 등장하며 마음의 힘에 대한 이야기들이 인생의 비밀 혹은 법칙이라는 타이틀로 다양하게 포장돼 세간에 퍼지고 있다. 판도라의 상자처럼 널리 배포된 이러한 이야기들은 보다 더 심오한 깊이까지 분석해놓은 부처님 가르침에서부터 뻗어져왔다고 생각한다. 부드러운 수용의 힘으로 나 자신을 꾸준히 관망하여 이 생에 이룰 수 있는 최선의 것을 이루어보겠노라 다짐한다. 

[1636호 / 2022년 6월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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